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나영석 PD "새 예능은 '1박2일' 해외판"
입력: 2014.04.30 07:30 / 수정: 2014.04.29 11:48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가 <더팩트>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최진석 기자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가 <더팩트>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최진석 기자

[김한나 기자] 나영석 PD(38)는 이른바 스타 PD다. 줄줄이 손 대는 작품마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높은 성공률 때문에 붙여진 수식어 일 수도, 혹은 항상 카메라 뒤편에서 활약하는 여느 PD들과는 달리 카메라 앞에서도 당당히 서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뭐든 그의 연출은 특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나영석표' 예능이라고 하면 '여행'과 '따뜻함' 등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 처럼 말이다. 배우 이서진(43)과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 등을 예능 프로그램에 엮은 것 자체가 '나영석스럽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더팩트>과 만난 나영석 PD는 브라운관 속에서 그렇듯 소탈하고 수더분한 인상을 풍겼다. 하지만 일적인 것에 대해서는 날카로우면서도 솔직한 소신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 국민 짐꾼으로 이서진을 섭외한 배경을 공개했다. / 최진석 기자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 국민 짐꾼으로 이서진을 섭외한 배경을 공개했다. / 최진석 기자

◆ "이서진, 코 꿴 걸로 시작해 지금은 진심"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은 중급 배낭여행으로 꼽힌다. 짐꾼 이서진을 비롯해 할배들의 고생문은 열렸지만 웃음과 감동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할배들을 너무 고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있지만 나 PD는 개의치 않는다.

"'꽃보다 할배'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애초 시작이 할아버지들의 여행이 콘셉트 입니다. 결국 여행을 끝냈을 때 할아버지들에게 '즐거웠다' 혹은 '오기 잘했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는 평가를 듣고 싶었지요.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흔히들 말하는 '조미료'를 칠 수 밖에 없어요. 게임이나 미션 같은거요. 하지만 '꽃보다 할배'에서 만은 달랐죠. 제작진 입장에서도 큰 결심이었지만 그렇게 조미료를 치게 되면 선생님들 즐겁게 해드리려고 시작된 여행의 앞뒤가 바뀔 것 같았거든요. 조미료 없는 대신 내부 동력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용돈을 줄이거나 이순재 선생님에게 리더의 짐을 짊어 지운다던지 그런 것들이요. 사실 배낭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여행의 참 맛을 전해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나 PD의 이러한 마인드는 리얼리티인 '꽃보다 할배'에 더욱 사실감을 높였다. 출연진에 자연스럽게 캐릭터도 덧칠해졌다. '말썽꾸러기' 백입섭이라던지 로맨티스트' 박근형 처럼 말이다. 수십년간 배우로 활약하면서 그간 맡아왔던 역과는 상반된 캐릭터이었다.

"'캐릭터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자연스럽게 그려진거죠. 그중 이순재 선생님이 가장 몰입도 잘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그간 카메라에 드러나지 않아 안타까웠어요. 지적 호기심이 많은데 그걸 단편적으로 소개할 만한게 없었거든요. 리더 역을 맡으면 재밌는 상황이 만들어지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통했죠."

실제 이순재는 이번 편에서 10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잠도 청하지 않은 채 리더로서 동생들을 이끌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과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순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나영석 PD는 '꽃보다 할배'에서 이서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투덜투덜하면서도 매 여행에서 짐꾼을 자처하고 따라 나서는 이서진. 이번 스페인 편을 앞두고는 KBS2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과 스케줄도 겹쳤다. 또 함께 여행하는 것은 불투명해 보였지만 이서진은 흔쾌히 이번 여행에도 참여했다.

"이서진과는 많은 계약 관계가 얽혀있지 않아요. 계약서가 없어요.(웃음) 첫 여행에서도 이서진 본인이 아닌 소속사와 얘기했기에 '걸그룹과 함께하는 미술 여행'이라는 몰래 카메라도 가능했던거죠. 어쨌든 본인이 '정말 싫어. 절대 안 가'라고 하면 가자고 해도 안 갔겠지만 이서진은 함께 갔잖아요. 이서진의 마음은 어떻게 보면 우리도 똑같아요. '부모님 모시고 해외 여행갈래'하는 그 느낌과 유사할 겁니다. 이순재 선생님에 대한 애착과 몰입도가 굉장히 큰데 한편으로는 '내가 왜 가서 고생해야해'와 '다른 사람에 맡겨서는 못 보내'라는 마인드가 동시에 맞붙는거죠. 마치 코 꿴 것처럼 시작은 그랬지만 이서진의 진심은 방송에도 드러나요. 시청자들이 '국민 짐꾼'이라는 호칭을 붙여준 것도 그의 진심이 보여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음 여행은 절대 안 간다' 겉으로 말은 그렇게 해도 다음에도 또 합류할 걸요."

꽃보다 할배는 이서진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조합으로 방송 전 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꽃보다 할배'는 이서진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조합으로 방송 전 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꽃보다 할배'는 벌써 세 번째 여행을 맞았다. 여행지는 다르지만 유사한 포맷에 같은 멤버로 식상하다는 평가도 있다. '혹시 멤버를 교체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나 PD는 단호하게 'NO'를 외친다.

"이제 이서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어르신들이 불편할 겁니다. 다른 어르신이 오면 이서진도 힘들어 질 거고요. 세 번의 여행을 거치면서 '관계'라는 것이 형성됐기 때문이죠. 방송이기 이전에 이분들은 진짜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니까. 제작진 차원에서 건드릴 수 없는 관계가 됐어요. 시청자들이 재미 없어서 그만 보겠다고 하거나 선생님들 중 한 분이 건강이 안 좋아져서 그만갈래 할 때까지는 이 프로젝트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관심이 멀어지면 어차피 없어질 프로그램을 인기 때문에 짐꾼을 바꾸거나 멤버 변화를 주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여행의 의미도 없는 것 같고요."

이서진의 짐꾼 투입은 아무리 봐도 물음표가 생긴다. 물론 짐꾼 역을 너무도 성실히 잘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매번 왕 역을 맡을 정도로 고고해 보이는 이서진과 짐꾼은 이미지 연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서진을 안 것은 이승기 친구로 '1박 2일'에 와서 하룻밤 같이 보낸게 다 였습니다. 그때 개인적인 친분이 생긴 것도 아녔고요. 이서진을 캐스팅한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MBC 드라마 '이산' 촬영했을 때 이순재 선생님을 극진히 모셨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모험을 한거죠. 솔직히 완전 내리막에 아무것도 안 하던 사람이었잖아요.(웃음) 제 입장에서는 예능은 좀 몰라도 할아버지들을 잘 모시고 마음이 진짜인 사람을 데려가고 싶었습니다. 캐스팅하고 보니 이서진은 마음은 진짜지만 양쪽 감정이 다 나오는 사람이었어요. 하하. 근데 또 막상 하면 잘 하려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진실된 이서진 덕분에 '꽃할배'에 대한 몰입도가 커졌다고 생각해요. 가감없이 약간 자기 멋대로여도 진짜 모습을 다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리얼버라이어티에도 맞았고요. 이렇게까지 자신을 오픈할 지는 몰랐습니다. 이서진을 발견한 것은 PD인생에서도 스스로 한 것 중 뿌듯한 일 중 하나일겁니다."

'보급형 이서진'이라고도 불리는 나 PD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서진과 두터운 친분이 느껴진다. 이번 스페인 편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친분을 넘어서 티격태격하는 꼴이 앙숙처럼도 보인다. 그는 두 사람의 이런 관계를 두고 어르신들 앞 '재롱'이라고 강조한다. 이서진을 향한 '그 양반'이라는 호칭도 신선하다.

"세 번째 여행을 하다보니 그 양반도 철이 없어진 것 같아요. 티격태격도 많이하고요. 아무래도 이서진은 어르신들을 편하게 잘 모셔야 하는 입장이고 제작진은 반대에 서 있다보니 늘 공격하고 공격 당하고 하는거죠. 저희들이 그러고 있으면 어른신들이 재밌어 해요. 어르신들 앞에서 자기 할 일만 묵묵히 할 뿐 말이 많고 애교 많은 그런 짐꾼은 아닌데 유독 저와 둘이 있을 때는 삿대질도 하고 하니 그게 할아버지들에게 하나의 재롱으로 보여지나봐요. 제작진의 고민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으로 보이는 그걸 어떻게 얼마나 살리느냐는 거였죠. 근데 이서진은 막상 디렉션을 주고 하라고 하면 못하더라고요. 평소에 잘 얘기하다가도 '이렇게 얘기 좀 해줘'하고 부탁하면 그렇게는 못 해요. 이번 편에서도 그랬어요. 이순재 선생님께 리더의 짐을 짊어주기 위해 '스케줄이 바빠서 하루 늦게 간다'는 거짓말 좀 해달라고 했는데 끝내 그 이야기를 못 꺼내더라고요. 시키는 건 안하고 카메라 앞에서 하지 말라는 것은 다해요. 휴."

나영석 PD는 배낭 여행 프로젝트 2탄 격인 꽃보다 누나의 기획 단계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 tvN 제공
나영석 PD는 배낭 여행 프로젝트 2탄 격인 '꽃보다 누나'의 기획 단계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 tvN 제공

◆ "'꽃누나', '꽃할매' 될 뻔하다가 윤여정 호통에 새로 기획"

'꽃보다 할배'가 처음 안방극장에 상륙했을 때 그 신선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예능에서는 뒷전으로 물러난 할배들을 모시고 리얼리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고 그 시도는 적중했다. 그는 '꽃보다 할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대한민국을 바꿀거야'식의 의도를 가진 것은 아녔어요. 재밌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PD에 불과했죠. 처음에 어르신들 모시고 예능 프로그램한다고 하니 칙칙하다는 평가도 있었고 저 역시도 찍기 전에는 '잘 될까'하는 내적 고민이 많았어요. 예능 프로그램인데 뭔가 짠하기도 하고 찡한 감동만 있을까봐요. 하지만 웃음이 있으면서 함께 감정선을 거드리는 것이 좋아요. 그게 제 스타일의 프로그램이었고 기획대로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니 뿌듯하기도 했죠."

그런 '꽃보다 할배'의 성공은 '꽃보다 누나'라는 같은 듯 다른 배낭 여행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윤여정(66) 김자옥(62) 김희애(46) 이미연(42) 이승기(27)라는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꽃보다 누나'는 사실 '꽃보다 할배'를 성공하고 거만해졌을 때 할아버지 했으니깐 할머니도 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윤여정 선생님께 섭외 요청을 했는데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께서 '당신이 하는 프로그램은 다 할건데, 기존 프로그램을 똑같이 변주하는 것은 아니지 않아?'라고 하는데 낯 뜨거워 혼났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충격에 휩싸인거죠. 윤여정 선생님이 따끔한 한 마디에 '한 달 안에 새로운 기획안을 들고 오겠습니다. 다른 콘셉트 들고 갈게요'라고 답한 뒤 회의 끝에 나온 것에 '온실 속 여배우의 세상체험'이었죠. 당시 KBS에서 '마마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콘셉트가 겹치지만 우리는 케이블이기에 큰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바로 잡아 준 것이 윤여정 선생님이었죠. 선생님 덕분에 정신 차리고 기획해서 저쪽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는 새로운 기획이 탄생된 것 같습니다."

나영석 PD는 새로 준비하는 예능에 대해 1박 2일의 해외판이라고 살짝 예고했다. / 최진석 기자
나영석 PD는 새로 준비하는 예능에 대해 '1박 2일의 해외판'이라고 살짝 예고했다. / 최진석 기자

그런 그가 또 다른 예능을 준비하고 있다.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 PD는 솔직하다.

"일단 질러 놓아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될 것 같아요.(웃음)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 이우정 작가와 협의 했던 것이 할아버지들 모시고 여행가는 것이었는데 좋은 코드이긴 하지만 진짜 낄낄거리면서 웃기는 것을 하고 싶어졌어요. 형식으로 보면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이은 배낭 여행프로젝트 3탄이라고 보면 될겁니다. 그게 어떤 걸지는 모르겠지만 대 놓고 하드하고 웃기겠죠. '1박 2일' 해외 편이라고 보면 될까요. 제가 하는 프로그램들은 다 비슷한 톤이예요. 대단한 PD가 아니여서 그렇죠. 일단 얽매지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진심 다해서 담아보려고요. 부담감은 딱히 없어요. 무덤덤해진 것 같은데 시청률이 떨어질까 고민하거나 안 하던 것을 시도하면 배신자로 보일까 그런 생각은 안해요. 진심을 다해 만들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나봐요. 오히려 부담감을 느껴가며 만들면 망하더라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PD로서 자신의 꿈을 읊조렸다. "어느 날 보니 일이 휴식이 될 때도 있더라고요.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회의하면서 '아 이런 회의 오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순간이 짜릿해요. 40살이 넘으면 예능 트렌드에서 멀어진다면서 교수가 되기도 하고 일선에서 멀어지기도 하지만 전 이 일이 힘든데도 재밌습니다. 계속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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