'킹스맨' 400만 관객 돌파 '킹스맨'이 한국에서 전 세계 2위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주연 배우 콜린 퍼스가 한국이 아닌 중국을 방문한다고 알려져 국내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韓, '킹스맨' 전 세계 흥행 2위…콜린 퍼스, 한국 아닌 중국 행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 이하 '킹스맨')가 한국에서 절찬 상영되며 영화 제작자와 관계자들도 놀랄만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잡음이 발생해 국내 영화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영화 제작사 이십세기폭스 측은 "콜린 퍼스가 오는 23일 중국을 방문한다"면서 "한국 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킹스맨'이 한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에서도 개봉하게 됐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주인공 콜린 퍼스(55)가 한국이 아닌 중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에서 아쉬운 마음이 담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재주는 한국이 부리고 콜린 퍼스는 중국이 가져간다" "죽 쒀서 중국 줬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가 재미있고 극 중 콜린 퍼스의 매력이 두드러지기에 스크린 속 스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린 퍼스가 한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했다는 것은 일부 팬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꼭 '킹스맨'이나 영화를 제작한 이십세기폭스사가 한국 팬들의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콜린 퍼스나 이십세기폭스사 측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테고, 저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콜린 퍼스, 韓 아닌 中 선택 콜린 퍼스가 영화 '킹스맨' 홍보 차 한국을 찾지 않는다고 알려져 영화 팬들의 아쉬운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영화 '킹스맨' 스틸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관계자는 10일 <더팩트>에 "콜린 퍼스나 제작진이 내한하면 정말 좋겠지만 오래전 결정된 사안을 갑자기 수정하기에는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면서 "팬들의 사랑이 크기에 더 아쉬운 상황이다. '킹스맨2'가 만들어지면 그때는 꼭 배우와 제작진이 한국을 찾아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흥행을 위해서 한국을 제외하고 중국을 찾는다는 소문과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와전됐다. 중국 개봉과 콜린 퍼스 방문 일정이 알려진 건 며칠 전이지만 이미 오래전 결정돼 준비되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콜린 퍼스가 중국을 방문하는 이달 말은 이미 '킹스맨' 국내 개봉 7주 차로 홍보에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물론 홍보가 아닌 인기에 따른 감사의 의미로 한국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수억 원의 자금과 그에 상응하는 인력 등이 필요한 내한 일정을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킹스맨'은 상업 영화다. 870억 원 이상의 자본이 투입됐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제작사는 당연히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자본 논리로 움직이는 시장에서 '우리가 영화를 많이 봤으니 한국에 오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라는 의견은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실을 인정하기에는 어딘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인 중국(50억 달러 규모)과 세 번째인 일본(20억 달러)의 거대 자본 앞에서 힘없이 현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탄탄한 영화 시장을 구축하고 전 세계 여섯 번째 규모(15억 달러)의 연간 관객 2억 명 시대를 맞이하며 세계 영화시장의 중요 거점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킹스맨 측은 이를 간과한 듯한 모습이다.
'킹스맨' 뛰어난 상업 영화로 평단·관객 마음 사로잡아. 영화 '킹스맨'이 장르물, 오락성, 작품성 등을 모두 만족시키며 국내 영화와 차별화 전략을 펼쳤고,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최근 "한국은 영국보다 무려 2주 늦게 개봉했지만, 매출에서 2,538만 불(한화 약 278억)을 이미 돌파하며 영국을 앞질렀다. 한국에서 올린 수익은 현재까지 전 세계 흥행 수익인 약 2억 1천만 불의 10%를 웃도는 높은 수치다"라고 설명했다.
'킹스맨'의 원작자 마크 밀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007시리즈' 보다 높은 성적을 낸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올해 아시아 투어 계획에 한국을 추가했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마크 밀러의 아시아 투어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공론화되지는 않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킹스맨'은 전날 584개 스크린에서 2556번 상영돼 6만 8740명의 관객을 모았다. 지난달 11일 개봉한 이 영화는 한 달 만에 누적관객수 425만 6972명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누적 매출액도 350억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 미국에 이어 '킹스맨' 전 세계 흥행 2위 국가다. 여기에 영화는 국내 박스오피스에 10일 넘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이자 최장시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고 400만 관객을 돌파해 500만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로는 영화 '300'을 제치고 9년 만에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영화로 등극했으며 이러한 관심은 주인공 콜린 퍼스와 태론 에거튼(26) 등 영국 배우들의 인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번 일로 한국에 꼭 와달라고 애원할 필요는 없다. 다만, 흥행을 위해서 꺼내는 카드가 아니더라도 '언제나 뜨겁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카드'인 한국을 눈앞의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에서 조금 더 신경 써주길 바랄 뿐이다. 반대로 누구든 때가 되고 한국 시장이 좀 더 매력적으로 비치면 오지 말라고 해도 한국을 투어 우선순위에 넣을 것이다.
'킹스맨'에 열광한 425만 6972명의 영화팬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royz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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