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의 1mm 클로즈업] '변칙편성' 일요 예능, 본질 외면 '헛발질'
입력: 2014.08.04 17:07 / 수정: 2014.08.04 17:07

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편성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지만 시청률 순위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KBS MBC SBS 제공
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편성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펼쳤지만 시청률 순위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KBS MBC SBS 제공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두고 지상파 3사가 벌였던 '눈치 싸움'이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않아 방송가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조금이라도 일찍 시청자들의 채널권을 선점하기 위해 프로그램 시작 시각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지만 시청자들의 선택에는 변화가 없었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3일 방송된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1박 2일 시즌3)는 13.5%(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시간대에서는 1위를 차지한 수치다. MBC '일밤'(아빠?어디가!-진짜 사나이)은 12.7%를,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런닝맨)는 7.2%를 기록했다.

편성 논란을 벌인 후 2주째 성적표를 받아든 방송사들로선 씁쓸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방송 시작 시각만 바꾸면 시청률 순위를 뒤집을 것처럼 요란을 떨었지만 막상 결과는 시간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4시 20~30분쯤 느즈막히 시작하던 일요 예능은 슬금슬금 편성 시간을 확대했다. 결국 출발선은 4시까지 앞당겨졌다. 각 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일요 예능이 '절대 강자' 없이 혼전 양상을 벌이자 시작된 편성 전쟁이었다. 결국 3사는 빠른 편성을 공식화하며 '네 탓'임을 강조해 '진흙탕 싸움'의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뚜껑이 열린 1차 성적표는 방송 관계자들에게 허탈함을 안겼다. 가장 먼저 프로그램을 시작한 '일밤-아빠 어디가'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뒤이었던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하락하긴 했지만 소폭에 그칠 뿐이었다. 극적인 뒤집기는 물론 순위변동도 없었다.

SBS까지 방송 시간을 앞당겨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 4일 결과도 마찬가지다. 오후 4시 2분으로 가장 먼저 시작한 SBS '일요일이 좋다'가 지난 방송분 5.7%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최하위를 벗어나진 못했다. 오히려 4시 12분으로 가장 늦게 시작한 '해피선데이'는 지난 방송분 11.7%에 비해 1.8%포인트 올라 1위를 굳건히 했다. 4시 7분에 시작한 '일밤'은 12.7%로 2.3%포인트 올랐지만 역시, 순위 변동은 없었다.

3일 KBS2 해피선데이는 3사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시청률에서는 1위를 굳건히 했다. / KBS 방송 화면 캡처
3일 KBS2 '해피선데이'는 3사 중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시청률에서는 1위를 굳건히 했다. / KBS 방송 화면 캡처

불과 두 번이긴 하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많은 것을 얘기한다. 방송 3사의 뜨거웠던 편성 논란은 이들의 과도한 힘겨루기를 겸연쩍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일요 예능'이 춘추전국시대의 경쟁에 비유될 정도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콘텐츠의 질 향상이나 차별성을 위한 노력을 배제한 채 벌인 유치한 싸움의 결과물이라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편성 논란을 벌이는 통에 고무줄처럼 늘어난 방송 시간은 결국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떨어지게 했다. 온라인 상에는 시간 때우기 식으로 늘어진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이 보내는 질타의 목소리들이 감지된다.

한 시청자는 "장윤정 가족이 출산하는 과정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 콘셉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며 "시간 때우려고 몇 주간 방송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다른 시청자 역시 "예능 프로그램에 방송 분량 늘리려고 억지 설정들이 자주 등장한다"며 "처음의 취지를 잊고 게스트 출연 등으로 프로그램 목적이 희석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3일 방송분에서 '룸메이트'에는 쌩뚱맞은 대만 스타가 등장해 시간 때우려는 수법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장윤정 가족을 찾아 도경완과 신경전을 벌이는 박현빈이 출연해 재미보단 산만한 분위기를 풍겼다.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의 질이 하향평준화 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시청률로 모든 것을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편성 경쟁이 승자 없이 제살만 깎아 먹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결국 시청자들의 리모컨은 콘텐츠에 따라 갈릴 뿐, 편성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평가절하한 방송사들이 책임을 질 차례가 아닌가 싶다.

정답은 콘텐츠에 있다. KBS는 신선한 출연진이 포진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1박 2일 시즌3'의 부활로 '일요 예능 왕좌를 되찾았고 MBC는 탄탄한 고정 시청자층을 가진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가 있다. SBS는 '룸메이트'로 예상 밖의 부진을 겪고 있고 이젠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런닝맨'이 꼴찌의 요인일 뿐이다. 편성 시간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젠 방송 시작 시각의 '꼼수'로 잡음을 생산하면서 대중들에게 불필요한 피로감을 안길 때가 아니다. 영원한 1인자가 있을 수 없듯,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노력만이 풍성한 시청률로 결실을 볼 것이다.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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