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개훔방',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입력: 2014.12.31 10:00 / 수정: 2014.12.31 09:55

31일 개봉하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삼거리 픽처스 제공
31일 개봉하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삼거리 픽처스 제공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평당에 있는 500만 원짜리 집을 사고 말 거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진짜 현실'보단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가장 큰 이유다.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 제작 삼거리 픽쳐스, 배급 리틀빅픽처스)은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영화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유치하다는 편견을 깨고 탄탄한 시나리오, 허를 찌르는 '한 방'으로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믿고 보는 배우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이 합세했고 아역 같지 않은 연기력을 지닌 이레가 출연하니 더할 나위 없다.

연기파 배우와 탄탄한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삼거리 픽처스 제공
연기파 배우와 탄탄한 시나리오가 돋보이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삼거리 픽처스 제공

영화는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해 소설이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하고 캐릭터를 보강해 스크린에 담았다.

이야기는 집 없이 차 안에서 사는 10살 소녀 지소(이레 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아빠와 함께 집까지 사라진 지소네 가족은 하루아침에 피자 배달 차를 지붕 삼아 살고 있다. 지소네 가족은 삼대독자 남동생 지석(홍은택 분)과 집 나간 남편 대신 가장이 된 철부지 엄마 정현(강혜정 분) 총 세 명이다.

지소는 일주일만 버티면 살 집을 구한다던 엄마의 약속이 한 달이 지나도록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점점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그를 가장 걱정스럽게 하는 건 돌아오는 자신의 생일에 친구들을 초대할 집이 없다는 거다.

그런 지소에게 우연히 눈에 띈 부동산 전단. '평당 500만 원'이란 글과 함께 빨간 지붕의 전원주택이 중앙에 '콕'박힌 한 장의 종이는 지소의 시선을 뺏는다. 지소는 전단을 보고 '평당에 있는 500만 원짜리 집'이라는 어린아이다운 순수한 해석으로 "500만 원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고 씩씩하게 외쳐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동시에 500만 원은 커녕 100만 원도 없어 차 안에서 지내는 지소의 현실은 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자신의 힘으론 500만 원을 모을 수 없어 부잣집 강아지를 훔치려고 결심하는 지소의 발칙한 계획은 관객들을 울린다. "나쁜 짓인걸 알지만, 살면서 나쁜 짓을 안하고 살 순없다"고 마음을 다잡는 지소의 여린 마음이 그렇다.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시선으로 현실을 들여다 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시선으로 현실을 들여다 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

그렇게 집을 사고 싶은 지소를 위해 그의 '절친' 채랑(이지원 분)과 동생지석은 힘을 합친다. '어린이 드림팀'은 갤러리 레스토랑 마르셀을 운영하는 노부인(김혜자 분)이 애지중지하는 개 월리(개리 분)를 훔칠 계획을 찾는다.

영화가 소재로 하는 것은 가난으로 해체된 가족이다. 거기에 실업문제, 내 집 마련 등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차가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른이 아닌 아이의 시선이고 이는 묘하게 이질감을 자아내 하나의 판타지물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집을 사기위해 알록달록 색깔 펜으로 작전 노트를 작성하는 지소의 공책, 비좁은 피자배달용 승합차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귀여운 배경.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동화적 공간으로 구현된 다양한 소품은 지소 가족이 처한 아픈 현실과 묘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소원으로 데뷔한 아역 이레는 이번 작품에서 훨씬 성숙한 연기력을 무기로 다양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한다./삼거리 픽처스 제공
지난해 '소원'으로 데뷔한 아역 이레는 이번 작품에서 훨씬 성숙한 연기력을 무기로 다양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연기한다./삼거리 픽처스 제공

탄탄한 시나리오 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하는 이레는 놀랍다. 지난해 '소원'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당시 7살의 나이라고 믿기 힘든 깊이 있는 눈빛과 풍부한 감정 연기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개를 찾아준 후 사례금 500만 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선 어린아이다운 천진난만한 감성을 보여주고 철부지 남동생을 챙기는 모습은 성숙한 누나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개를 훔치는 방법'으로 처음 엄마 역에 도전하는 강혜정의 변신도 볼거리다. 그간 '올드보이' '연애의 목적' '웰컴 투 동막골'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생활 밀착형 연기를 보여준다. 실제로도 한 아이의 엄마인 그는 이번 작품으로 물오른 연기에 성숙함을 더해 개성파 여배우가 아닌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

'마더'이후 5년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자 또한 '마르셀'의 노부인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김혜자는 '국민 어머니'란 타이틀과는 반대로 미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가운 이미지, 강렬한 카리스마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져 웰 메이드작품으로 거듭났다./삼거리픽처스 제공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더해져 '웰 메이드'작품으로 거듭났다./삼거리픽처스 제공

아이들을 도와주는 노숙자 대포 역의 최민수는 감초 중의 감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실제 노숙자처럼 생활했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영화에 담은 열정만큼 100% 실력발휘를 했다. '홀리데이' 이후 8년 만에 스크린 복귀가 무색하게 않게 그대로 역할에 녹아난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스릴있는 장면 중 하나인 '손수레 추격신'은 최민수의 강렬한 비주얼이 더해져 더욱 박진감 있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이 외에 노부인 조카 수영 역의 이천희, 개를 훔치는 작전의 '행동대장' 채랑 역의 이지원, 개를 훔치는 작전의 '브레인' 지석 역의 홍은택도 제 몫을 다한다. 보너스로 강아지 월리로 분한 2살짜리 잭 러셀 테리어 개리의 연기마저 흠 잡을 곳 없다.

영화에서 노숙자 대포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최민수/삼거리 픽처스 제공
영화에서 노숙자 대포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최민수/삼거리 픽처스 제공

영화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와 긴장감 갈등을 균형있게 섞어가며 지루함 없이 관객을 이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배우들과 탄탄한 이야기구조는 김성호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이 빚어낸 결과다.

109분의 러닝타임은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 시종일관 따뜻하게 흘러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화려한 영상미나 대단한 효과는 없지만, 그보다 더 강한, 사람을 집중하게 하는 흡인력이 전반에 흐른다.

집, 가족,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09분, 전체관람가.

amysung@tf.co.kr
연예팀 ssent@tf.co.kr


◆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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