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크박스] '몸으로 노래한' 레이디 가가, '상상 이상'
입력: 2014.08.17 08:00 / 수정: 2014.08.17 19:05

1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AIA 리얼라이프: 나우페스티벌 2014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AIA 제공
1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AIA 리얼라이프: 나우페스티벌 2014'에서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AIA 제공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터치 미 코리아, 터치 미 코리아, 터치 미!"

총천연색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가, 퍼포먼스의 괴물, 한국을 사랑하는 '마더 몬스터' 레이디 가가(28)가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작은 키, 괴상한 의상, 귀고리도 모자라 코걸이까지 했다. 평범한 외모를 벗어나 조금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투머치(too much)'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뜨겁게 그를 사랑한다. 가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고 충분하다.

환상적인 무대, 변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열정, 팬들을 향한 사랑은 '퍼포먼스 여왕'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여름 끝자락을 뜨겁게 불태운 '마더 몬스터'와 '리틀 몬스터'의 파티가 또 한번 총천연색으로 빛난 이유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AIA 리얼라이프:나우 페스티벌 2014'(AIA REAL LIFE:NOW FESTIVAL 2014)의 두 번째 날. 오후 1시 30분께 시작된 무대는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음악을 즐기는 팬들의 열정보다 뜨거울 순 없었다.

레이디 가가를 기다리며 공연 6시간 전부터 기대감에 부푼 리틀 몬스터/AIA 제공
레이디 가가를 기다리며 공연 6시간 전부터 기대감에 부푼 '리틀 몬스터'/AIA 제공

헤드라이너 가가가 등장하는 오후 9시가 다가오자 공연장은 관객들로 더욱 가득 찼다. 2만 여명(주최측 추산 기준)의 팬들은 무대를 가린 하얀 장막이 걷히길 기다렸고 뜨거운 함성을 쏟아냈다.

이번 공연은 세 번째 정규 앨범 '아트팝'(Artpop) 발표 이후 시작된 투어 '아트레이브: 더 아트 팝 볼'(artRAVE: The ARTPOP Ball)로 앞서 북미 순회와 도쿄 공연으로 여러차례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팬들을 찾는 가가의 내한은 2년 만이다. 특히 한국을 사랑하기로 유명한 가가와 직접 소통할 특별한 기회에 관객들의 눈은 더욱 밝게 빛났다.

황금 날개를 달고 등장한 레이디 가가. 가가는 첫 곡으로 세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인 아트팝을 선택했다./AIA 제공
황금 날개를 달고 등장한 레이디 가가. 가가는 첫 곡으로 세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인 '아트팝'을 선택했다./AIA 제공

'아트팝 볼' 무대의 화려한 막은 세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인 '아트팝'(ARTPOP)이 장식했다. 가가는 처음부터 강렬한 의상을 골랐다. 가슴 부분에 파란색 '볼을 달고 황금 날개를 단 그는 탄탄한 근육의 남성 댄서들이 만든 가마를 타고 등장했다. 장비의 문제로 10분 정도 늦어진 공연이었지만, 그의 등장으로 불만이 일던 공연장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아트팝'에 이어 '그리팅스 히메로스'(Greetings Himeros) '가이'(G.U.Y) 'DONATELLA'(도나텔라)를 연달아 열창하던 가가는 중간중간 과격한 비속어를 섞어가며 팬들의 흥을 돋우는 센스도 있지 않았다. 큰 눈을 부릅뜨며 팬들을 향해 "손 번쩍 들어!"라고 명령하는 가가의 카리스마에 무대 장치에 넋이 빠져있던 관객들도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번쩍 들었다.

'비너스'(VENUS)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오른 가가의 의상은 더욱 과감했다. 조개껍데기 상의와 티(T)팬티, 그 위에 입은 망사 스타킹은 가가만 소화할 수 있는 패션이었다.

'비너스'를 부르기 전 가가는 팬들에게 오랜만에 찾은 한국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내가 처음 한국을 찾은 게 5년 전이다. 여전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는 건 행운이다"며 "공연을 하기 전에 사우나에 들려 피로를 풀었다. 하지만 깜박 잊고 손톱 손질을 하는 걸 잊었네!"라고 말하며 '매니큐어'(MANICURE)를 부르기 시작해 폭소를 자아냈다.

가가의 히트곡 텔레폰 포커페이스 무대에선 관객들이 함께 따라부르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AIA 제공
가가의 히트곡 '텔레폰' '포커페이스' 무대에선 관객들이 함께 따라부르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AIA 제공

가가의 히트곡 퍼레이드도 이어졌다. '저스트 댄스'(JUST DANCE) '포커 페이스'(POKER FACE) '텔레폰'(TELEPHONE)은 혼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리틀 몬스터'와 함께 하는 합창곡에 가까웠다. '떼창'에 보답하는 가가의 선물은 하이파이브였다. 푸른 잔디밭으로 내려온 그는 높은 구두를 신고 비척비척 경기장을 뛰어다니며 팬들의 손을 잡았다.

무대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가가는 피아노 위에 앉아 연주실력과 가창력도 마음껏 과시했다. '도프'(DOPE)로 한층 달아오른 관객들의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힌 그는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노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눈물을 흘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미안하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사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한국인 출신으로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됐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 선물해준 한국에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친구 보경이가 콘서트에 와 있다. 그 친구를 굉장히 사랑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그대들이 게이든 양성애자든 그 어떤 것이든 평등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불합리한 것과 싸워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가가의 눈물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과감한 의상과 관객을 압도하는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한 레이디 가가./AIA 제공
과감한 의상과 관객을 압도하는 표정으로 무대를 장악한 레이디 가가./AIA 제공

감동적인 무대가 끝나자 다시 가가의 과감한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주다스'(JUDAS)를 부르기 전, 그는 무대 위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파격적인 시도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소 통통해진 그였지만, 여전히 당당한 태도는 섹시했다. 니플 밴드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가슴, 화려한 색의 가발을 쓴 가가는 "점프, 점프"를 외쳤다.

가가의 무대는 지난 2012년 내한보다 화려했다. 이번 투어에 참여한 인원은 밴드, 댄서, 스타일리스트 사운드 프로덕션 팀, 매니지먼트, 테크니션과 운전기사를 포함해 144명이다. 옷은 여덟 번, 가발은 여섯 번 갈아치웠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는 가가는 그만큼 열정을 다해 무대를 꾸미기에 비 오듯 땀을 흘려 눈화장이 지워져 더욱 기괴한 느낌을 자아냈지만, 그마저 가가는 메이크업으로 소화했다.

마지막 무대는 '집시'(GYPSY)가 장식했다. 흰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그는 '눈의 여왕'같은 새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크리스탈 바위를 연상하게 하는 세트에 오른 그는 얌전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려 마음을 가다듬었고 가가의 여성스러운 매력에 팬들은 감탄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날아든 큰 벌레가 문제였다. 가가는 노래를 준비하다 말고 "꽥"하고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내 민망했는지 "귀 옆에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며 이내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쉴 틈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레이디 가가는 엔딩곡 집시에선 파격적인 의상보다 차분한 흰색 드레스로 여성미를 과시했다./AIA 제공
레이디 가가는 엔딩곡 '집시'에선 파격적인 의상보다 차분한 흰색 드레스로 여성미를 과시했다./AIA 제공

의외의 귀여운 '마더 몬스터'의 매력에 팬들은 마지막까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양 손을 흔들며 호응했다. 한국을 사랑하는 여왕과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빚어낸 환상적인 무대가 여름의 끝자락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한편 15일, 16일 양일간 열린 'AIA 리얼 라이프:나우 페스티벌 2014'콘서트는 가수 레이디 가가, 싸이, 빅뱅, 투애니원, 에픽하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글렌체크, 시드니 샘슨, 미스나인, 로큰롤라디오, 트웬티 원 파일럿츠, Man With A Mission, 카제트, 크레용팝,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함께 꾸미는 페스티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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