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극한직업①] 도매니저와 유병재, 매니저 현실속으로
입력: 2014.11.29 07:00 / 수정: 2014.12.02 18:17

2014년 한 해 도민준 매니저(위)와 유병재 매니저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픽=정용부 기자
2014년 한 해 도민준 매니저(위)와 유병재 매니저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픽=정용부 기자

[더팩트ㅣ박소영 기자] #프롤로그

2014년 극과 극의 매니저가 인기를 끌었다. 물론 두 사람 다 허구의 캐릭터지만 이 둘은 매니저들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묘하게 충족시켰다. SBS '별에서 온 그대' 속 도 매니저(김수현 분)와 tvN 'SNL 코리아-극한 직업' 콩트에서 호스트들의 매니저로 분하는 유병재가 주인공이다.

물음표의 시작은 단순했다. 김수현과 유병재의 비주얼을 차치하더라도 매니저로 극과 극의 삶을 보여주는 둘이기에 실제 매니저들의 현실이 궁금해졌다. 극 중 톱스타 천송이와 로맨스를 그리는 도 매니저, 아티스트들에게 욕먹는 게 일상이 된 유병재. 현실의 매니저들은 극과 극인 두 인물의 관계선 어디쯤 자리하고 있을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매니지먼트학과 김형준 교수(오른쪽 아래)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이핑크 매니저 양현규 씨(왼쪽 위)는 늘 멤버들과 함께 현장을 돌며 스케줄을 소화한다. /배정한 최진석 기자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매니지먼트학과 김형준 교수(오른쪽 아래)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이핑크 매니저 양현규 씨(왼쪽 위)는 늘 멤버들과 함께 현장을 돌며 스케줄을 소화한다. /배정한 최진석 기자

◆"매니저에겐 현장이 가장 중요하죠."

전문적인 매니저를 양성하는 대학과 관련 학과는 전국에 2~30개 정도 있다. 그중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에서 매니지먼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형준 전임교수는 연예매니지먼트 개론을 직접 제작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문화와 대중문화/연예매니지먼트 입문/연예매니지먼트 실무/연예 마케팅/계약과 법률-세무' 등과 같은 분야다.

김 교수는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1997년 대박 기획의 디렉팅 매니저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로드매니저로 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편한 편이었다. 그가 처음 맡았던 연예인은 고 최진실 박중훈 안재욱 김보성 김정은 등이었다. 3년간 이곳에서 매니저로 커리어를 쌓았다.

김형준 교수는 매니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현장의 중요성과 경험을 강조한다. /배정한 기자
김형준 교수는 매니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현장의 중요성과 경험을 강조한다. /배정한 기자

2000년대부터는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을 펼쳤다. 2000년부터 10년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에서 대표와 이사직을 맡았다. 그를 거쳐 간 연예인은 정준호 김윤진 김민경 박탐희 전미선 유태웅 김민 추상미 이문식 임지은 김유미 김태우 차화연 공형진 김성령 윤지민 현영 정양 UV 이지혜 윤현민 등 많다. 현재는 허영란 이석준 등이 속한 케이준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다.

지난 24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같이 일했던 배우 중에 박중훈과 고 최진실이 기억에 남는다. 김윤진은 로드매니저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더라"며 옛날 일을 떠올렸다. 에피소드를 묻는 말에는 "난 매니저였던 사람이다.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김 교수는 매니저의 임무에 관해 '연예인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매니저는 현장의 운영 및 관리를 모르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매니저에게도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 최소 12~13년은 로드매니저로 활동해야 한다. 그렇게 비즈니스 능력을 인정받고 최소한의 경력과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체계적인 매니지먼트가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김형준 교수(위)와 제자들은 더 좋은 매니지먼트 업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김형준 교수(위)와 제자들은 더 좋은 매니지먼트 업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매니저=연예인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김 교수가 매니지먼트사 중 으뜸으로 꼽는 곳은 YG 엔터테인먼트다. "소속 아티스트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자율 보장도 다른 기획사보다 잘 이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YG 엔터테인먼트가 매니지먼트를 잘하는 회사라고 생각한다"는 그다.

매니저가 되는 길은 다양하다. 대부분은 인맥으로 시작하지만 매니지먼트 관련 학과를 다니며 현장 실습을 나가는 등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 좋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할 시기가 되면 공문을 띄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연매협)나 개별 기획사에서 요청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연봉은 각양각색이다. 막내인 로드매니저 시절에는 박봉일 수도 있고 이사나 대표급까지 올라가면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그래서 매니저를 꿈꾸는 이들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업무가 아닌 하나의 매니지먼트사를 거느리는 일이다. 월급 때문만이 아니라 더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다.

나무 엑터스의 김종도 대표(위)는 배우 김주혁의 오랜 매니저이자 소속사 수장이며 벗이다. /KBS2 1박2일 방송 캡처
나무 엑터스의 김종도 대표(위)는 배우 김주혁의 오랜 매니저이자 소속사 수장이며 벗이다. /KBS2 '1박2일' 방송 캡처

현장에도 매니저 출신 대표가 가득하다. 대표적인 이는 김완선 매니저 출신으로 현재 비스트 포미닛 비투비 정지훈 등을 품고 있는 큐브 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다. '인피니트의 아버지' 울림 이중엽 대표, 나무 엑터스 김종도 대표, 웰메이드 신승훈 대표, B2M 길종화 대표, 해피트라이브 정해익 대표 등도 매니저 일부터 시작해 한 회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다.

김 교수는 "매니저는 돈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직업이다. 제자들도 매니지먼트라는 큰 울타리를 보면 좋겠다. 매니저는 연예인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다. 즉 콘텐츠를 만드는 경영직이지 보고 즐기는 직업은 아니란 뜻이다. 매니저를 꿈꾼다면 이 점을 확실히 생각했으면 한다"고 후배들에게 부탁했다.

도 매니저(위)와 유병재는 서로 다른 매니저의 삶을 그렸다. 실제 매니저의 현실을 이 둘 사이 어디쯤에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SNL 코리아 방송 캡처
도 매니저(위)와 유병재는 서로 다른 매니저의 삶을 그렸다. 실제 매니저의 현실을 이 둘 사이 어디쯤에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SNL 코리아' 방송 캡처

◆'도 매니저와 유병재의 삶 중간쯤?'

이쯤 돼서 다시 떠올려 보는 도 매니저와 유병재. '별그대' 도 매니저의 주요 업무는 천송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의 보디가드가 됐다가 법률 대리인도 되고 수호천사가 됐다가 사랑에 빠지는 연인이다. 자신의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매니저, 가장 황홀한 연애다.

반면 '극한 직업' 속 유병재 매니저는 아티스트에게 이유 없이 뺨 맞기 일쑤고, 차에서 내리는 스타를 위해 온몸 바쳐 계단이 된다. 자신이 케어하는 아티스트의 전화번호를 욕 섞인 이름으로 저장했다가 걸리는 날에는 또 비 오는 날 먼지가 되도록 맞는다. 그리곤 늘 펑펑 울며 아티스트를 욕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극과 극인 두 매니저의 삶이다. 과연 현실에 가까운 건 누구일까. 정답은 둘 다. 도 매니저처럼 자신의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매니저도 있고, 까마득하게 어린 연예인에게 갖은 멸시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와 매니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진석 기자
스타와 매니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진석 기자

김 교수의 말처럼 배우 김윤진은 2010년 자신의 매니저이자 소속사 대표인 박정혁 씨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두 사람은 2002년부터 배우와 매니저로 함께 일하다 2007년부터 연인 사이로 발전해 결혼에까지 골인했다. 배우 이선진도 2008년 매니저와 7년간 비밀 연애 후 결혼했다. 지난 2012년에는 배우 차수연이 판타지오 나병준 대표와 화촉을 밝혔다. 이들 외에 애즈원 멤버 크리스탈, 가수 장혜진, 배우 송서연, 빅마마 이영현 등이 매니저들과 평생을 함께하게 됐다.

유병재 같은 '굴욕'적인 삶을 사는 이도 종종 있다. 한 매니저는 과거 드센 성격의 여가수를 케어하며 보일러 관에 올라 벽을 탄 경험이 있다. 생방송을 앞뒀는데 집 안에서 문을 잠그고 연락을 끊은 것. 오래전 이야기지만 아직도 그는 여가수의 집 담벼락을 타던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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