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엄마의 선택', 성폭행 가해자 편들기가 '가슴뭉클 모성애?'
입력: 2014.10.13 06:00 / 수정: 2014.10.13 02:26
엄마의 선택은 성폭행 가해자 어머니의 어긋날 모정을 가슴뭉클한 모성애로 잘못 포장했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엄마의 선택'은 성폭행 가해자 어머니의 어긋날 모정을 '가슴뭉클한 모성애'로 잘못 포장했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더팩트ㅣ이건희 기자] 언제부터 성폭행 가해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편을 드는 게 가슴뭉클한 모성애가 됐을까. SBS 2부작 특집 드라마 '엄마의 선택'은 현실반영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획 의도와 홍보 문구부터 잘못된 작품이었다.

12일 오후 2회 연속 방송된 '엄마의 선택'은 큰 잘못을 저지른 아들과 그런 아들을 감싸려는 엄마의 가슴 뭉클한 모성애를 그린 드라마로 알려졌다. SBS는 방송 전 기획의도가 담긴 보도자료를 연이어 배포했다. 특히 오현경과 티아라를 탈퇴하고 배우로 변신한 화영의 첫 지상파 정극 출연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서 극 중 유명 방송인 진소영(오현경 분)의 아들 진욱(지은성 분)의 큰 잘못은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이 시작되자 진욱은 서현아(화영 분)를 친구 경준(조윤우 분)과 함께 성폭행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의 선택 속 오현경은 극 중 아들의 성폭행 혐의를 벗기기 위해 위증까지 저질렀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엄마의 선택' 속 오현경은 극 중 아들의 성폭행 혐의를 벗기기 위해 위증까지 저질렀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소영은 성폭행을 당하고 길에 쓰러진 현아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널 이렇게 만든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설득까지 했다. 그러나 막상 그 가해자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민했다.

소영은 결국 아들을 택했다. 현아와 6년 전 인연을 끊은 그의 어머니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했다. 재판 기일이 다가오자 현아 어머니의 빚쟁이들을 이용해 2억 원을 주고 합의를 이뤘다. 뒤늦게 현아 어머니가 이를 후회하자 차를 타고 도망쳤다. 소영의 죄책감은 잠시였다.

소영은 아들을 위해 법정에서 위증까지 저질렀다. 결국 진욱은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현아는 절망했다. 사건 이후 현아 어머니는 죄책감에 자살했다. 이후 현아와 소영이 나눈 대화가 블랙박스에 녹화됐고 검찰이 이를 확보하면서 항소심에서 진욱은 징역 1년 6개월, 소영은 위증 혐의로 역시 징역형을 받으면서 '엄마의 선택'은 끝났다.

드라마 내용은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만한 일을 다뤘다. 고위층 자제의 악질 범죄와 이를 덮으려는 부모들의 어긋난 행동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결말 역시 성폭행에도 가벼운 형량을 받는 가해자들을 보며 잘못된 현실에 대한 분노를 이끌어냈다.

엄마의 선택은 성폭행 가해자와 위증을 한 그 어머니까지 죗값을 받는 결말로 끝이 났지만 성폭행 가해자 편을 드는 시각으로 사건을 다뤘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엄마의 선택'은 성폭행 가해자와 위증을 한 그 어머니까지 죗값을 받는 결말로 끝이 났지만 성폭행 가해자 편을 드는 시각으로 사건을 다뤘다. / SBS '엄마의 선택' 방송 캡처

그러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됐다.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성폭행을 감싸는 부모의 행동을 모성애로 포장했다. 홍보문에는 '가슴뭉클한' 이라는 수식어까지 사용하며 억지 감동을 자아내려 했다. 사람을 고용해 합의서를 받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부모의 행동을 어떻게 가슴뭉클한 모성애라고 가리킬 수 있을까.

특집 드라마인 탓에 '엄마의 선택' 홈페이지에는 아주 적은 시청자 의견만이 올라왔다. 반응은 차가웠다. "어디서 모성애를 느껴야 할지 공감할 수 없었다"면서 "차라리 막장 드라마를 만들라"는 지적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현실 반영은 이해하지만, 어떻게 이 내용을 가슴뭉클한 모성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이 많았다.

도대체 '엄마의 선택'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잘못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어떤 잘못도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려던 것일까. '엄마의 선택'은 SBS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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