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프리즘] 축제 사라진 5월, 공연형 가수들은 '생계 곤란'
입력: 2014.05.06 08:00 / 수정: 2014.05.06 09:36

인디 뮤지션들의 희망인 5월 여러 축제가 세월호 참사로 연기되거나 취소돼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새롬 배정한 기자
인디 뮤지션들의 희망인 5월 여러 축제가 세월호 참사로 연기되거나 취소돼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새롬 배정한 기자


[박소영 기자] 어느 해보다 조용하게 5월이 시작됐다. 연초부터 손꼽아 기다린 1일부터 6일까지 황금연휴에도 전국이 차분하다. 지난달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에 추모 분위기는 여전하다. '축제의 달' 5월이라지만 흥겨운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본격적으로 축제를 준비해야 할 대학가와 가요계는 앞다투어 이벤트를 취소했다.

지난달 30일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는 "올봄 대동제는 2학기로 연기됐습니다. 전야제 및 응원제, 한양가요제 등 총학생회 주관 행사는 1학기가 아닌 2학기에 진행할 예정입니다"고 알렸다. 사회 구성원인 대학생으로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애도의 분위기에 동참해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표현이자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

서울대학교 역시 "13일부터 15일까지 계획했던 대동제를 취소하고 가을에 축제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립대학교도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의 행사를 가을로 연기해 동아리연합회가 주관하는 축제와 함께 진행한다. 연세대, 중앙대, 고려대, 국민대, 이화여대, 성신여대, 한성대 등이 5월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경기 및 다른 지역 대학교들도 마음을 같이 했다.

학생 간부들은 학내 여론을 수렴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했다. 대학 축제 공연과 행사를 바라보던 공연현 뮤지션들이 한순간에 설 곳을 잃었다. 탄탄한 팬덤의 아이돌이야 컴백을 연기하면 그만이지만 공연형 가수들에게는 대학 축제라는 소중한 공간이 하루아침에 모조리 사라진 셈이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공연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문병희 기자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공연 개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문병희 기자

'잘 노는 이들'이 모이는 대규모 페스티벌도 줄지어 취소 공지를 알렸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 측은 지난달 23일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애도에 동참하는 의미로 올해 페스티벌 개최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헤드라이너를 포함한 10여 팀의 해외 라인업과 30여 팀의 국내 라인업을 이미 섭외한 상태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인 까닭에 지역 주민 품기를 우선으로 뒀다.

또 수유에서 열리기로 한 록 페스티벌도 취소됐고 '그린플러그드 2014'도 6월로 날짜를 옮겼다. 어린이날 수원에서 음악 팬들을 맞으려 했던 '서프라이즈 K팝 콘서트' 측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콘서트를 취소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예고된 아시아 최초 DJ 중심 댄스 축제인 '월드DJ페스티벌'도 불가피하게 취소됐다.

K팝 가수들이야 다음 달 마련된 '드림콘서트' 무대를 노리면 된다지만 록 밴드나 DJ들, 인디 뮤지션과 신인들 등 소위 '생계형 가수들'은 이런 공연 하나하나가 아까울 터. 하지만 이들은 기꺼이 추모의 뜻을 기리며 다음 무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따뜻한 봄날, 팬들과 소중하게 꾸밀 추억의 공연을 잠시 뒤로 기약하고 있다.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의 뜻을 밝히며 올해 행사를 축소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연 하루 전 고양시는 일방적으로 페스티벌을 취소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제공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세월호 침몰 사고 애도의 뜻을 밝히며 올해 행사를 축소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연 하루 전 고양시는 일방적으로 페스티벌을 취소했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제공

그런데 황당한 취소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26~27일과 3~4일, 2주에 걸쳐 4일 동안 고양 아람누리에서 펼쳐질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공연 하루 전 돌연 취소된 일이다. 고양문화재단은 공연을 24시간도 남겨두지 않고 주최 측인 민트페이퍼와 공연 티켓을 예매한 팬들에게 취소 공지를 날렸다. 역시 사유는 세월호 참사로 전국이 추모 분위기인데 음악 페스티벌 진행은 어렵다는 뜻이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내용이지만 하루 전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들이 단체로 뿔이 났다. 가수 오지은은 지난달 25일 트위터에 "그들이 정의한 '뷰민라'가 이렇다. 맥주 제공이란 헛소리에 웃음이 나고 우리의 음악을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에 모멸감이 든다"고 발끈했다. 요조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 아니 음악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라는 글로 씁쓸한 심경을 내비쳤다.

슈퍼키드, 참깨와 솜사탕, 오지은, 스윗소로우 등 여러 뮤지션들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공연 하루 전 취소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남윤호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더팩트DB
슈퍼키드, 참깨와 솜사탕, 오지은, 스윗소로우 등 여러 뮤지션들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가 공연 하루 전 취소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남윤호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더팩트DB

이와 관련해 인디 뮤지션 측 관계자는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5월 축제나 장르별 페스티벌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돼 기획사나 아티스트에게 오는 타격이 크다. 뮤지션 한 팀 같은 경우에는 스케줄 20개가 날아갔다. 가정이 있는 멤버 같은 경우에는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다. 한 달간 공연이 통으로 없어지니 설 무대가 없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디 뮤지션의 경우에는 1~2월 비수기 동안 열심히 음악 작업을 해서 3월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5월 축제로 팬들 앞에 서는데 무대가 통째로 사라져 금전적이나 심적으로 매우 고통받고 있다. 음악으로 치유하고자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침몰 사고 수색 작업이나 공연계 기근 현상 등) 여러모로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뷰티풀 민트 라이프'나 '안산밸리록페스티벌'처럼 대형 공연이 없어져서 가수들의 허한 마음이 가장 크다. 팬들 역시 공연형 가수들을 볼 무대가 적어져 아쉬워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인 재난에 서로 마음을 다독이려 한다. 쉬게 된 기간 동안 음반 작업을 더 면밀하게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이다"고 귀띔했다.

김C는 지난달 '뷰티풀 민트 라이프' 취소 소식에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음악으로 위로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은 흥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작두타는 점쟁이에게 음악이 없다면 작두타기는 불가능하단 얘기도 들었다. 즐거움뿐만 아니라 위로가 필요할 때도 음악은"이라는 트윗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공연으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위로해 주려던 가수들. 무대가 없어진 지금의 그들을 누가 어떻게 위로해야할까.

comet568@tf.co.kr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