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복병 JTBC④] '마녀사냥'에 '밀회'까지, 떴다 JTBC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4.05.03 08:00 / 수정: 2014.05.02 23:34

[박소영 기자] 종합편성 채널 '흥망'의 기준은 시청률에 따른 '지상파를 어느 정도 위협하느냐'는 요소와 '피부로 느껴지는'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이런 점에서 JTBC는 햇수로 개국 3년 만에 타 종편 채널 가운데 두드러지는 활약상을 그려냈다. 시청률 면에서나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꼽아본 JTBC 프로그램 톱5를 소개한다.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 드라마 가운데 처음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를 제압해 화제를 모았다. /JTBC 방송 캡처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 드라마 가운데 처음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를 제압해 화제를 모았다. /JTBC 방송 캡처

◆'무자식 상팔자'…처음으로 지상파 시청률을 넘다

2012년 10월 27일부터 주말극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찾은 '무자식 상팔자'는 김수현 작가가 '빠담빠담'에 이어 JTBC와 두 번째로 손을 맞잡은 작품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맛깔나는 홈드라마 대본에 유동근 김해숙 이순재 윤다훈 임예진 엄지원 하석진 정준 등 '믿고 보는 배우들'까지 더해져 더욱 그러했다.

종편 드라마가 그렇듯 1%대(닐슨코리아 기준) 시청률에서 시작한 '무자식 상팔자'는 입소문을 타더니 방송 한 달 만에 4%대를 뛰어넘었다. 점차 시청률 그래프 곡선을 끌어올렸고 이듬해 1월 6일 방송분은 7.6%(수도권 유료가구 기준, 광고 제외)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분당 최고 시청률은 10.3%로 2주 연속 두 자릿수 기록을 세웠다.

무엇보다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했을 때 찍은 6.1%의 시청률은 6.0%의 MBC 주말극 '아들녀석들'에 0.1%포인트 차로 앞서는 수치다. 전국 13개 지역 전체 가구 시청률에서도 '무자식 상팔자(5.8%)'는 '아들녀석들(5.5%)'를 0.3%포인트 뛰어넘었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가구를 대상으로 해도 JTBC는 MBC를 누른 셈이다.

이로써 JTBC는 개국 이래 처음으로 지상파 드라마를 누르는 쾌거를 올렸다. 1995년 국내에서 유료방송이 출범한 이후 비지상파 드라마가 같은 시간대 지상파 드라마를 시청률에서 앞지른 것은 처음. 이후에도 '무자식 상팔자'는 지상파 주말연속극을 거듭 제압했고 2월 24일 방송은 종편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10%대 시청률 벽을 깼다.

JTBC 히든싱어가 시즌1~2.로 안방에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JTBC 제공
JTBC '히든싱어'가 시즌1~2.로 안방에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JTBC 제공

◆'히든싱어'…음원 차트를 흔들 정도로 쟁쟁한 파급력

2012년 12월 21일, 박정현을 초대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히든싱어'는 원조 가수와 모창 능력자들의 대결이라는 참신한 포맷으로 승부를 겨뤘다. 김경호까지 도전한 2주 파일럿 방송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자 제작진은 이듬해 3월 16일 성시경을 선두로 본격적으로 시즌1을 이끌었다. 거쳐 간 가수만 해도 조관우 이수영 김종서 바비킴 장윤정 박상민 백지영 김종국 이문세 윤민수 김건모 등 쟁쟁했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는 더욱 화려해졌다. 그해 10월 12일, 첫 주자는 임창정이었는데 직후 반응은 시즌1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임창정의 히트곡 '날 닮은 너' '그때 또다시' '소주 한잔' 등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새롭게 사랑을 받았다. 원조를 위협한 모창 능력자 조현민 씨의 영상은 유튜브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어진 신승훈 편에서는 '히든싱어' 최초로 결승전에서 원조 가수가 탈락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조성모는 2라운드에서 떨어지는 초유의 결과를 내며 '히든싱어' 시즌2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이후 신승훈과 조성모에게는 '히든싱어' 탈락의 그림자가 짙게 베일 정도로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컸다.

김범수 주현미 윤도현 아이유 남진에 이어 휘성 박진영 김윤아 고 김광석 편이 연결됐다. 그중 휘성 편은 모창 능력자와 원조 가수의 환상적인 합동 공연을 담아 휘성의 히트곡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고 김광석 편은 산자와 망자의 듀엣을 시도해 기획력까지 인정받았다. 그야말로 감동과 웃음, 즐거운 볼거리와 풍성한 들을 거리를 동시에 안겼다.

마녀사냥이 19금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JTBC 제공
'마녀사냥'이 '19금 토크쇼'의 새 지평을 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JTBC 제공

◆'마녀사냥'…모방할 수 없는 '19금 토크쇼'의 원조

지상파에서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건 케이블이나 종편 채널의 장점이다. 이를 JTBC는 십분 활용했다. 2013년 10월 18일 처음 전파를 탄 '마녀사냥'은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을 앞세워 야심 차게 '19금 토크쇼'를 표방했다. '금요일 밤,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탄생한 '마녀사냥'은 어느새 그 분야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마녀사냥'은 시청자들이 보낸 '마성'의 여자 혹은 남자에 관한 사연을 바탕으로 MC들이 토론하고 잡담을 나누며 프로그램이 나아간다. MC들은 경험과 상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해 주고 시청자들이 보낸 사연이 상대의 호감에 따른 신호인지 주인공의 착각인지를 판단해 주기도 한다. 이 코너의 이름인 '그린라이트'는 유행어가 됐다.

'마녀사냥'을 통해 신동엽은 '19금 토크쇼'의 대가로 거듭났고 성시경은 '욕정 발라더'라는 애칭을 얻으며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닌 토크쇼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허지웅은 '썰전'과 더불어 JTBC 토크쇼의 대들보가 되며 동시에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고 샘 해밍턴은 외국인으로서 신선한 토크의 맛을 살렸다. 이후 투입된 유세윤은 여전히 깐족거리는 '19금' 토크로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그린라이트를 꺼줘' 코너에 나오는 패널들도 인기다. '톱 칼럼니스트' 곽정은, '톱 모델' 한혜진, '톱 게이' 홍석천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전반적인 토크에 살을 붙여넣는 임무를 다하고 있다. 출연 보도가 화제가 될 정도로 게스트 역시 '마녀사냥'에 나간다는 건 특별한 의미가 되고 있다. 오렌지캬라멜 리지를 시작으로 홍진경 백지영 주원 김아중 수빈 박은지 김예원 레이디제인 김지민 등이 의외의 '19금 입담'으로 화제를 모았다.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 9이 지상파 뉴스 시청률을 위협하고 있다. /JTBC 뉴스9 방송 캡처
손석희가 진행하는 '뉴스 9'이 지상파 뉴스 시청률을 위협하고 있다. /JTBC '뉴스9' 방송 캡처

◆'뉴스9'…손석희의 뚝심

2013년 5월,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고 그를 핵심 시간대인 오후 9시 종합 뉴스 앵커로 앉혔다. 신뢰를 쌓은 언론인으로 손꼽히는 손석희의 JTBC 종편행은 방송가의 큰 이슈였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본의 언론에 물들고 말았다고 우려했지만 현재 결과론적으로 따지면 JTBC로서는 '신의 한 수'였다.

그러나 JTBC는 중앙일보가 출자해서 설립한 종합편성채널인 까닭에 삼성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언론인 신뢰도 1위' 손석희가 있는 JTBC라 해도 삼성그룹 비판 보도는 쉽지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허지웅이 '썰전'에서 손석희의 JTBC행을 두고 "가장 중요한 건 손석희가 앵커로서 삼성을 비판할 수 있는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손석희가 이끄는 JTBC '뉴스9'은 지난해 10월 14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입수한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단독 보도했다. JTBC가 삼성그룹을 비판한 보도는 '삼성전자 본사 앞 직업병 피해자 인권침해 기자회견' 내용 이후 두 번째였다. 이와 관련해 JTBC의 한 관계자는 "손석희 사장 부임 이후 JTBC 뉴스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자평했다.

JTBC 뉴스의 변화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빛을 발했다. 16일 벌어진 참사에 온 국민은 분노했다. 배와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비정한 선장과 선원들과 초동대처에 미흡했던 해경, 무능한 데다 신뢰까지 잃은 정부에 점점 정도를 잃은 언론까지, 희생자, 유족들, 생존자들은 국민과 함께 눈물을 쏟았다.

이때 손석희는 공감의 뉴스로 시청자들의 쓰린 마음을 어루만졌다. 전문가에게 '아이들이 생존해 있을 확률이 낮다'는 말을 듣고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늘 냉정하던 손석희의 침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이후부터 JTBC 뉴스는 지상파를 제치고 주목받았다. 지난달 28일 방송분은 시청률 5.06%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 벽을 넘어섰고 하루 뒤에는 마침내 MBC '뉴스데스크'와 동률을 이뤄 냈다.

밀회가 흔한 불륜 드라마가 아닌 색다른 묘미로 안방을 사로잡고 있다. /JTBC 제공
'밀회'가 흔한 불륜 드라마가 아닌 색다른 묘미로 안방을 사로잡고 있다. /JTBC 제공

◆'밀회'…어딘가 다른 불륜 드라마

2012년 저렴하지 않은 불륜 이야기로 호평 받은 '아내의 자격' 제작진은 또다시 비슷한 키워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불륜을 기본 골격으로 하되 얽히고설킨 상류사회를 고발하면서 그 속에서 사랑을 도피처로 삼은 오혜원(김희애 분)-이선재(유아인 분)의 이야기를 선택했다. 40대 여선생과 20대 제자의 파격적인 로맨스에 당위성을 부여한 것.

여기에 배경이 되는 클래식 음악계와 극을 채우는 음악은 '밀회'를 한낱 싸구려 불륜 로맨스로 치우치지 않도록 돕고 있다. 비록 대역이지만 김희애와 유아인의 피아노 연주 연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하며 웅장한 느낌의 배경음악과 고급스러운 영상미, 극중 인물들을 훔쳐보는 듯한 시점은 안방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요소다.

불륜을 미화한다는 지적을 피할 순 없지만 어느새 '밀회'는 지상파 월화극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3월 24일 방송에서는 시청률 3.18%를 찍어 같은 시간대 전파를 탄 지상파 KBS2 '태양은 가득히'를 누르더니 지난달 29일 방송으로는 시청률 3.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본격적으로 유아인-김희애의 로맨스가 그려지면서 '밀회'는 더 높이 뛰어오를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앞서 연출을 맡은 안판석 PD는 "미혼의 스무 살 청년과 마흔 살 유부녀가 연애한다고 하면 사회 통념상 여자가 돌 맞을 일이다. 그런데 머리만 굴리면서 계산적으로 산 인물이 돌 맞을 일을 저지르면서 아이러니하게 나를 돌아보게 되고 가장 문제가 많은 인간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게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다. 세속적인 얘기로 거대한 뜻을 풀어낸다는 점이 '밀회'만의 매력이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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