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해 26년간 대중과 소통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모두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지 못한 것일까.
365일 슬픔이 묻어있는 종합병원 중환자실이지만 27일 밤 서울 아산병원의 그곳은 소리 내 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비통함으로 가득 차 있고, 무거운 공기가 슬픔을 대변하듯 낮게 내리깔려 있었다. 신해철, 마왕이자 천재 음악가였던 그가 생전에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가늠케 했다.
27일 오후 8시 19분, 가요계의 큰 별이자 대중들의 기쁨 그리고 위안이었던 '마왕' 신해철(46)이 세상과 작별했다. 향년 46세. 모두가 그를 붙잡았지만 그는 애석하게도 끝내 눈을 뜨지 못했다. 신해철은 급작스럽게 그리고 매우 빨리 짧은 생을 마감했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날 밤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머물렀던 중환자실 복도와 주변 로비에는 적막함이 흘렀다. 일부 의료진이 분주했을 뿐이다. 관계자들과 고인의 지인들은 부재의 아픔으로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절차에 맞춰 장례식을 준비했다.
절친한 선후배자이자 육촌지간인 서태지는 고인의 사망 소식에 병원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장례 준비를 위한 유족 측의 요청으로 조문을 연기했다. 하지만 시나위 멤버 등 일부 음악인들은 밤새 병원을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앞서 신해철의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7일 오후 21시 40분쯤 보도자료를 내고 "신해철이 이날 오후 8시 19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아산병원의 말을 빌려 "22일 오후 2시쯤 응급실에 혼수상태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포함한 다양한 치료를 받은 신해철은 결국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신해철은 음악활동 외에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사회활동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더팩트DB |
◆ 17일부터 27일까지…마왕의 10일간의 사투
신해철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S병원에서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후 다음 날 퇴원했으나 지속적으로 가슴과 복부 등에 통증을 호소해 20일 새벽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후 입·퇴원을 반복하다 22일 오후 12시쯤 병실에서 쓰러져 1시쯤 심정지 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이어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위중해 오후 2시 서울 아산병원 응급센터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이날 오후 8시 3시간가량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수술 후 아산병원은 "본원 도착 후 원인 파악을 위해 각종 검사를 통해 복막염, 복강내고압, 심장압전(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 내부에 액채 혹은 공기로 인해 심장압박)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복강 내 장 유착 및 장 손상을 확인 후 장 절제 및 유착박리술을 시행하고 흉부외과와 협진 하에 심막을 열어주는 응급배액술 및 세척술을 시행하고 개방복부상태로 수술 종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술 후 혈압은 안정화돼 혈압상승제 없이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나, 의식은 전혀 없고 동공반사도 여전히 없는 위중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렇게 6일이 지났고 우리는 더는 신해철을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신해철은 지난 1988년 무한궤도를 시작으로 솔로와 밴드 넥스트로 26년간 아티스트로서 수많은 히트곡을 냈다. /더팩트DB |
◆ 신해철 무한궤도 넥스트 그리고 26년
신해철은 1988년 무한궤도(신해철 김재호 정석원 이동규 김재성)라는 팀을 만들어 MBC 제12회 대학가요제에 출연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받았다. 이로 인해 신해철은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발표했지만 무한궤도는 오래가지 못하고 해체됐다.
1990년 신해철은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와 이듬해 2집 '마이셀프'의 타이틀곡 '재즈카페' 를 발표하고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92년에는 밴드 넥스트를 결성하고 1집 '홈'을 발표했다.
이어 신해철과 넥스트는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1 비잉'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2 월드' '라젠카'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크롬스 테크노 워크' '모노크롬' 등 히트작들을 연속해서 내놓으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사이 신해철은 영화 OST 작업은 물론 윤상 등과 음악적인 협업을 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2000년에는 '비트겐슈타인'을 발표해 활동했다. 2005년에는 새로운 멤버들과 넥스트를 재결성해 5집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3'을 내놓았으며 2007년 솔로, 2008년 넥스트 앨범을 내고 잠시 공식 음악 활동을 쉬었다.
그리고 지난 6월과 9월 신해철은 솔로에 이어 넥스트로 다시 돌아왔다. 6년여 만에 활동을 재개한 솔로 정규 6집 '파트1-리부트 마이셀프'로 실험적인 정신을 이어갔고 9월 18일 '아이 원트 잇 올'(Demo 0.7)로 넥스트의 활동에 팬들의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10월 27일 이생에서의 음악 인생이 끝이 났다.
가수 신해철의 사망 소식에 연예계 동료들이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광진, 공지영, 나윤권, 허지웅 트위터 캡처 |
◆ "한국 록의 큰 별이 지다"…스타들의 애도 물결
그날 오후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이문세(55)는 자신의 트위터에 "결국 비보를 듣고 말았네요. 같은 스튜디오에서 방송하고 같은 무대에서 노래했던 해철이가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먼 길 떠난 날 하늘도 슬퍼합니다. 저 하늘 높은 어느 곳에선 이미 우리 모르게 눈물 떨구고 있겠지요. 이렇게…. 천재는 단명하나 봅니다. 부디…명복을 빕니다"라고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그룹 더 클래식의 김광진(51)은 자신의 트위터에 "신해철 님이 세상을 떠났군요. 우리 모두 그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의 노래와 많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라고 신해철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소설가 공지영(52)도 이날 "신해철 님의 명복을 빕니다. 삶과 죽음이 이토록 가깝군요"라며 "살아있는 동안 가진 것을 나누고 더 사랑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의 말을 여기 대신합니다. '천사는 지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라는 글로 신해철의 짧은 생을 위로했다.
후배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32)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고인이 떠나는 마지막을 배웅했다.
가수 나윤권(31·본명 황윤권) 또한 "좋은 음악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선배님. 편히 쉬세요. 명복을 빕니다"라며 선배의 가는 길에 애도의 글을 남기며 슬픔을 표현했다.
신해철과 친분이 두꺼운 평론가 허지웅(35)은 "...." 이란 트윗으로 신해철의 죽음에 허망한 심정을 표현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가수 정기고(34)는 "신해철 선배님의 소식에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제 인생에 남겨진 선배님의 음악들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고 남겼다.
그룹 스윗소로우의 성진환(33)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저 비통합니다"라는 말로 가슴 아픈 사망 소식을 위로했다.
가수 정재형(44) 역시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슬픕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이라고 적었다.
가수 윤도현(42)은 비보가 전해진 직후 "실감은 나지 않고 가슴은 멈칫멈칫하고 난 형한테 마음의 빚도 있고. 남은 가족분들은 얼마나 더 허망할까요?"라며 "한국 록의 큰 별이 떠나갔습니다 해철이 형 미안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가수 윤건(37)은 "한국음악계의 큰 별인 신해철 선배님을 애도하며 지금 선배님의 민물장어의 꿈을 듣고 있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영면하소서"라고 글을 남겼다.
방송인 이병진(45)은 "왜 이렇게 빨리 '얄리' 곁으로 가신 겁니까. 앞으로 해야 될 음악과 가족을 두고. 너무 안타깝고 슬픈 소식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인 송은이(41)도 자신의 트위터에 "신해철 오빠. 명복을 빕니다"라며 사망을 애도했으며, 2AM의 진운 역시 "아,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이럴 수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가희, 보아, 케이윌, 산이, 하하, 김소정, 현진영, 김부선, 조국 교수 등이 고인의 넋을 기렸다.
故 신해철이 생전 남긴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유언장이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MBN 방송화면 캡처 |
◆ 부재 뒤 더 큰 슬픔이 된 과거 유언장
신해철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가 생전에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남긴 유언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한 프로그램에서 신해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다하고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가 남기는 이야기 편지 또한 내 유언장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집안 친척 중에 급사한 분들이 몇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분 같은 경우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못 하더라"고 유언장을 작성한 이유를 공개했다.
이어 신해철은 "결혼 전 자살 충동의 경향이 굉장히 센 편이라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는데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는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됐다"며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고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했다. 이러한 유언장이 회자돼 누리꾼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가수 신해철이 수술을 받고 일어나지 못하자 서태지 김종서 싸이 윤도현 등이 병문안을 다녀가고 많은 스타와 팬들이 쾌유의 응원 메시지를 보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더팩트DB, KCA엔터테인먼트 |
◆ 향후 신해철의 장례 일정
유가족과 소속사는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에 빈소를 마련했다.
장례는 27일 기준으로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9시다. 장지 등과 관련된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다. 소속사는 유가족과 협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