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극장가가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연간 관객 2억 명을 기록한 국내 극장가는 올해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개봉한 '변호인'과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의 흥행을 제외하곤 눈에 띄는 흥행작이 없다. 영화계 전통적인 비수기인 2~3월을 지나 꽃피는 4월이 오면 극장가도 시끌시끌해질 만한데 여전히 어둡다.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 지난달 총 관객 수는 866만 9964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전달인 3월에 기록한 1240만 1619명 보다 현저하게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인 3월(1328만 3204명)과 4월(1125만 9977명)에 기록한 수치보다도 떨어진다. 지난달에는 월 평균 관객 1000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4월은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극장가를 더 얼어붙게 했다. 추모 분위기 속에 극장은 한산했다. 많은 국민은 안타까운 사고의 피해를 본 이들을 애도하고자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끊었고, 영화계 역시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 홍보인터뷰 등 전반적인 홍보 행사를 모두 취소하며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경건한 분위기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볼 만한 상업 영화'가 없다는 점도 침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기대작으로 꼽힌 '몬스터' '방황하는 칼날' 등의 영화는 관객의 입맛을 당기지 못했고, 반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한공주' 등 관심이 높은 다양성 영화는 개봉관을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국내 촬영으로 후광을 입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제 몫을 했다.

5월에는 그나마 침체됐던 극장가가 다시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달 30일 개봉한 '역린'과 '표적'이 관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해 첫날 각각 28만 7876명, 10만 584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와 2위에 안착했다. 두 편은 장단점이 분명한 만큼 호불호도 극명하게 갈린다. 출발은 순조로웠지만, 주말 관객 동원은 미지수다.
'역린'의 강점은 단연 현빈이다. 언론의 혹평에도 '역린'은 일반 관객에게 관심이 높다. 현빈의 제대 후 첫 복귀작이자 사극 도전작이라 다양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정조의 모습을 현빈에게 찾을 순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영화 전부다. 다소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와 우왕좌왕하는 캐릭터 설명은 관객을 지루하게 이끈다.
'표적'의 최대 강점은 짧고 굵다는 것이다. 100분이 되지 않는 상영 시간 안에 화려한 볼거리와 진중한 이야기 전개를 넣었다. 인물 개개인의 설정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표적'은 선택과 집중을 적절하게 했다. 관객이 막 지루해지려는 시점에 영화는 끝난다. 더불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준 유준상과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진구는 '표적'이 남긴 인물이다.
'역린'과 '표적'이 극장가의 문을 열자마자 다수의 작품이 이달에 쏟아진다. '인간중독' '끝까지 간다' '도희야' '우는 남자' 등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소재로 무장한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네 편의 영화는 특징이 있다. '인간중독'은 송승헌 주연작으로 '음란서생'과 '방자전'을 통해 에로틱 멜로 영화의 세련미를 보여준 김대우 감독의 신작이다. 송승헌과 신인 여배우 임지연의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예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대우 감독의 '야릇한 시선'으로 송승헌을 어떻게 그릴지 기대되는 영화다.
'끝까지 간다'는 김성훈 감독이 연출하고 이선균 조진웅이 출연한 작품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면서 국내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 배우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영화다. '도희야'도 올해 칸에 초청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배두나와 김새론 송새벽 등 제 몫을 다한 배우들과 첫 장편 연출작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을 기회를 얻게 된 정주리 감독의 연출이 관심이 간다.
'우는 남자'는 지난 2010년 '아저씨'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으로 장동건과 김민희가 호흡을 맞췄다. 무엇보다 장동건의 색다른 변신이 기대되며, '화차' '연애의 온도' 이후 조금씩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배우 김민희의 섬세한 내면 연기가 기대된다.
다수의 영화계 관계자는 "'수상한 그녀' 이후 눈에 띄는 영화가 없어 한국 영화가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예기치 못한 사고 때문에 극장가가 한산해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의 구미를 당기는 영화가 없었다. '역린'과 '표적' '인간중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화가 준비됐으며 이런 현상은 여름 시장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줄줄이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물량 공세 속에 잠시 침체했던 극장가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까. 5월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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