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다 잘 된다고? 다음은 없다"
입력: 2014.12.30 06:00 / 수정: 2014.12.30 09:03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남윤호 기자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남윤호 기자

◆ 누적 관객 150만 명을 넘기면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국제시장' 예고편.(http://youtu.be/BBEDtovULHY)

[더팩트ㅣ김가연 기자] 지난 2009년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이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다. 5년 만에 복귀작인 '국제시장'을 들고서다. 올 연말 최대 화제작으로 꼽힌 '국제시장'은 '이름값' 만큼 높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개봉한 후 12일 만에 누적 관객 428만 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영화의 '이름값'을 높이는 데는 '감독 윤제균'이 한 몫 했다.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감독은 몇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윤제균은 감독이자 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관객의 궁금해하는 감독이 됐다. 하지만 5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것이 부담스러웠을까. '국제시장' 개봉을 앞두고 만난 윤제균 감독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을 내비쳤다.

"저야 영화를 만들면서 수 백번을 봤는데 진정성을 담고 만들었어요. 그래서 꼭 관객들도 그 마음을 전달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보기에도 짠한 감성이 섞여있잖아요. '구닥다리 영화'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있을 것 같은데 편견보다는 영화에 담긴 진심이나 진정성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부모들은 어떻게 살고 어떤 사랑을 했을까. 그런 것들 위주로 보셨으면 좋겠네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한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오달수 김윤진 황정민 그리고 윤제균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슬기 기자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한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오달수 김윤진 황정민 그리고 윤제균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김슬기 기자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한 사건, 크게 4가지 일화로 구성됐다. 한국전쟁부터 파독, 베트남전 파병과 이산가족찾기까지 정치·경제적 사건은 배제하고 사회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수십 년이나 되는 실제 사건을 2시간 내의 영화적 배경으로 가져오기는 쉽지 않았을 것. 윤제균 감독은 그 고민이 가장 많았다고 말한다.

"수십 년의 현대사에서 4개의 일화를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해운대' 이후에 구성을 하고 기획을 했는 데도 완성본은 2012년에나 나왔죠. 3년정도 걸렸어요. 그 작업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역사적인 사건 안에서도 역사 사회 문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2시간 내에서 정해야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했어요.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없는 이유로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없다는 데 저는 정치 사회적인 것들은 다 빼고 싶었어요.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죠. 사건보다는 그냥 그 시대를 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족애를 보여주고 싶은 것이 가장 컸어요."

이 시기를 압축적으로 풀긴 쉽지 않았을 것. 꼭 넣고 싶었던 시대적 배경이 있지 않았을까. 윤제균 감독은 한참 고민하더니 '중동건설 붐이 일어났을 때'라고 되뇌인다.

"정말 많이 고민 했어요.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하니까요. 여러 부분들이 아까운데 그 중에서 중동건설 붐이 일었을 때를 넣고 싶었어요. 그 때에도 많은 분이 국외에 나가서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 부분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야기가 5개가 되면 반복적인 느낌이 많을 것 같아서 뺐는데 잘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는 4개의 이야기가 반복되다 보니 '사건-감동-눈물'이라는 구조가 반복돼서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평도 있다. "저도 알고 있고 아무래도 그런 위험성이 있다는 것도 인지됐어요. 발단 전개 위기 절정으로 가야하는데 아무래도 이야기가 4개다 보니 반복될 수 있죠. 그래서 감독으로서 내렸던 방안은 현재의 사건을 놓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부산의 '꽃분이네' 이야기를 큰 줄거리로 삼은 셈이죠. 현재의 사건에서 향수를 이야기하면서 세련되게 표현하고자 했는데 장면 전환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한 윤제균 감독이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이었다./남윤호 기자
영화 '국제시장'에서 함께한 윤제균 감독이 황정민에 대한 칭찬을 이었다./남윤호 기자

윤제균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덕수라는 인물을 황정민으로 정했다. '황정민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여러 번 밝힌 윤제균 감독은 황정민을 어떻게 기억할까. 같이 영화를 하는 '영화인'으로서 존경심마저 느껴진다고 하니 궁금해진다.

"배우로서의 존경심이 느껴져요.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황정민이 많이 이야기 해줘야 하는데 매 장면 촬영할 때 그 이상을 보여줬어요. 계속 감탄만 했죠.(웃음) 배우뿐만 아니라 인간 황정민이 정말 좋은데 '배우라는 사람도 이렇게 인간적일수 있구나. 친구하고 순수하고 순박한 모습이 있구나'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었죠. (황정민에게 따로 연기에 요구한 사항이 있나?) 그에게 이야기했던 것은 진정성밖에 없었어요. 과하지도 말고, 절제하지도 말아라. 진정성만 있으면 연기도 관객들도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죠. 황정민이란 배우랑은 영원히 같이 가고 싶어요."

황정민에 대한 극찬에 이어 윤제균 감독은 카메오로 출연한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즉 정윤호에 대한 칭찬을 이었다. 김윤진 오달수 라미란 장영남 정진영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영화에 캐스팅된 정윤호는 관객이 보기엔 뜻밖의 캐스팅일 수 있지만, 정윤호는 윤 감독의 '히든카드'였다.

"남진의 젊은 시절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려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했어요. 우선 전라도 사투리를 쓸 줄 알아야 하고 가수로 노래도 해야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수로 눈을 돌리게 됐죠. (정) 윤호를 처음 만났는데 사람이 정말 좋은 거에요. 바르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이 강해서 좋았어요. (연기를 겸업하는 가수에 대한 편견은 없었는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저는 언제나 이름값보다는 연기가 먼저라고 생각해요. 정윤호도 연기에 대한 테스트를 여러 번 했죠. 정윤호를 통해서 '연기돌'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지만, 항상 '이름값'보다는 연기가 먼저라 영화 속에 필요하다면 오디션을 꼭 보고 그에 맞는 배역을 줄 예정입니다."

국제시장에서 덕수 역을 맡은 황정민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굵직한 현대사를 다룬다./영화 스틸
'국제시장'에서 덕수 역을 맡은 황정민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굵직한 현대사를 다룬다./영화 스틸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이후 '국제시장'을 내놓기까지 꼬박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시나리오 수정부터 투자 배급까지 걸린 시간이다. 어쨌든 내놓기만 하면 '중박'을 넘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에 대해 물었다. 윤 감독은 '감독에겐 다음은 없다'라며 의미심장한 답변과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웃음) 다음 영화를 구체화한 것은 없어요. '국제시장'이 우선 잘 돼야겠죠. '감독에겐 언제나 다음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가 잘 돼야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으니까요. '국제시장'은 총 180억 원이 들어갔는데 영화를 함께한 이들이 손해를 보면 안되잖아요? 그러니 손익분기점은 꼭 넘겼으면 좋겠어요. 감독은 언제나 성공만 할 수 없고 손해도 볼 수 있잖아요. 그런 생각은 언제나 하고 있죠. 그래서 다음 영화는 5년 만에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빠른 시일 내에 내서 자주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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