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명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영화 포스터 |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인터스텔라'(각본 조나단 놀란 배급 워너브러더스)는 최근 가장 '핫'한 영화다. '믿고 보는' 크리스토퍼 놀란(44)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5일 밤 12시 개봉을 앞두고 예매 전쟁을 이끌 정도다. '인터스텔라'는 '다크 나이트'(2008년) '인셉션'(2010년) 등 큰 사랑을 받았던 놀란 감독의 전작들 때문에 기대치도 높지만 그 역시 충분히 만족하게 했다.
영화는 쿠퍼(매튜 맥커너히 분)의 시선에서 시작한다. 쿠퍼는 전직 파일럿이자 나사 엔지니어였지만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후 평범한 옥수수밭 농부로 살아간다. 그는 우연히 집 안에서 희귀한 현상을 발견하고 그 길로 인류를 구하기 위해 비밀리에 복원된 나사(NASA)와 힘을 합쳐야 할 운명에 놓인다.
쿠퍼와 아멜리아(앤 해서웨이 분)를 포함해 조직된 결사단은 인류가 새로 터전을 만들 수 있는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로 던져진다. 쿠퍼는 지구에 남아 있는 가족들, 특히 딸 머피(아역 맥켄지 포이/성인 제시카 차스테인)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떠난다.
주인공들이 '제2의 지구' 후보에 오른 행성들에 도착해서 겪는 에피소드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170분 가량의 긴 상영 시간을 참을 수 있는 것도 다양한 에피소드가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는 SF블록버스터 장르로 긴박한 우주 모험에 치우치지 않고 쿠퍼와 머피의 부녀간 잔잔한 가족애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어 지루하지 않다. 영화 전체를 큰 그림으로 봐도 차가운 우주 속 주인공들의 뜨거운 감정과 교류가 섞여 있다.
'인터스텔라'는 어려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대 대중적인 요소를 갖췄다. / 영화 스틸 |
또 공상과학영화지만 현실성을 강조한 점은 흥미를 끄는 요소가 됐다. 머지않은 미래에 황사와 병충해로 식량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지구가 더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됐다는 전제에도 현실 문제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담겨 있다. 이야기 배경뿐 아니라 모든 장면에 사실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도 돋보인다. 제작진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우주를 구현하기 위해 과학적인 접근에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는 '웜홀을 통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의 연구 이론을 바탕으로 깔고 있다. 킵 손은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해 각본상 과학적 지식을 거스르는 부분이 없는지 검토했다. 각본을 맡은 조나단 놀란은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상대성 이론을 위해 대학에서 4년간 공부까지 했다. 형체조차 상상할 수 없던 것일지라도 한 번 영상으로 전달되면 그대로 사람들의 생각에 심어진다는 것에 진정성 있는 책임감이 보이는 부분이다.
화려한 영상도 돋보인다. 그 외에도 실감 나는 화면을 위해 곳곳에 노력이 숨어 있다. 제작진은 극 중 쿠퍼의 집 앞에 펼쳐진 30만 평의 옥수수밭을 6개월 동안 직접 경작했다. 쿠퍼의 가족이 사는 전원주택도 세트가 아니라 실제로 건축했다. 여기에 35mm 카메라와 IMAX 카메라 촬영으로 섬세하고 생동감 있는 우주를 스크린으로 옮겨 더 큰 몰입도를 선물한다.
위기의 상황에 처했다는 이유로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식상한 러브 라인도 없고, 현실이 아닌 이야기들만 그리면서도 개연성 없는 전개가 없다. 영화는 결말에 다다르면서 절망에서는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희망을 보여주진 않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다. 막연한 결말이 아니기 때문에 발단부터 절정까지 모든 과정이 버릴 것 없이 촘촘히 짜여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인터스텔라'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두려운 우주 속에서 따뜻한 인류애로 감동을 선사한다. / 영화 포스터 |
물론 '인류를 구하라, 그리고 성공하라'는 특명을 받은 주인공들과 악인의 방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인공들 간 갈등과 해소를 담은 영웅담은 외화의 흔한 레퍼토리다. 또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12세 관람가라기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적 이론을 근거로 전개된다. 사건의 시초가 되는 쿠퍼 집안 내 중력의 비밀 역시 찝찝한 의문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초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색깔 있는 이야기를 더했기에 대중성과 개성을 동시에 잡았다. 과학 이론이 어렵다고 해도 우주의 신비를 담은 화면과 전개를 탄탄히 뒷받침하는 각본 내용으로 몰입도를 놓치지 않게 돕는다. 특히 감독 특유의 반전 후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인셉션'보다는 한결 친절해진 설명이 보태져 이해하기 수월하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로 그가 뛰어넘어야 할 라이벌을 자신으로 만드는 위엄을 보였다. 놀란 감독은 또 그를 넘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영상] 영화 '인터스텔라' 최종 예고편(http://youtu.be/JbekYAaSXy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