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연기력 논란 어디까지? KBS2 월화드라마 '블러드'가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IOK미디어 제공 |
상반기 기대작 '블러드', 연기력 논란에 발목 잡히나
배우 구혜선이 연기 변신을 시도했지만 그야 말로 평가는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캐릭터가 문제인지 그걸 표현하는 연기가 문제인지 정답은 없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식 논란은 끝이 없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 스토리나 담고 있는 메시지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닌 배우의 연기력 논란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만큼은 틀림없이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KBS2 월화드라마 '블러드' 속 구혜선이 맡은 유리타는 태민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태민 암 병원 간담췌 외과 전문의다. 부잣집 딸에 명석한 두뇌까지 겸비하면서 고집에 가까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캐릭터다.
유리타는 빼어난 외모에 의사로 실력까지 갖추고 있지만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발산한다. 그야말로 순정만화 속 캐릭터처럼 현실성이라곤 찾아 볼 수 없어 보이는 설정이다.
구혜선 연기논란에 '블러드' 발목 잡히나 '블러드'는 '굿 닥터'의 기민수 PD와 박재범 작가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지만 배우들의 연기 논란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 KBS2 '블러드' 방송 화면 캡처 |
구혜선은 이런 특성이 있는 캐릭터를 하이톤의 발성과 신경질적인 말투로 해석하고 있다. 매우 과장된 탓에 자연스럽게 극에 스며들지 못하는 연기는 '극의 초반이기 때문에', 혹은 '독특한 캐릭터 때문에'라는 이유가 방패막이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캐릭터 연구는 배우가 촬영 전 끝내야 하는 숙제이자 업무지 촬영을 이어가며 단계를 밟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촬영하면서 캐릭터를 잡아간다면 배우 본연의 자세에 소홀했다는 불성실한 태도만 인증하는 꼴이다.
드라마는 '성장을 위한 발판의 연습장'이 아닌 '프로들이 함께하는 협업의 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라는 변명은 힘을 얻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구혜선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12년 차 배우라면 성장이 아닌 깊이감을 채워야할 시기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더군다나 그간 대중적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들에는 유리타처럼 비현실적이면서 과장된 캐릭터들이 무수히 많았다. 배우 전지현이 까칠하고 이기적이지만 얄밉지만은 않게 그렸던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가 대표적 예다.
안재현도 구혜선과 유사하게 연기력 논란에 서 있다. 그러나 이제 연기 초짜인 안재현과 12년 차 배우인 구혜선이 느껴야할 책임감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
안재현은 불과 1년 전 모델의 딱지를 떼고 아직은 조연에 그치는 연기실력과 경력을 두고도 과감하게 자신을 기용한 제작진과 그 비판의 무게를 나눌 수 있지만 구혜선은 다르다. 1년과 11년, 크게 차이나는 연기 경력으로 인해 구혜선은 오히려 선배로서 안재현을 이끌고 가야할 막중한 책임감이 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배우 구혜선. 구혜선을 향한 연기력 논란이 '블러드'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
구혜선은 자신에게 향한 논란이 캐릭터 자체가 비호감이라고 해서 퍼부어지는 이유 없는 '비난'이 아닌 캐릭터 소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따라오는 '비평'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감독 화가 뮤지션으로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구혜선, 그 가운데 특히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중앞에 선 그에게 날카로운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유 없는 비난의 칼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배우에게 배우의 본업인 연기라는 기본적인 능력과 실력을 갖추라는 '애정 담긴 쓴소리'라는 것을 새겨야 할 때다.
'블러드'는 '굿 닥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기민수 PD와 박재범 작가의 두 번째 메디컬 드라마다. 전작이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던 만큼, 뱀파이어라는 낯선 내용을 그리는 '블러드'도 배우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 공감을 이끌어 낼 수만 있다면 승산은 있어 보인다.
총 20부작 중 초반 5부만 방송된 '블러드'이기에 때가 늦은 것도 아니다. 같은 시간대 최하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냉정한 내부 평가와 과감한 전개, 그리고 이제는 꼭 증명할 필요가 있는 구혜선의 연기력 변화로 무너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아 본다.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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