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엑소 루한,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어리석음'
입력: 2014.12.12 06:00 / 수정: 2014.12.12 09:49

엑소가 루한(아래)과 크리스 등 중국 멤버의 무단 이탈로 위기에 처했지만 10인조로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효균 김슬기 기자
엑소가 루한(아래)과 크리스 등 중국 멤버의 무단 이탈로 위기에 처했지만 10인조로 여전히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효균 김슬기 기자

[더팩트│박소영 기자] 정상에서 손뼉칠 때 떠나는 이는 뒷모습조차 경이롭다. 그런데 이 '떠남'이 뒤통수치고 줄행랑이라면?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접수한 '대세돌' 엑소가 지난 5월과 10월 두 차례 배신을 당했다. 팀이 정상에 올랐을 무렵 중국인 멤버 크리스(24)와 루한(24)이 돌연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에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걸고 고국으로 떠났다.

'1차 크리스의 난'이 일어나자 팬들은 멍해졌다. 앞서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30)이 비슷한 절차로 문제를 일으켰기에 허탈감은 더 컸다. 그런데 5개월 뒤 루한이 크리스와 같은 법무법인의 지원을 받아 같은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지자 실망을 넘어선 분노까지 폭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한은 그래선 안 됐다. 크리스가 이탈한 지 10일 뒤 엑소는 서울에서 첫 번째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공연이었지만 한 멤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무대를 구상하고 안무를 연습했다. 온 스태프와 멤버들이 콘서트에 집중해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루한(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은 지난 5월 크리스의 이탈 후 가진 단독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스태프와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지만 5개월 뒤 똑같이 뒤통수를 쳤다. /김슬기 기자
루한(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은 지난 5월 크리스의 이탈 후 가진 단독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스태프와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지만 5개월 뒤 똑같이 뒤통수를 쳤다. /김슬기 기자

여기에 힘을 보탠 이가 루한이다. 지난 5월 25일 콘서트 개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에서 감동적이었던 게 있다. 일주일 전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데 모든 스태프들이 다 같이 안무를 수정하고 동선을 다시 짜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 덕분에 완벽한 무대가 다시 만들어졌다. 참 감사하다"고 기쁘게 말했던 그다.

그랬던 루한이 뒤통수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10월 10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에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소송장을 냈다. 크리스와 같은 법무법인 지원 아래 같은 내용으로 소장을 접수한 건데 SM의 부적절한 아티스트 관리와 부족한 금전적 보상, 인권 침해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을 걸로 예측된다. 여기에 루한은 5000만 원까지 SM에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니 '1차 크리스의 난'보다 '2차 루한의 난'에 팬들이 더욱 불같이 화를 냈다. 앞서 루한은 월드 투어를 돌며 방콕 공연에 서지 않았고, 자신의 웨이보에 "장기간 피로가 쌓여서 신경성 두통이 생겼다. 불면증에 현기증까지 생겨 의사가 휴식이 필요하다더라"는 글을 올려 팬들의 동정을 샀는데 이때 이미 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크리스(왼쪽 위)와 루한(오른쪽 위)의 이탈에도 엑소는 대세돌로 국내와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효균 남윤호 김슬기 기자
크리스(왼쪽 위)와 루한(오른쪽 위)의 이탈에도 엑소는 '대세돌'로 국내와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효균 남윤호 김슬기 기자

어찌 됐든 루한은 팀을 떠났고 12인조였던 엑소는 10인조가 됐다. 두 명의 중국인 멤버가 이탈하자 남은 중국인 멤버인 타오와 레이에게도 불신이 싹틀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엑소는 10명이 똘똘 뭉쳐 '중독' 활동을 마쳤고 지난 3일 열린 '2014 MAMA'에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남자그룹상'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상'까지 무려 4관왕을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루한이 11일 저작권법 위반 의혹을 받게 됐다. 최근 중국의 한 화장품 업체가 루한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루한이 SM에서 엑소 멤버로 활동할 당시 찍은 사진을 사용한 것. 이러한 콘텐츠는 통상적으로 소속사에 저작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루한은 무단 도용이라는 문제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지가지한다" "한국이 만들어 준 이미지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겠다는 거지. 참으로 배은망덕하다" "자기가 나가 놓고 엑소 타이틀 이용해서 상 받고. 이쪽에서 찍어 준 사진 무단으로 쓰고 아주 난리가 났네ㅋㅋ 벌금이나 물어라~" "나갔으면서 엑소 멤버였단 건 죽어도 안 놓네" 등 뾰족한 댓글이 홍수를 이룬다.

루한(아래 왼쪽)은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앞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지만 11일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KFA-SM 엔터테인먼트 MOU 체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배정한 남윤호 기자
루한(아래 왼쪽)은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앞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지만 11일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KFA-SM 엔터테인먼트 MOU 체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배정한 남윤호 기자

공교롭게 같은 날 엑소 시우민(24)과 카이(20)가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KFA-SM 엔터테인먼트 MOU 체결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 감독 옆에 서서 위용을 뽐냈다.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대한축구협회 명예사원증까지 받아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루한은 엑소 멤버 시절 MBC 명절 특집 '아이돌육상대회'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 시우민 등과 함께 열심히 공을 찼다. 축구를 누구보다 좋아하던 그였다. 만약 그가 10월에 팀을 나가지 않았다면 이날 MOU 체결식에 루한이 자리했을 수도 있었다.

루한이 고국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며 한국 팬들에게 다시 한번 뒤통수를 칠지는 모를 일이지만, 많은 이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점에서 '현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당장 눈앞에 유혹과 이익을 계산했을 그는 가장 값진 한국 팬들을 잃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겠지.

엑소 루한이 아닌 중국 배우 루한은 내년 1월 개봉하는 영화 '중반 20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 관심이 가지 않은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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