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th 칸 현장통신] 송혜교, 오우삼 그리고 왜 '태평륜'이었나 (인터뷰)
입력: 2014.05.19 00:39 / 수정: 2014.05.19 08:26

배우 송혜교가 영화 태평륜 제작발표회로 칸을 찾은 가운데 국내 매체와 인터뷰했다./칸=이새롬 기자

배우 송혜교가 영화 '태평륜' 제작발표회로 칸을 찾은 가운데 국내 매체와 인터뷰했다./칸=이새롬 기자

[칸(프랑스)=김가연 기자] 배우 송혜교(32)가 칸을 찾았다.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The Crossing, 더 크로싱)을 들고서다. 지난 2008년 칸 국제영화제 당시 오우삼 감독은 '1949'란 제목으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원래 예정에 없던 송혜교가 깜짝 등장해 많은 취재진의 관심을 샀다. 우여곡절을 반복한 '태평륜'은 결국 6년 만에 제작발표회로 다시 칸을 찾게 됐다.

이 때문에 송혜교도 우연하게 같은 영화로 2번이나 칸을 찾는 셈이다. 18일(이하 현지 시각) 송혜교는 67번째 축제가 한창인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 해변에 있는 식당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송혜교는 '태평륜'과 함께한 뒷이야기를 살짝 털어놨다. 맛보기였지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높이기엔 충분했다. 송혜교가 짧게 털어놓은 '태평륜' 그리고 오우삼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영화 태평륜이 칸 국제영화제 기간동안 현지에서 홍보 행사를 하고 국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살 예정이다./칸=이새롬 기자
영화 '태평륜'이 칸 국제영화제 기간동안 현지에서 홍보 행사를 하고 국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살 예정이다./칸=이새롬 기자

◆ "오우삼 감독이 드라마를 한다면…"

'태평륜'은 지난 2008년 칸 국제영화에서 '1949'란 이름으로 제작발표회를 했다. 한때 제작이 무산될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쳤고 지금은 한창 후반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는 추석에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 때 제작발표회를 하고 나서 바로 촬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몇 년 후에 하게 됐는데 다행히 제가 하는 일에는 지장이 없었죠. 저도 마냥 붙잡아 놓을 수는 없었으니까요.(웃음) 촬영은 길었지만, 배우들이 워낙 많아서 서로 빈 시간 없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일정을 조율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이 영화가 어쩌면 제작이 안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촬영을 마치고 이렇게 칸에 와서 개인적으로 기뻐요."

송혜교는 이례적으로 오우삼 왕가위 등 중국 거장과 연이어 촬영했다. 왕가위 감독과는 '일대종사'로, 오우삼 감독과는 '태평륜'으로 함께했다. 두 명의 중국 감독과 한국 배우와 함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는 두 감독을 어떻게 생각할까.

"오우삼 감독이 더 한국적인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나이도 아버지뻘이고….(웃음) 제가 외국에서 촬영하는데 적응을 못 할 때 많이 챙겨주셨어요. 반면 왕가위 감독은 외삼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친구 같아요. 제가 평소 해보지 않았던 모습들을 하나하나 꺼내주시죠. 제 전작에 보였던 모습들이 보이면 왕가위 감독은 바로 '아니다'라고 하세요. 본인이 무조건 저한테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고 하세요.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배우로서, 개인적으로, 정말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배우 송혜교가 중국의 거장 오우삼과 왕가위와 함께한 소감을 이야기해 눈길을 끈다./칸=이새롬 기자
배우 송혜교가 중국의 거장 오우삼과 왕가위와 함께한 소감을 이야기해 눈길을 끈다./칸=이새롬 기자

17일 한 호텔에서 열린 '태평륜' 제작보고회에서 3분가량의 예고 영상이 공개됐다. 서사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예고 영상은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충분했다. 송혜교 역시 오우삼 감독이 가진 드라마적인 부분이 영화에 많이 녹았다며 기대치를 높였다.

"아마 '태평륜'은 보면 오우삼 감독님의 주특기는 액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랑이야기도 끌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선굵은 남성적인 영화를 하는 사람인데 세세한 감성도 잘 건드린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아요. (역할을 위해서) 감독님이 특별히 주문한 것은 없어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미리 많은 이야기를 해서 막상 촬영할 때는 어려움이 없었죠. 제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잘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 때마다 지적해주셨던 것 같아요."

태평륜에서 황효명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송혜교.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회상한다./칸=이새롬 기자
'태평륜'에서 황효명과 부부로 호흡을 맞춘 송혜교.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고 회상한다./칸=이새롬 기자

◆ "'태평륜' 중국어 대사 스트레스였다"

송혜교가 '태평륜'에서 맡은 역할은 부잣집 금융가의 딸로 티 없이 맑고 밝은 저우윈펀이다. 남편을 잃고 어려운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성장해나간다. 송혜교는 영화 대사를 중국어로 소화했다. 언어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송혜교는 부담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욕심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일대종사'는 화면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태평륜'은 대사가 많아요. 중국어로 모두 소화를 해야 해서 힘들었죠.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웃음) 선생님께도 배우로 배우면서 익숙해지니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자신 없어서 목소리도 작아졌는데 이제는 뻔뻔하게 중국어로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다행히 함께한 배우들이 잘한다고 격려해주니까 다행이었어요."

국외 촬영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오히려 '일대종사' 촬영을 할 때가 정말 힘들었어요. 촬영도 중심부가 아니라 시골 같은 곳에서 했는데 촬영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거든요.(웃음) 그 때 많이 외로웠죠. 지금 촬영장은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힘들고 환경도 낯설고 그러다 보면 주변에 맛집을 찾아가서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죠."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장쯔이 금성무 황효명 등과 함께 호흡했고 황효명과는 부부를 연기했다. 중국 배우들과 호흡은 낯설지 않았을까.

"황효명은 굉장히 매너가 좋았어요. 현장에서 매우 편안하게 해줬어요. 낯선 환경이 많았지만, 황효명이 많이 배려해 준 것 같아요. 금성무는 과묵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현장에서 봤을때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장쯔이와는 워낙 친분이 있어요. 지인들과도 친구여서 친해요. 제가 북경에 가면 그렇게 잘 챙겨주세요(웃음). 언니 동생하면서 지내죠. 배우들끼리 호흡은 정말 좋았어요."

할리우드 진출은 욕심내지 않는다는 그는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칸=이새롬 기자
할리우드 진출은 욕심내지 않는다는 그는 차기작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칸=이새롬 기자

◆ "할리우드 욕심? 영어를 잘 못해서…"

송혜교는 지난달까지 강동원과 '두근두근 내인생'(감독 이재용)을 촬영했다. 영화는 추석에 개봉할 예정이다. '태평륜'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가리지 않고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말한다.

"운이 좋게 칸까지 오게됐지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작품을 하다보면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있고 좋은 감독님과 연이 닿으면 하려고요. 팬들은 중국 영화를 하면 왠지 한국 작품에 소홀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작품 중간에 길게는 1년정도 시간이 있잖아요. 그 시간에 중국에서 활동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중국에 와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카메라에서 많이 떨어져서 연기하는 것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어디서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많은 배우의 할리우드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중화권 시장을 장악한 송혜교. 할리우드 진출도 노려볼만한데 그는 지금은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는다.

"할리우드 진출요? 제안도 없었고 솔직히 욕심도 없어요. 영어도 안 되는데…(웃음) 제가 가서 어떻게 하겠어요"

cream0901@tf.co.kr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