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홍석천 "'톱게이'로 13년 만에 제자리 찾았죠"
입력: 2014.05.05 08:30 / 수정: 2014.05.04 20:13
홍석천이 13년 만에 돌아온 전성기를 두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13년 만에 돌아온 전성기를 두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 이다원 기자] "13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요? 정말 감사할 뿐이죠.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거죠.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해준 용기 있는 제작진과 모든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 걸요."

홍석천이 커밍아웃 이후 13년을 버티면서 지나온 세월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커밍아웃 이후 13년을 버티면서 지나온 세월을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문병희 기자

굉장히 담담하다. 마치 지난 13년이 1초처럼 지났는지 가슴앓이한 흔적마저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다. 배우 홍석천은 최근 이태원 자신 소유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나간 세월을 천천히 돌아봤다. 커밍아웃 순간도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그는 '톱게이'기 이전에 멋진 남자였다.

홍석천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특유의 입담으로 사랑받고 있다./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 마녀사냥 E채널 용감한 기자들 (위부터) 방송 캡처
홍석천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특유의 입담으로 사랑받고 있다./JTBC '99인의 여자를 만족시키는 남자' '마녀사냥' E채널 '용감한 기자들' (위부터) 방송 캡처

◆제2의 전성기, 방송가를 주름잡다

그야말로 케이블채널의 '대세'였다. 채널을 돌리기만 해도 나오는 그는 MBC 새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에도 캐스팅되며 이제 지상파 진출도 눈앞에 두게 됐다.

"대단히 뿌듯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더디게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지루한 싸움이었어요. 앞으로도 계속될 싸움이고요. 지금은 균형을 잘 잡고 있지만 또 어떤 바람이 불어서 밧줄에서 발을 헛디딜지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매일 더 큰 책임을 느껴요."

홍석천이 톱게이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톱게이' 캐릭터로 큰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문병희 기자

지금 그를 있게 한 건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사냥' 속 '톱게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컸다고 하자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시청자에게 저를 굉장히 친근하게 만들어준 수식어죠. 사실 처음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어요. 첫 녹화 때 신동엽이 절 '톱게이'로 소개했는데 '아, 이게 방송되면 후폭풍은 어쩌나'하고 걱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제가 '톱게이'인 건 사실이잖아요? 하하. 처음엔 민망했지만 이젠 그 이름과 제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이젠 이름 대신 '톱게이다!'라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니까요."

홍석천이 20년 지기 친구 신동엽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20년 지기 친구 신동엽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마녀사냥'을 출연하게 된 이유에는 신동엽의 힘이 컸다고. 20년 지기 친구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신동엽과 함께 있으면 제가 안전한 느낌이 들어요. 연예인 친구 가운데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거든요. 요즘은 제가 잘 되니까 '코흘리개 거둬서 사람 만들었다'며 은근히 기뻐하더라고요. 제겐 '명품백' 같은 친구예요. 가장 아껴야 하면서도 날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죠."

홍석천이 게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얘기를 익히 알고 있다며 투쟁이 아닌 예능 감각으로 게이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게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자신에 대한 얘기를 익히 알고 있다며 투쟁이 아닌 예능 감각으로 게이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문병희 기자

◆"게이를 희화화? 굳이 투쟁할 필요 있나"

게이를 희화화한다는 비난은 커밍아웃 이후부터 줄곧 괴롭혀왔다. 게이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이 같은 원성은 자주 있었다며 담담히 대답한다.

"글쎄요. 저는 길게 계획을 짜고 충실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세상이 게이에 대해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나름의 플랜이 있죠. 간극을 좁히는 것! 게이 인권에 대해서 심각하게 말하거나 투쟁할 필요가 있나요? 오히려 반감만 강해질 걸요?"

홍석천이 게이로서 세상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게이로서 세상에 접근하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실제 성격은 여성스럽지 않지만 그런 캐릭터를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도 소신을 털어놓는다.

"제가 멋진 척, 잘난 척, 있는 척만 한다면 굉장히 욕을 먹을 거예요. 재밌고 웃기게 보여야 세상 사람들은 더욱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거죠. 저만의 접근법이에요. 급하게 다가가지 않고 천천히 진정성을 담는다면 저희가 이방인이 아닌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사람들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홍석천이 자신이 일군 아름다운 가게에서 CEO로서 성공한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자신이 일군 아름다운 가게에서 CEO로서 성공한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문병희 기자

이태원에서 7개의 유명 레스토랑 CEO로 성공한 것도 이런 접근법에서 시작했단다. 커밍아웃 이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비난에 이를 악물고 성공을 일군 것.

"첫 가게가 성공했을 때만 해도 주위의 반응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다섯 번째 가게를 오픈하고나서야 '홍석천 괜찮은 녀석이네'라고 인정해주더라고요. 방송 활동도 마찬가진 것 같아요. 세상이 좋아져서 '19금'이라는 코드가 원초적 감성으로 인정받고 술자리 토크가 방송 콘텐츠로 인기를 얻게 됐잖아요? 전 운이 좋게 거기에 숟가락만 얹은 거죠. 정말 오래 기다렸어요."

홍석천이 40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꿈이 생겼다면 인생 계획을 털어놓고 있다./문병희 기자
홍석천이 40대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꿈이 생겼다면 인생 계획을 털어놓고 있다./문병희 기자

인내가 주는 기회를 믿는다며 눈동자를 반짝인다. 오랜 시간에 걸쳐 꿈을 현실로 이룬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있느냐고 물으니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꿈이 자꾸 생겨서 큰일이죠. 대신 이제는 실현가능한 꿈만 꾸려고요. 제 40대가 사람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투쟁하는 시기였다면 50대엔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게 목표예요. 지금처럼 급하지 않게요."

edaon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