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결심 공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상당한 의견차를 보였다. 재판부마저 "증거 기록 검토와 양형을 결정하는데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과연 어떤 의혹들이 남아 있고 이지연 다희의 형량은 어떻게 정해질지 <더팩트>가 전망했다.

양형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지연 다희의 범행 동기다. 검찰은 이지연 다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지연의 변호인은 1차 공판 때부터 "이지연이 이병헌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다희의 변호인은 "사귀던 이병헌으로부터 헤어지자는 이지연이 안쓰러워 범행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두 사람이 범행 이후 해외 도주를 준비했고 문자 메시지 증거를 보면 재산 갈취를 사전에 모의했다고 보인다"고 계획 범행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지연 변호인은 "50억원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둘 다 돈이 궁하지 않았으며 계획된 범행이었으면 보기에도 허술할 정도로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라 맞섰다.
범행 동기는 세 차례 공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었다. 양측의 주장이 가장 격렬하게 엇갈린 부분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최후 진술을 마친 이지연에게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을 다 들었는데도 범행을 저지른 이유를 모르겠다"며 "도대체 왜 이병헌을 협박했냐"고 묻기도 했다.

검찰은 2차 공판에서 문자 메시지 내역을 근거로 협박 사건 동영상을 촬영하기 전인 지난 7월까지 이지연에게 다른 남자 친구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지연과 이병헌이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고 범행 동기에 대한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얘기했다.
이지연 측은 "이병헌과 연인 관계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검찰에서 제출하지 않았고 지난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병헌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도 거짓으로 부인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지연에게 먼저 접근한 건 피해자 이병헌이며 그가 결별을 통보한 이유는 이지연이 집을 요구해서가 아니라 스킨십을 이지연이 거부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구형을 내리며 "이지연과 다희는 이병헌의 사생활 동영상을 이용해 50억원이라는 큰 돈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미수에 그쳤으나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또 " 여러 가지 증거들을 살펴봤을 때 피고인들의 주장은 근거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지연과 다희의 변호인들은 검찰의 강압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지연 측은 "검찰은 수사 시작부터 피고인들에게 '꽃뱀' 꼬리표를 붙였고 모든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음에도 일부만 증거로 냈다"며 "수사가 피해자의 주장에 편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지연은 이병헌에게 집을 사달라고 말한 적도 없고 먼저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병헌인데 검찰은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놓고 얘기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희의 법률 대리인 역시 "검찰은 다희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했으며 미리 짜 놓은 시나리오대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얘기했다. 이지연 측 주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모든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병헌을 보호하고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증거만 내고 나머지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검찰은 이지연 다희 측의 주장에는 어떤 답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 측 모두에게 피고인 신문 의사를 물었다. 그러나 양측 모두 "피고인들은 신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동의 여부를 재판부에 알렸는데 이때 이지연은 다희의 신문 내용, 다희 측은 이지연의 검찰 신문 내용을 서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진 최후 변론에서 이지연의 변호인은 다희의 진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이지연의 혐의를 줄여나갔다. 다희 측 역시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엇갈린 내용을 주장할 거면 왜 최후 변론 전 피고인 대질 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피고인들이 스스로 유리하게 방어할 기회를 날린 셈이다.

피고인 이지연과 다희가 협박 사실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을 받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관건은 실형이 내려지느냐 아니냐다.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가운데 "다희의 변호인은 집행유예 판결을 내려달라"고 최후 변론했다.
위에서 언급한 의혹 가운데 양형을 가를 가장 중요한 내용은 계획 범죄 여부가 달린 범행 동기다. 재판부가 계획 범행으로 결론 지으면 검찰의 구형대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형량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우발적인 범행이더라도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지연 다희가 초범이고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협박 금액이 50억원이라는 큰돈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이제 검찰과 변호인의 손을 떠난 이번 사건은 재판부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증거 기록을 검토한 뒤 내년 1월 15일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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