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기자] '밀회'는 불륜 미화 드라마가 아녔다. 김희애와 유아인은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들만의 행복과 사랑을 찾았다. 겉으로 보기엔 초라한 두 사람이었지만 진짜 행복은 번지르르한 겉이 아닌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13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 마지막회에서는 교도소에 수감돼 죗값을 치르는 오혜원(김희애 분)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오혜원은 검찰에 서 회장(김용건 분)의 페이퍼 컴퍼니 관련 자료를 넘기며 불구덩이 속에 뛰어 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오혜원의 결정은 무모해 보였지만 그에겐 큰 결정이었다.
자신이 먼저 끊지 않으면 평생 서 회장 일가의 시중만 들 수 밖에 없기에 힘든 결단을 내린 것. 오혜원은 법정에서 최후 변론으로 자신의 생각을 소탈하게 털어 놨다.
그는 "오직 내 자신에게만 집중하려 한다. 내가 행한 모든 범법행위는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나의 선택이었다"며 "덕분에 내 능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호사를 누렸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누린 것은 내 능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며 "그래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포기한 음악의 세계에서도 힘을 행사하고 싶었다"고 읊조렸다.
오혜원은 "한 사람을 만나고 나서야 놓치고 산 것들을 돌아보게 됐다"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욕망하며 자신을 학대한 지난 과거에 대한 참회의 눈물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소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뜻대로 받겠다"며 서 회장 일가 사이의 상하관계를 완전히 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비쳤다.
이선재(유아인 분)는 참관인으로 앉아 그런 오혜원에게 눈빛과 온 마음을 다해 응원을 보냈다.
이후 오혜원은 교도소에 수감됐고, 수감자들로부터 머리를 잘리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오혜원은 오히려 짐을 내려 놓은 듯 그 와중에도 코를 골며 잠을 청하는 등 평온하기만 했다.
그의 내려놓음은 사랑으로 자신을 변화시킨 이선재에게도 향했다. 오혜원은 면회 온 이선재에게 " 나 잊어도 된다. 너는 할 일을 다했다"며 "사랑해줬고 다 뺏기게 해줬다. 내 의지로는 못 했을 일인데 그래서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선재는 "그래도 같이 한 번은 살아 봐야 된다"며 오혜원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전했다.
권력과 돈에 눈이 멀어 젊음과 사랑도 포기했던 오혜원은 모든 욕심을 내려 놓은 채 자신의 자아를 되찾았다. 거기에 순수하게 사랑을 보내주는 이선재와 사랑도 굳건해졌다. 그런 오혜원은 막강한 권력도 화려한 자리도 없었지만 어느 때 보다 평안한 표정으로 봄 햇살을 맞으며 희망을 꿈꾸기 시작했다.
'밀회'는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과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다. 하지만 극 중 20살 연상연하라는 설정과 오혜원이 유부녀라는 이유로 방송내내 불륜 미화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밀회'는 마지막회에서 자신을 개처럼 부린 서 회장 일가에 대한 오혜원의 통쾌한 복수를 그린 것이 아닌 오히려 오혜원이 자신의 죗값을 겸허하게 책임지는 자세로 뒤늦지만 진정한 행복 찾기에 나서는 과정을 그리며 메시지를 전했다.
'밀회'가 남기고자 했던 것은 겉만 쫓으며 정작 내면의 행복감은 알지 못하는 현 시대에 대해 물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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