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 여부 두고 대립 지난해 10월 3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신해철의 발인이 엄수됐지만 유족은 K원장과 의료 소송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효균 기자 |
"명백한 의료 과실"
고 신해철이 지난해 S병원 K원장에게 받은 수술에 의료 과실이 있다는 경찰 수사 결론이 나왔다. 비록 수술 자체가 직접적인 사인과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환자의 통증 호소에도 K원장의 후속조치는 적절하지 못해 의료 과실을 범했다고 지적했다. 고 신해철을 둘러싼 소송에서 이 같은 경찰 조사 결과는 어떻게 작용할까.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17일 복통을 호소하며 S병원 K원장에게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이후부터 21일까지 통증을 호소하며 입퇴원을 반복했지만 22일 결국 심정지에 이르렀다. 곧바로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복강 내 장수술 및 심막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인 상태로 5일 만에 눈을 감았다.
그달 31일, 아산병원에서 고인의 발인이 엄수됐다. 그러나 발인 후 화장된 유해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있는 음반 작업실을 들른 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은 돌연 부검 계획을 발표했다. 여러 의혹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날 뻔했던 고 신해철의 시신은 다시 부검대에 올랐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K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이 진행됐고 "두 가지 검사 이후 의료과실 여부를 확인했다. 천공이 두 군데 있음을 파악했다. 장 천공 외에 심낭 내에서 0.3cm의 천공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복막염 등 패혈증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 과실 논란에 고 신해철 편히 잠 못 드나 신해철이 지난달 10월 27일 세상을 떠난 후 지금까지도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효균 임영무 김슬기 기자 |
S병원의 의료 과실에 관한 가능성을 남긴 것. 이후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전문가들에게 고 신해철의 사인과 K원장의 의료 과실 여부에 관해 물었다. 양측은 K원장이 고인의 위 용적을 줄이는 수술을 시행한 건 맞고, 이 수술 중 혹은 이후에 천공이 발생해 복막염이 생겼지만 의료 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던 지난 3일 전문가들의 의견과 S병원 압수수색, 유족과 K원장의 진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찰 조사 결과가 알려졌다. "환자의 동의 없이 위 축소술을 병행 시술했고 소장과 심낭에 천공이 생겼다. 또 환자가 수술 이후 통증을 호소하는데도 K원장은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결론이다.
경찰이 K원장의 의료 과실을 인정한 셈이다. 경찰은 K원장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가 남아 있지만, K원장이 법정에 설 가능성은 높다. 경찰이 K원장의 의료 과실을 지적한 까닭에 유족들은 한시름을 덜게 됐다.
그러나 100% 승소를 자신할 수는 없다. 경찰이 K원장의 의료 과실은 인정하지만 이게 신해철을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 고 신해철의 소속사 측도 이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KCA엔터테인먼트는 3일 경찰 조사 발표 후 "동의 없는 위 축소술로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상당 인과관계가 성립되는데도 이를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 등 일부 고소 내용이나 주장 내용이 제외되거나 인정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는 목소리를 냈다.
K원장은 곧바로 반박했는데 "수술은 의사의 재량 행위인데, 해당 의사 의견 및 의학적 근거를 무시하고 일률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경찰이 수술과 사망 사이에 존재하는 의학적 인과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의무기록 등 기록지 위주로 실시된 부실한 감정을 비판없이 인용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경찰 발표를 외면했다.
의료 소송 싸움에서 유리한 건 누구? 고 신해철의 유족(위)과 S병원 K원장이 의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효균 오세훈 기자 |
이로써 소송이 유족에게 유리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법률전문가 손수호 변호사는 4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경찰 조사에서 의료 과실이 없다 결론이 나면 일반적으로 유족으로서는 의료 소송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이 K원장의 의료 과실을 지적했으니 유족들의 시선에는 다행인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 조사 내용이 검찰로 넘어갔고, 검사가 다시 수사하겠지만 K원장에게 잘못이 있다는 경찰 조사 자체가 양측 소송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듯하다. 형사 소송에서 유죄라면 민사 소송에서도 유족에게 유리할 수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K원장으로서는 낭패이고, 유족으로서는 다행인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 박소영 기자 comet56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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