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진부한 전개로 아쉬운 종영을 맞이하고 있다./MBC 제공 |
[더팩트 | 이다원 기자] SBS 흥행 대작 '올인' 제작진이 오랜만에 뭉친다는 소식은 방송 전부터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이범수 김재중 임시완 등이 가세한 스타급 라인업은 전작인 MBC '기황후'의 뒤를 이을 만큼 가공할 만한 힘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여니 '빛 좋은 개살구'였다.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진부한 전개와 식상한 설정으로 높은 시청률을 얻기는 커녕 '올인'의 그림자조차 지우지 못했다.
'트라이앵글' 속 여러 갈등들이 마지막회에 모두 풀리면서 산만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트라이앵글' 방송 캡처 |
29일 오후 방송된 '트라이앵글' 마지막회에서는 윤양하(임시완 분)가 현필상(장동직 분)과 고복태(김병옥 분)의 사주로 목숨을 잃은 가운데 남겨진 두 형제 장동수(이범수 분)와 허영달(김재중 분)이 동생의 죽음을 복수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윤양하는 카지노 경영권을 노린 현필상과 고복태 무리들에게 피습당했다. 마침 낌새를 눈치챈 장동수와 허영달이 동생을 구하러 갔지만 그는 날카로운 칼에 찔려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장동수와 허영달은 윤양하를 끌어안고 복수를 다짐했지만 "윤회장은 날 길러준 사람이다. 아버지 두 번 잃고 싶지 않다"는 유언에 마음이 흔들렸다. 결국 두 사람은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마음 먹었고, 장동수가 직접 윤회장을 찾아가 참회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윤회장은 자신을 찾아온 장동수에게 "난 너희에게 잘못을 빌 이유가 없다. 윤양하가 죽은 건 너희가 내 앞길을 막아서 그런 것"이라는 뻔뻔한 말을 내뱉었다. 대책 없는 그의 행동에 장동수는 다시 한 번 절망했다.
김병옥(맨 위)과 장동직(가운데)이 김병기의 비리를 폭로한다며 압박하고 있다./'트라이앵글' 방송 캡처 |
그 사이 현필상이 윤회장의 협박에 못이겨 검찰 자진 출두를 결정했고, 밀항에 실패한 고복태도 부하의 배신으로 경찰에 붙잡히며 사건 해결에 가속이 붙었다. 현필상과 고복태는 조사를 받다가 풀려날 희망이 없는 걸 깨닫고 윤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며 모두를 파멸로 밀어넣고자 했다.
이 소식에 윤회장은 막을 수 없이 무너져 버렸다. 자신을 찾아와 "회장님이 지키려고 했던 게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거냐?"는 장동수의 일침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숨겨뒀던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 결국 악의 축이었던 윤회장 세력은 30분도 안되는 러닝타임 속에서 쉽게 처단됐고, 허영달은 대정 카지노의 새로운 대표가 돼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트라이앵글'은 이처럼 이루지 못한 뜨거운 형제애와 카지노를 둘러싼 암투, 여기에 러브라인까지 단 1회 만에 해결하며 산만하게 끝을 맺었다. 보는 이도 숨이 가쁠 정도였다. 겜블러, 주먹 세계, 상류 사회, 사랑, 형제애 등 풀어야 할 얘기가 너무 많았고 정해진 시간에 끝내야 하니 누구나 예상한 식상한 전개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의 욕심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트라이앵글'은 앞서 '올인'과 비슷한 설정인 카지노 얘기로 얼마나 다른 내러티브를 만들어낼지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나 형만한 아우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 사례가 되고 말았다.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 폭력 도박 재벌 음모 등 11년 전 방송된 '올인' 속 단골 소재가 여지없이 등장했지만 시대 변화는 반영하지 못했던 것. 그동안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은 촌스러운 극 전개에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예상하던 이 작품이 방송 중반 꼴찌로까지 추락해 시청률에 허덕였던 것도 바로 이를 증명하는 예다.
'올인'의 재림일 줄 알았던 '트라이앵글'은 그렇게 씁쓸한 마지막을 고했다. 많은 얘기를 풀어내려던 제작진의 큰 욕심에 김재중 이범수 임시완 카드가 제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