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날아라 변종토크쇼③] '라스' PD "게스트는 왕? 대접 안 해요"(인터뷰)
-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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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4.03.15 08:00 / 수정: 2014.03.1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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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전성호 PD가 프로그램에 얽힌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다./임영무 기자 [ 이다원 기자] "B급 문화의 승리, 변종 토크쇼? 그런 말 정말 듣기 좋죠."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의 전성호 PD는 프로그램 성격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나아가 'B급 문화'가 '라스'만의 고유 색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를 이용하는 유사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일종의 자부심도 보였다. 7년간 한결같이 게스트를 향한 독설과 공격으로 '토크쇼계 레지스탕스'로 자리 잡은 '라스'는 변종 토크쇼의 경쟁력을 보여준 훌륭한 예였다. 지난 10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전성호 PD를 만났다. 활어회 같은 '라스'처럼 전 PD 역시 살아있는 입담으로 취재진의 궁금증을 충족시켰다.  | | 전성호 PD가 게스트를 대접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라스'의 매력이라고 대답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대접해주는 토크쇼는 피로감만 쌓일 뿐" 지상파에 남은 토크쇼라고 하면 '라스'를 비롯해 KBS2 '해피투게더3(이하 해투)'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등 5개가 채 꼽히지 않는다. 멸종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라스'는 독설과 위트로 버무려진 독특한 색깔의 장수 토크쇼다. 스타 게스트따윈 소용없다. 오히려 B급 스타들의 등장이 더욱 많은 웃음을 가져다준다는 게 전 PD의 생각이다.  | | 전성호 PD가 그동안 1인 토크쇼가 왜 몰락했는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지금까지 토크쇼는 게스트를 대접해주면서도 기승전결이 짜여있어서 늘 지겨운 느낌을 줬어요. 1인 토크쇼는 게스트의 파워로 꾸려나가야 하는데 톱스타들이 그리 많지 않잖아요? 또 그들을 섭외하면 프로그램 안에서 대접해줘야 하니까 보는 이들은 피로감을 느끼죠. 예전에는 '승승장구' '주병진쇼' '이문세쇼' 등 굉장히 많았지만 다 사라지게 된 이유도 아마 이런 점에 있을 거에요."  | | '라스'의 철칙은 톱스타가 나와도 절대 대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성호 PD의 생각처럼 '라스'는 이런 독기 가득한 매력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MBC 제공 그의 말처럼 '라스'는 게스트를 홀대에 가까울 정도로 대접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시청자가 오랜 기간 '라스'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장점 때문일 터. "아마 이런 포맷이 예전에 나왔다면 편성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게스트의 조합 파워도 떨어지죠, 큰 주제가 아닌 술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전부이니까요. 하지만 처음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기생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라스'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게스트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면도 있지만 솔직하고 편안한 대화들이 나오는 게 리얼리티 쇼의 느낌도 엿볼 수 있으니까요."  | | 전성호 PD가 MC들의 질문에 게스트가 즉각 반응하기 위해 사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라스'의 경쟁력은 바로 이것이었다. 술자리에서나 볼 수 있는 편안한 느낌과 은밀한 얘기들. 시청자는 스타들의 이런 사적인 얘기를 들으며 가십적인 재미를 느끼는 것 아닐까. "저희는 사전인터뷰를 길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제작진이 게스트의 정보를 많이 찾아내서 그걸 녹화 때 대놓고 물어보는 형식이죠. 출연진은 무방비로 왔다가 그냥 아는 사람들과 떠들고 가면 되는 거예요. 질문에 대한 사전 협의는 없고요. 그래서 되려 출연을 무서워하는 스타들도 많아요." 하지만 선을 넘는 질문은 하지 않는게 '라스'만의 철칙이란다. 독한 토크쇼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선을 지키지 않으면 그에 대한 대답이 나와도 방송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기 때문. 방송 불가된 에피소드는 스타의 치부를 건드는 질문보다 성적인 코드가 대부분을 이룬다고 한다.  | | 전성호 PD가 최근 '라스'의 독기가 빠졌다는 여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임영무 기자 ◆"독기가 조금 약해졌다고요? 그건 인정합니다" '라스'의 가장 큰 고민은 독기가 조금 빠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 PD 역시 공감했다. "방송한지 7년이 넘으니까 처음의 풋풋한 맛이나 레지스탕스 같은 느낌은 빠졌죠. 올드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이런 공격성이 사라진 건 윤종신 김구라 김국진 조규현 등 MC들이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도 PD 이전에 애청자의 한 명으로서 아쉽긴 하죠. 하지만 이런 독기도 리얼리티의 한 영역이라서 제가 요구할 순 없어요. 물론 예전처럼 인신공격적인 면은 무뎌졌지만 미디어 전반을 통찰하는 감각은 아직 살아있잖아요?"  | | 전성호 PD가 조규현 김구라 윤종신 김국진(왼쪽부터) 등 '라스' MC들 각자의 구실을 소개하고 있다./MBC 제공 그래도 토크쇼로서 이렇게 오랫동안 자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공신은 독기는 떨어졌지만 '능구렁이' 같은 4명의 MC였다. "같이 오래 해서 그런지 합이 정말 잘 맞아요. 김구라 씨는 누구의 비위를 맞추는 스타일이 아니라 토크쇼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볼 순 없지만, 게스트를 대접하지 않는다는 '라스'의 색에는 부합하죠. 여기에 윤종신이 가진 8090세대의 대학 시절 느낌이 더해지니 마치 칼과 도마처럼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대학 선배들이 자잘한 농담 던지면서 낄낄거리는 느낌을 윤종신이 지녔다면, 이걸 쿡쿡 찌르는 구실을 김구라가 맡고 있죠. 또 김국진은 문지기라면 조규현은 이들 중 가장 막내라서 가장 최근 이슈를 짚어낼 수 있어요."  | | 전성호 PD가 박휘순 조세호 윤성호 등 소위 B급 스타로 불리는 게스트들의 역량을 칭찬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조세호 박휘순 윤성호 등 B급 스타들의 활약도 '라스'의 색을 짙게 해주는 요소였다. "정말 고마운 게스트들이죠. 사실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이런 친구들이 사석에서는 진짜 재밌거든요. 방송가에는 이런 후배들을 키울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는데 이렇게라도 나오면 많이 도움되죠. 섭외 기준이요? 인지도보다 입담이죠. 언터처블 슬리피 역시 펑크난 게스트 대신 들어와서 입담으로 빵 뜬 케이스에요. 일반인 게스트도 '라스'와 맞는 멋진 일을 하는 분들로 섭외하고요." 혹시 정치인 섭외도 이뤄질까. 그러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친다.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정치가 B급 문화도 아니고요. 그리고 그걸 주요 소재로 삼는 프로그램도 이미 많잖아요? 그보다는 저희 MC들을 기죽일 수 있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해요. 토크쇼 게스트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같은 분들이 나오면 어떨까 참 궁금하기도 하고요. 뭔가 '라스'와 충돌을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 | 전성호 PD가 지상파 3사 토크쇼의 색깔을 분석하며 '라스'만의 확고한 위치에 대해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마지막으로 토크쇼 라이벌을 물으니 주저없이 '없다'고 대답한다. 지상파 3사 프로그램은 저마다 포지션이 나뉘고,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의 후발 주자들은 '라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는 게 지론이다. "'힐링'은 정통 토크쇼, '해투'는 편안한 느낌이 주 무기고요. '라스'는 전투적이라 세 프로그램은 영역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그외 JTBC '마녀사냥' '썰전' 등 '라스'를 기본으로 해서 나온 게 많아서 특별히 주시하거나 라이벌로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이를 뛰어넘는 새롭고 혁명적인 토크쇼가 나오길 기대할 뿐이죠. 아마 '라스'도 앞으로 구성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어요. 쉽게 변화하긴 힘들겠지만 점차 새로운 색을 추가할 것 같습니다." edaon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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