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외모만 봐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배우 이종원(45)이 터프한(?) 입담으로 여배우들의 입가에 연거푸 웃음을 머금게 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는 새 주말드라마 '전설의 마녀'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네 명의 여자 죄수로 드라마를 이끌 한지혜 고두심 오현경 하연수와 극 중 그들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인물로 전인화 변정수 김윤서 등이 자리했다. 한눈에 봐도 '여배우 세상'이다.
이토록 빛나는 여배우들 사이에 우두커니 앉은 이종원은 강인한 이미지와 카리스마 있는 눈빛을 발산하다가도 금세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떼고 유머 감각을 발휘해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이종원은 과묵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제작 발표회 시작부터 분위기 메이커 역을 톡톡히 했다. 그는 앞 차례의 배우들의 길고 긴 인사말 끝에 겨우 마이크를 잡자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말문을 떼 첫 웃음을 터뜨렸다. 제작 발표회 오른쪽 가장자리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오래도록 기다려야 했던 그의 상황과 딱 어울리는 첫 인사였다. 사회자 역시 이종원의 재치에 "적절한 분량의 답변 감사하다"고 응수해 분위기를 살렸다.
또 이종원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역을 주로 해 차 뒷좌석에 앉아 있다가 자가운전을 하더니 이제 내가 운전대를 잡게 됐다"고 그가 맡았던 캐릭터 변화를 꼬집었다.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난스럽게 착잡해하는 얼굴은 그의 새로운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도리어 높였다.
특히 이종원은 취재진과 출연진 사이 질의응답만 오가는,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를 직설적으로 언급해 취재진의 웃음도 터뜨렸다. 그는 "기자분들 눈빛들이 불안하다"며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에 교도소가 나오고 어둡게 보이지만 '전설의 고향' 같은 무서운 드라마는 아니다"고 안심시키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주물렀다.
이종원과 극 중 러브 라인을 형성하는 오현경이 캐릭터 설명을 하던 중에는 돌연 "오빠 한 번 믿어봐"라고 자신 있게 외치며 듬직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뒤이어 '기가 센 여자 배우를 꼽는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오현경이 기가 세다. 사람이 아니라 캐릭터상으로 하는 말이다"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여기서 이야기하라는 말이냐? 있긴 있지만 말은 못하겠다. 마음속에 담아두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오현경은 "설마 나냐?"고 이종원을 몰아붙이며 즉석에서 투닥거리는 '커플 연기'를 펼쳐 색다른 광경을 연출했다.
취재 기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2부에서 사회를 맡게 된 이종원이다"고 소개하며 다른 배우들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정적을 어색하지 않게 했다. 갑자기 앞줄에 앉은 취재진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질문해라"고 '청춘의 덫'에서나 볼법한 '배우 눈빛'으로 뚫어지게 바라봐 등에 한줄기 식은땀을 선물하기도 했다.

선후배 동료 배우들, 그리고 취재진이 모인 자리에서 이종원의 센스 있는 언변은 천편일률적인 공식 행사가 아닌 당황과 웃음이 번갈아 오가는 놀이기구를 탄 듯한 여운을 남기며 드라마를 더욱 기다려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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