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페퍼톤스 "10년 농사는 풍년, '하이파이브'는 한약이다"
입력: 2014.09.11 09:00 / 수정: 2014.09.11 08:29

페퍼톤스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하이파이브에서 밴드 음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안테나 뮤직
페퍼톤스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하이파이브'에서 밴드 음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안테나 뮤직

[더팩트ㅣ오세훈 기자] "5집 '하이파이브'는 한약이다."

데뷔 초반의 음악이 임상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효과 빠른 약이었다면 또래가 더욱 공감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하이파이브'는 체질 개선을 위해 은근히 힘을 발휘하는 한약과 같은 곡들의 집합체다.

20대에 시작해 이제 30대가 된 듀오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이했다. 2004년 발매한 '어 프리뷰'(A Preview)로 데뷔한 이후 크고 작은 변화를 계속하며 지금의 '믿고 듣는 음악'을 완성한 페퍼톤스는 '컬러풀 익스프레스' '뉴 스탠다드' '사운즈 굿' '비기너스 럭' 등의 앨범을 거치며 세련되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에 '신뢰'를 더했다.

"큰 히트곡 없이 그리고 큰 위기 없이 나름의 노래로 열심히 살아왔다. 업적은 없지만 생은 유지했다"는 페퍼톤스는 "티클 모아 태산을 만드는 작업을 해온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매 음반을 나름 순산한 것 같아 기쁘다"고 지난 10년을 되돌아봤다.

10년간의 농사를 풍년으로 지은 페퍼톤스의 향후 10년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운 날씨와 비가 쏟아지는 날씨가 변덕스럽게 어울리던 어느 여름날 강남에 위치한 소속사 안테나 뮤직에서 만났다.

음악 페스티벌의 단골 손님 페퍼톤스는 20대~30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안테나 뮤직
음악 페스티벌의 단골 손님 페퍼톤스는 20대~30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안테나 뮤직

◆ 음악 팬들과 마주하는 '하이파이브'

-새 앨범 '하이파이브'를 발표 소감은.
"선선한 바람 부는 맑은 날 산보하며 듣기 좋은 앨범이다. 그런데 발매하자마자 비가 와서 우울하다. 우린 '햇살 밴드'로 통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빗나갔다." (신재평)

-'하이파이브'를 소개해 달라.
"밴드 음악을 2년 했더니 이제야 좀 할만 하더라. 스스로 이제서야 기타리스트가 됐다고 생각한다. 2년 전 4집을 준비하며 당시 하고 있던 음악을 담으니 밴드 음악이 됐다. 이번 앨범도 그렇다. 가사는 생활 밀접형이 된 거 같다. 연주는 진짜 악기로 직접했다. 기존 앨범에서 편곡에 신경 썼다면 이번엔 녹음(레코딩)에 주안점을 뒀다. 덕분에 가장 비싼 장비가 컴퓨터에서 악기로 바뀌었다. 화려하고 촘촘한 사운드 대신 베이스·기타 소리 하나에 만족하고 감동하는 과정을 담았다." (함께)

-아티스트의 큰 노력, 신경 써서 듣지 않으면 대중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를수도 있다.
"가장 표면적인 변화나 성장을 느끼는 건 정서다. 대명제 안에서 디테일한 변화를 주면서도 말하는 태도나 방향은 그대로다. 물론 사운드나 기술적인 면까지 다 알아준다면 바랄 게 없지만, 우리가 의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신재평)

-처음으로 트리플 타이틀곡을 내세웠는데.
"셋 중에 어느 것을 타이틀로 정할지 선택하는데 실패했다. 일장일단이 정확하고 다 마음에 들어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말에 '모르겠는데'라는 답이 지배적이었다. 하나를 고를 바에야 그냥 다 하자고 생각했다." (이장원)

-장난처럼 따라다니는 보컬의 아쉬움, 이번엔 어떻게 대처했나.
"우리의 보컬 나름 만족한다. 듣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큰 변화도 시도했다. 이번 앨범에는 보정(오토튠)을 안 했다. 가창, 연주 녹음 모두 마찬가지다. 사람이 치는 것처럼 느낌을 살리고 싶었고, 칼 같이 예쁜 공산품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사용하면야 노래를 더 잘하는 것처럼 느끼겠지만 밴드 음악의 감칠맛이 반감되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생략했다." (이장원)

-'하이파이브'에 수록된 곡의 기준은 무엇인가.
"감탄을 안 한 곡은 앨범에 실리지 못했다. 서로가 작업한 곡을 들려줬을 때 '와 좋다'는 나오지 않았지만 작업이 끝나면 늘 나오는 말이 있다. 바로 '죽인다'." (이장원)

페퍼톤스는 집에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며 작업할 때가 아니면 사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테나 뮤직
페퍼톤스는 "집에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며 "작업할 때가 아니면 사적으로 만나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테나 뮤직

◆ 강산이 변하는 10년, 페퍼톤스도 변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소회를 밝힌다면.
"벌써 그렇게 됐다니, 망하지도 않고 잘 왔다고 생각한다. 10주년 가능할 거라 생각 못했다. 놀랍다." (함께)

-페퍼톤스는 지난 10년간 많이 변했나'
"24살에 시작해 34살이 됐다. 사람이 변했고, 음악도 변했다."(이장원)

-어떻게 변했나.
"매 앨범을 다르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1집에 비교해 2집은 급진적이고 독창적인 사운드 만들기 위해 기를 쓴 음반이고, 3집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웰메이드 음악이다. 4집은 밴드 음악이고 5집 올드하고 빈티지한 사운드를 넣었다. '하이파이브'는 우리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감없이 담아 봤다." (신재평)

-발표하는 앨범마다 팬들의 엇갈린 반응, 어떻게 받아들이나.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추구한 변화에 비하면 편차가 작았다고 생각한다. 호불호가 나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한다. 변화가 있으면 반응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이장원)

-시간이 지나며 음악색이 짙어져 마니악해지는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너무 마니악해지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악기 하나하나가 가진 진짜 맛과 재미를 알게 되니 간과할 수 없겠더라. 그래서 그런지 편성이 단조로워졌다. 외골수처럼 깊어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이유다. 와인 맛을 이제야 알았달까. 하하." (함께)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 페퍼톤스 음악, 지난 10년간의 음악을 토대로 5집을 정의한다면.
"5집은 한약이다. 20대 때 한 음악이 임상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효과 빠른 약이었다면 요즘 곡은 체질 개선을 위한 은근한 약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함께)

-10년간의 농사는 풍년이었나.
"안테나 식구들을 봤을 때 우린 연차 대비 많은 앨범을 냈다. 양적으로 풍년이다. 사실 우리도 열심히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하하. 그만큼 안테나 뮤직이 많이 게으르다. 하하." (이장원), "우리는 품팔이, 티클 모아 태산이다. 그래도 매 음반을 나름 순산한 것 같아 기쁘다. 우리 스스로 음악에 질리지 않기 위해 매 음반에 변화를 꾀했던 것 같기도 하다. 첫 앨범 잘 돼서 계속 그대로 했다면 질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했다. 함께 시작해 사라진 팀 많다. 맥주마시며 10년을 잘 버텼다. 업적은 없으나 생은 유지했다." (신재평)

페퍼톤스는 새 앨범 하이파이브 발매와 맞춰 클럽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안테나 뮤직
페퍼톤스는 새 앨범 '하이파이브' 발매와 맞춰 클럽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안테나 뮤직

◆ 가수 아닌 그냥 사람 이장원 신재평

-평소엔 뭐하고 사나
"공부 아니면 게임 같다. 게임을 많이하는 것 같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편은 아니다. 주로 혼자 집에 있는다." (이장원), "크게 재미있는 건 없다. 밥을 자주 먹는 거 같다. 하하." (신재평)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신앙으로 푼다." (이장원), "공연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지만, 공연을 하면서도 많이 해소하는 것 같다." (신재평)

-생각을 노래에 담는 작업 즐거운가. 곡을 만드는 즐거움이랄까.
"우리는 프로그래머 출신이다. 프로그래밍은 재미가 없다. 완성했을 때가 재미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만든 곡을 들려줄 때가 즐겁다." (함께)

-지난 16일부터 클럽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가.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다. 소리를 빽빽 지르고 엄청 뛴다. 무대가 점점 편안한 공간이 돼 간다. 함께 놀고 끝나는 느낌이 크다. 같이 한 번 죽어 보자는 생각으로 공연을 하는 것 같다." (함께)

-마지막으로 이번 활동 계획과 앞으로의 10년을 위한 다짐을 한다면.
"10년 차지만 영악하게 작전을 체계적으로 짜는 팀이 못 된다. 자연스럽게 활동할 것 같다. 10년 해서 느낀 점은 한 번 고꾸라지면 완전 끝이라는 것. 24세 때의 우리가 10년 후인 지금을 몰랐듯이 앞으로 10년도 모른다. 자연스럽게 살아가지 않을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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