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서현진 "30대의 제가 정말 좋아요"
입력: 2014.03.21 10:00 / 수정: 2014.03.21 09:46

서현진이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여배우가 나이를 먹는 것에 담담히 설명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삶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으로 여배우가 나이를 먹는 것에 담담히 설명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 이다원 기자] 걸그룹 이미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배우로서 더욱 친숙한 서현진(30)은 어느새 서른 문턱을 밟았다. 한결 여유로워진 자태에서 쉽지않은 배우의 길을 두고 고뇌한 흔적이 엿보였다.

서현진은 17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을 찾아 여배우에게 30대의 나이는 어떤 의미인지 담담히 털어놨다. 더불어 MBC 일일사극 '제왕의 딸, 수백향(이하 수백향)'의 긴 호흡을 마친 소회도 밝혔다.

서현진이 30대의 자신이 더 좋다며 자신만의 행복론을 말해주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30대의 자신이 더 좋다며 자신만의 행복론을 말해주고 있다./이효균 기자

◆30대의 서현진 "행복을 깨달았어요"

표정에 작은 바람도 불지 않는다. 침착한 말투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여배우에게 나이가 어떤 의미냐고 물으니 살포시 웃음을 짓는다.

"글쎄요. 사실 나이를 먹은 것을 못 느껴요. 제가 하이틴 스타인 적도 없었고 20대일 때에도 나이가 좀 있는 역을 맡아서 서른 살이 됐다는 게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대신 30대의 서현진이 참 좋아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내가 뭘 하면 행복할지 알게 됐거든요."

여자는 스물아홉살에서 서른살로 넘어갈 때 진통을 겪는다는데 그마저도 없었단다. '아홉수'라고 느꼈던 건 그나마 연애 문제였다.

서현진이 지난해 연애를 못한 게 자신의 아홉수 같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지난해 연애를 못한 게 자신의 아홉수 같다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이효균 기자

"지난해엔 정말 연애가 하고 싶더라고요. 연애를 오랫동안 못해 정말 아쉬웠거든요.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 일만 연이어 하다보니 남자 만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업계 사람은 만나고 싶진 않고, 일은 끊이질 않으니 기회가 없던데요?"

그러면서도 결혼 계획을 물으니 손사래를 친다. 다른 건 몰라도 결혼은 정말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단다.

"부모는 2년 안에 시집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자신 없어요. 결혼은 한 번도 꿈꿔본 적도 없거든요. 이상형이요? 물론 있죠. 착하고 좋은 사람? 남을 행복하게 만들 줄 알고 행복이 뭔지 깊이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좋겠어요."

서현진이 걸그룹에서 여배우로 홀로서기하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모두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걸그룹에서 여배우로 홀로서기하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지만 모두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이효균 기자

◆걸그룹→여배우, 진통을 겪다

걸그룹 밀크의 멤버에서 여배우로 전향하기까지 진통을 겪었던 건 그에게 자양분이 됐다.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크게 당황하지 않을 것 같다고 차분히 말한다.

"21살부터 4년간 연예인을 안할 생각으로 정말 평범하게 살았어요. 노력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니까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엄마 친구분의 카페에서 일도 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도 섭렵했죠. 물론 절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닮은 사람인가 봐요'라고 시치미 떼기도 했죠. 이런 경험이 인생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게 뭔지 알 것도 같고…."

서현진이 행복이란 주위 사람들을 웃게 하는 거라며 단순한 삶의 미학을 알려주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행복이란 주위 사람들을 웃게 하는 거라며 단순한 삶의 미학을 알려주고 있다./이효균 기자

오랫동안 혼자 생각해온 탓일까.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이가 보인다. 행복이 뭐냐고 물어보니 서슴없이 '사람을 웃게 하는 것'이라 대답한다.

"간단한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에요. 행복, 그것도 단순해요. 그냥 주위 사람을 많이 웃게 하면 그게 행복인 거죠. '수백향' 촬영장에서도 동료배우나 제작진을 웃기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렇다고 '정말 소중한 추억' 이렇게 진하게 기억되는 게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행복했다' 정도로만 느꼈으면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서현진이 그저 버티는 것이 오랜 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이라며 힘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그저 버티는 것이 오랜 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비결이라며 힘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이효균 기자

'연기돌'이란 타이틀을 떼고 여유로워진 비결을 물었다. 어쩌면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아이돌에게 지침이 될지 모른다고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제 얘기가 도움이 될까요? 어차피 부딪혀봐야 아는 거잖아요. 다만 '시련을 이기려하지 말고 버티라'고 하고 싶네요. 이건 비단 연예계에서 일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뭔가 준비하는 모든 젊은이에게 해당되는 얘기에요. 견디다 보면 기회가 생기고 자기만의 무기도 보이더라고요. 저도 힘든 시절을 견디면서 사람이 귀하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게 된 걸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엔 내가 잃은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잃은 건 없고 모두 얻기만 한 경험이었는 걸요."

서현진이 배우로서 소박한 욕심을 털어놓으며 오랫동안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이효균 기자
서현진이 배우로서 소박한 욕심을 털어놓으며 오랫동안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바람을 내비치고 있다./이효균 기자

바람잘 날 없는 연예계를 꿋꿋이 버틴 그에게 다음 작품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정말 '서현진'다운 대답이었다.

"작은 역이라도 좋아요. '수백향'을 하면서 조감독에게 '내가 다음 작품에서 주연을 맡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고 한 적 있거든요? 크게 욕심내지 않아요. 다만 제가 쭉 연기를 할 수만 있다면 뭐든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래야 10년 뒤에도 계속 배우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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