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다원 기자]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 이지아가 서태지, 정우성 등 자신을 거쳐 간 남자 스타들을 언급하며 잠잠하던 이슈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경 고백을 빙자한 이지아의 주장만이 전파를 타며 사실 진위 여부도 큰 관심이 쏠렸다. 서태지와 '7년 감금설' '미성년자 동거설' 등 다양한 억측이 재생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요구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힐링캠프'란 제목이 무색하게 이지아의 힐링이 또 다른 이들에겐 상처가 된 셈이다.
'힐링캠프'는 그동안 물의를 빚은 스타나 루머에 휩싸인 스타들의 해우소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 반전에 성공한 이들도 있고, 방송 활동 재개의 신호탄으로 이용한 이들도 있었다.
송윤아와 재혼 과정에서 숱한 루머를 뿌렸던 설경구는 지난해 출연한 '힐링캠프'에서 자신을 향한 의혹이 오해였다며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욱 키웠을 뿐 불식시키진 못했다.
또한 송윤아 역시 지난 6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여자가 어느 날 되어 있더라"며 "병원에 가니 혈이 막혔다고 진단을 받기까지 했다"고 당시 고통스러웠던 심경을 토로했지만 넋두리에 지나지 않았던 해명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엔 부족했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이후 MBC 주말특별기획 '마마'로 결혼 6년 만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었지만 '힐링캠프' 출연은 그에게 '힐링'이 아닌 독이었다.

이외에도 일본 활동 당시 한국 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조혜련이나 친모와 법정 소송으로 시끄럽게 한 장윤정, 위안부 할머니 발언 파문을 일으킨 김구라 등도 시원한 해명 대신 구구절절한 사연만을 늘어놔 방송 직후 잡음을 다시 일으키기도 했다.
'힐링캠프'가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해간 건 1인 집중 해부 토크쇼란 프로그램 콘셉트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슈 인물을 모셔와 그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듣는다는 특성상 자극적인 사연을 지닌 사람이 섭외 1순위이고 그 이슈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만 들을 수밖에 없다는 시스템적 한계 때문에 '연예인 면죄부성 프로그램'으로 비난받는 것이다.
이번 이지아의 '힐링캠프'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서태지와 사건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이 부족했고, 이는 나아가 또 하나의 논란을 낳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하지 못한 이지아에게도 이번 논란의 책임이 있지만, '힐링캠프' 내의 태생적인 문제점도 사태를 키우는 데에 한몫한 셈이다.
그렇다면 '힐링캠프'가 시스템적인 한계를 개선한다면 앞으로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캠프'의 소통 방식 변화를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어느 쪽의 '힐링'이냐는 문제가 관건이다. 시청자의 '힐링'이 아닌 출연자만을 위한 '힐링'이기 때문에 논란이 나온 것"이라며 "출연자가 자기 생각만 토로하고 그걸로 '힐링'을 하기 때문에 일방향적인 소통 방식으로 보는 이가 불편해질 수 있는 한계점이 있다. 이젠 제작진이 프로그램 고유의 이런 소통방식을 제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힐링캠프'의 변화 가능성은 그리 높게 점쳐지진 않는 상황이다. 양방향 소통 구조가 이 프로그램 구성상 삽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연예인 1인 토크쇼의 극복하기 어려운 단점이기도 하다. '힐링캠프'가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대대적인 변화를 감행해야 할 것"이라며 "요즘은 말을 던지면 끝나는 게 아니라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시대기에 '힐링캠프' 뿐만 아니라 토크쇼 제작진이 이 점을 가장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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