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건희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에 깜짝 스타는 없었다. 그라운드의 선수는 물론, 월드컵 특수를 이용한 특집 프로그램들 또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면서 '월드컵으로 뜬 스타'는 탄생하지 않았다. 다만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 해설위원들만이 논리적인 상황 분석과 재치있는 어록으로 관심을 모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목받은 해설자로는 이번 대회부터 새롭게 해설 대열에 합류한 '2002월드컵 스타' 이영표(37)와 안정환(38)을 꼽을 수 있다.
◆ '점쟁이 문어' 이영표, KBS의 구세주
KBS는 월드컵 직전 일어난 노조 파업과 기존에 축구를 중계하던 베테랑 캐스터들의 전출 인사 발령 등의 내홍으로 지상파 3사 가운데 브라질 월드컵 중계 전쟁에서 가장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한 개막전에서도 KBS는 다른 방송사들을 제치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이 모든 걸 뒤바꿨다. 선수 은퇴 후 KBS 축구 해설위원으로 나선 이영표였다. 이영표는 32강 B조 첫 경기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족집게 해설'로 진가를 발휘했다. 강팀들의 경기인 만큼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으나 이영표는 단호하게 "스페인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무려 0-5로 패했다.
이영표의 활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와 일본의 경기 결과를 2-1로 맞췄다. 특히 한국의 첫 경기인 러시아와 경기에서 "이근호가 첫 골을 넣을 것"이라는 예상도 그대로 적중했다. 러시아전 이후 이영표는 "예언 그만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틈틈이 그가 전망하는 예상은 계속 정확했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경기 결과를 예측했던 문어 파울의 별명 '점쟁이 문어'를 그대로 넘겨줬다. '작두 해설'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영표의 정확한 예측으로 KBS는 승승장구했다. 지상파 3사가 사활을 걸었던 한국 경기는 KBS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른 중요한 경기 역시 KBS가 시청률 대결에서 많이 웃었다.
그러나 이영표의 활약은 예측에 그치지 않았다. 냉철한 해설이 그의 특징이었고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한국 대표팀이 2-4로 알제리에 패하자 무기력한 경기력을 지적하며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다른 나라 경기에서는 세세한 선수 분석에서 나오는 해설로 축구 팬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어록 제조기' 안정환, '아빠 어디가' 효과 '톡톡'
MBC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활약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쌓은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조합으로 월드컵 중계에 나섰다. 비록 KBS에 밀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아빠 어디가' 효과는 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수많은 어록을 만들어낸 안정환이 있었다.
안정환 역시 이번 월드컵이 첫 해설 도전이었다. 월드컵 전 주요 평가전에서 김성주 송종국과 호흡을 맞췄지만, 과연 월드컵에서도 그의 입담이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세 사람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쌓은 친분과 호흡으로 듣기 재밌는 중계방송을 만들었다.
MBC는 세 사람이 맡은 임무가 확실했다. 김성주가 전체적인 경기 상황 등을 중계하고 수비수 출신인 송종국이 경기하는 팀들의 수비에 대해 짚어줬다. 역대 월드컵에서 3골을 기록한 안정환은 공격에 대해 언급하는 식이었다. 전문적이고 각 포지션들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환은 비속어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입담으로 어록을 만들었다. 그의 어록은 축구 팬들과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 이영표 안정환의 베스트 어록은?
이영표 : "월드컵은 경험하는 무대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
이영표의 중계 코멘트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건 한국이 벨기에에 패하고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에 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탈락이 확정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하자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월드컵은 경험을 쌓으러 나오는 곳이 아니라 경험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축구 팬들은 그의 한마디에 "속이 다 시원하다"며 공감했다. 이 발언으로 이영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으며 KBS는 굳건하게 시청률 정상을 지킬 수 있었다.
안정환 : "공 맞아도 안 죽는다"
안정환은 한국 대표팀이 적극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않을 때마다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이 자꾸 피하는 기색을 보이자 "공 맞아도 안 죽는다"며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를 주문하며 재미와 충고를 동시에 잡았다. 그러나 그가 항상 재미를 위해 어록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는 "실력을 키우고 정신력을 이야기해라"라며 16강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또 시간을 끄는 상대 선수를 향해서는 "왜 운동장에 눕나.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야지"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심판의 애매한 판정에는 "내가 심판 봐도 더 잘하겠다"라는 직설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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