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범키 공판, 증인의 오락가락 진술…법정은 '한숨+헛웃음'
입력: 2015.01.06 06:00 / 수정: 2015.01.05 21:41

가수 범키의 마약 혐의를 둘러싼 3차 공판에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는 증인으로 진실이 얼룩졌다. / 배정한 기자
가수 범키의 마약 혐의를 둘러싼 3차 공판에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는 증인으로 진실이 얼룩졌다. / 배정한 기자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조용하고 엄숙한 법정에 검사와 재판장마저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된 가수 범키(30·본명 권기범)의 3차 공판에 출석한 증인이 10초마다 전혀 다른 진술을 내놔 진실을 규명할 소중한 공판 하나를 허탕으로 만들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4단독(정석종 부장판사)은 5일 오후 4시 진행한 범키의 3차 공판에는 증인으로 김모 씨가 출석했다. 범키를 마약 판매상이라고 주장한 배모 씨도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불참했다. 한 명의 증인에게 관심은 더욱 쏟아졌다. 하지만 차례대로 질문을 던지는 검사와 변호인의 날카로운 질문들에 돌아온 김 씨의 답변은 "~한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럼 잘못됐나 보다" 등 주장이 없는 내용이 전부였다. 그가 확실히 단언하는 것은 범키와 전혀 상관없이 자신이 여러 차례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증인은 검사와 변호인의 "범키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느냐"는 같은 맥락의 질문에 "그렇다" "범키가 하는 건 못 봤다" "같은 장소에 있으니까 (범키를 포함한) 모두가 하는 것 같았다" "범키가 마약을 투약한 것 같았다" 등 번복에 번복을 되풀이했다. 이는 앞서 경찰 조사에서 진술과는 또 다른 것이어서 검사와 변호사가 가져온 증거까지 흔드는 셈이었다.

범키의 3차 공판에 선 증인이 모호한 답변으로 아무런 진실도 증명하지 못했다. / 범키 트위터
범키의 3차 공판에 선 증인이 모호한 답변으로 아무런 진실도 증명하지 못했다. / 범키 트위터

재판장은 "1월부터 제도가 변경돼 증인의 증언이 녹취록 형태로 작성되기 때문에 그 점을 유념해서 답변해 달라"고 정확하지 않은 답변을 반복하는 증인에게 의미심장한 요청을 하기도 했다.

또 김 씨와 그의 전 남자 친구 최 씨와 교제 시점이 범키와 알게 된 시점, 나아가 범키와 함께 마약 투약을 했다는 증거가 되는 상황에서 교제 시점과 기간을 수십 번 번복해 재판장에 있는 모두를 지치게 했다. 검사와 변호인이 다시 그의 말을 되짚어 모순을 알리고 확인하려고 하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해 결국 진실을 미궁으로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검사와 변호인이 김 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존 진술 내용을 설명할 때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도 해 이때까지 이뤄진 수사 과정의 근거들에 의심을 품게 했다.

범키의 4차 공판에는 김 씨의 전 연인 최 씨가 증인으로 신청됐다. / 브랜뉴뮤직 제공
범키의 4차 공판에는 김 씨의 전 연인 최 씨가 증인으로 신청됐다. / 브랜뉴뮤직 제공

다만 그는 "최 씨의 권유로 마약을 했을 때 어디서 샀는지는 모르며 내가 돈을 건네지도 않았다"고 정확히 말했다. 결과적으로 범키의 마약 판매 혐의를 확인하고자 마련된 자리에서 주제를 벗어난 부분이 다분했다.

검사도 변호사도 재판장도 법정을 지켜본 취재진과 소속사 관계자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불쑥불쑥 묻어 나왔다. 증인의 이리 왔다, 저리 가는 중구난방 답변에 범키의 마약 혐의와 관련해 건진 진실이 한 가닥도 없던 자리였다. 이러한 불분명한 증인이 법정에 선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4차 공판은 김 씨의 정확하지 않았던 증언을 다시 설명할 최 씨, 범키의 매니저 김모 씨가 참석한다. 오는 26일 오후 3시 반에 열릴 다음 공판에서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질의응답이 오가기를 바라며 허무한 법정을 뒤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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