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1mm 클로즈업] '재미지상주의'가 부른 강용석 '후폭풍'
입력: 2014.08.18 17:47 / 수정: 2014.08.18 17:47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4년 전 사석에서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더팩트DB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4년 전 사석에서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더팩트DB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결국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재미지상주의'가 부른 부작용이다. 방송인으로 변신한 강용석이 4년 전 문제로 다시 발목이 잡혀 인기 절정의 방송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강용석의 입담을 활용해 재미를 보던 방송사에도 역시 비상이 걸렸다.

강용석은 지난 12일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오성우) 심리로 진행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여전히 강 전 의원의 아나운서에 대한 집단 모욕죄는 성립한다고 본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강용석 전 의원은 1,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모욕죄로 보기엔 약하다"라는 이유로 강용석 전 의원의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난 3월 이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 꺼졌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앞서 강용석은 2010년 7월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토론회 뒤풀이 저녁 자리에서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줄 생각을 해야한다"며 "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 대통령도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 따갔을 것" 등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여자 아나운서들은 "수치심을 느꼈다"며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고 강용석은 이 사건으로 제명돼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강용석은 그 후에도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는 등 고소를 남발하면서 스스로 이슈메이커가 되는 것을 자처했다. 이 때만 해도 강용석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은 심했다.

하지만 케이블TV의 각 방송사가 그를 프로그램에 기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외국 유명 대학원 졸업과 변호사,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상품성, 걸쭉한 입담,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캐릭터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면서 '예능 대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 물론 그의 '이미지 세탁'에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의 구실이 큰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011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고소 집착남으로, Mnet '슈퍼스타K4'에는 도전자로 등장하면서 자신을 희화화하는 것도 마다치 않았다. 지난 2012년 5월 총선에서 낙선한 후에는 방송 활동에 전념했다. 2013년 2월 종편 JTBC '썰전'에 고정으로 합류하며 본격 방송인으로 거듭났다. 특유의 입담과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배경을 양념삼아 '정치예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썰전'이 초반 1%에서 이제는 3%대 시청률로 인기를 누리는 프로그램이 되는 과정에 강용석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강용석은 JTBC 썰전 등에 출연하며 방송가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활약하고 있다./JTBC 제공
강용석은 JTBC '썰전' 등에 출연하며 방송가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활약하고 있다./JTBC 제공

그 영향력을 발판삼아 다양한 프로그램에 얼굴을 보였다. 급기야 그해 10월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인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를 론칭하기도 했다.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의 여파로 선거에서도 낙선하며 비호감의 길을 걷던 그가 종편과 케이블의 날개를 달고 불과 1년 만에 방송인으로 전향하더니 어느덧 케이블 방송의 스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강용석은 현재 '고소한 19' '썰전'외에도 JTBC '유자식 상팔자' TV조선 '강적들' 등에 출연하고 있으며 tvN의 '더 지니어스3'와 '대학토론배틀 시즌5'에도 출연을 확정한 상태다.

사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경우 대중의 거부감으로 인해 일정 기간의 자숙 기간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강용석은 달랐다.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종편과 케이블에서 앞다퉈 그를 기용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강용석의 처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중의 시선이 덜 쏠리는 종편과 케이블에 출연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 역시 시청률과 이슈 생산 등을 위해서라면 논란의 주인공인 강용석을 기용해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리려던 속셈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강용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강용석은 지식과 입담을 모두 갖춘 방송인"이라며 "노이즈 마케팅의 수단이 아닌 진행 실력 등 방송인으로서의 실력이 워낙 탁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종편과 케이블의 비호(?)아래 스마트한 전문 방송인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진정한 반성 여부이고 그의 방송 출연으로 다시 한 번 마음에 생채기가 날 피해자들이다. 아직 여성비하발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다.

그가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들의 발등에는 이미 불똥이 떨어진 상태다. 이들은 "일단 공판 경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방송 활동 지속 여부는 선고 공판이 열리는 29일 이후로 미뤄 놓은 셈이다. 선고 공판에서 유죄 여부는 확정되겠지만 '재미지상주의'에 빠져 충분한 자숙의 시간과 진정 어린 사과와 해명의 기회를 놓친 강용석과 종편, 케이블이 만든 합작품에 다시 한 번 오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방송사는 '이미지 세탁소'라는 불명예에 대한 깊은 반성과 쇄신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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