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씨네리뷰] '원챈스', 폴 포츠의 '힐링 캠프' 아닌 따뜻한 가족 드라마
입력: 2014.03.12 11:30 / 수정: 2014.03.12 19:04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영국의 성악가 폴 포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원챈스가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영화 원챈스포스터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영국의 성악가 폴 포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원챈스'가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영화 '원챈스'포스터

[성지연 기자] 최근 타인의 성공한 삶에 빗대어 자신의 현재를 위안받는 '힐링 열풍'이 거세다. 개봉을 앞둔 영화 '원챈스'또한 포장만 봤을 땐 '힐링 코드'를 노린 듯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원챈스'는 따뜻한 한 편의 가족 드라마다.

본래 '힐링(Healing)'이란 의미는 몸이나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토크쇼와 책들을 통해 '힐링'이란 말이 굴곡진 과거를 보낸 유명인들의 성공기와 함께 쓰이며 의미가 변화한 듯 하다. 현재의 '힐링'은 치유의 의미가 아닌 타인(영웅)의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의미로 변질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원챈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년)'를 연출한 스타 감독 데이빗 프랭클이 메가폰을 잡고 제임스 코든, 알렉산드라 로치, 콤 미니, 멕켄지 크룩 등 영국의 연기파 배우 등이 대거 출연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우려 또한 있었다. 바로 폴 포츠란 오디션 스타를 전면으로 내세워 또 하나의 어그러진 '힐링 코드'를 생성해 대중들에게 획일화된 꿈과 용기를 강요하지 않겠느냔 노파심이었다. 하지만 데이빗 프랭클 감독은 영화의 시선을 폴 포츠란 주인공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않고 주변인들과 폴 포츠의 삶에 중심을 둬 유쾌하고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를 그려냈다. 덕분에 '원챈스'는 진정한 '힐링 무비'다운 느낌을 자아낸다.

지난 2007년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를 단박에 스타로 만들어준 영국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브리튼즈 갓 탤런트 방송화면 캡처
지난 2007년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던 폴 포츠를 단박에 스타로 만들어준 영국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브리튼즈 갓 탤런트' 방송화면 캡처

'원챈스'는 지난 2007년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서 최종 우승을 거머쥐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발돋움한 폴 포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폴 포츠(제임스 코드 분)는 시골 마을 철강제련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못생긴 외모와 소심하고 어눌한 말투 탓에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괴롬힘을 당하며 어두운 유년기를 보낸다. 끊임없이 구타와 놀림에 시달리며 앞니까지 잃어버린 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 포츠는 오페라 가수라는 자신의 꿈을 소중히 키워가며 따뜻한 심성 또한 잃지 않는다. 그런 폴 포츠 특유의 낙천적인 면모는 자신만큼 그의 꿈을 지지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줄리 월터스 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폴 포츠 가정의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오페라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그였지만, 성인이 된 그는 휴대전화를 판매하며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 그에게 운명 같은 사랑 아내 줄스(알렉산드라 로치 분)가 등장한다. 그녀의 등장은 폴 포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다. 줄스는 폴 포츠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폴 포츠가 사랑하는 오페라를 누구보다 아끼고 지지하며 그의 꿈을 위해 눈물겨운 희생을 마다치 않는다.

영화 속 폴 포츠란 인물은 누구보다 오페라를 사랑하고 마음씨 고운 남자임은 분명하지만, 누구보다 운 나쁘고 미련한 남자로 그려진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며 한 번쯤, 아니 수십 번은 그의 미련하고 둔한 면모에 답답함을 느끼며 가슴을 친다. 사실 그의 불운은 '운'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 폴 포츠에겐 오페라를 사랑하는 열정과 타고난 목소리뿐, 사회성이나 융통성이라곤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민폐의 아이콘' 폴 포츠를 시종일관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의 어머니와 아내 줄스, 친구 브래든(맥켄지 크룩 분)를 비롯 주위 사람들은 폴 포츠의 '민폐'마저도 사랑한다. 그가 오페라를 대하는 뜨거운 열정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원챈스'에서 보여주는 폴 포츠 주변 사람들의 완벽한 지지는 영웅의 탄생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자리하고 있음을 수없이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원챈스'는 가치가 있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 있는 사람은 그간 우리가 수없이 보고 들어왔던 폴 포츠란 인물이지만, 영화는 우리가 몰랐던 '영웅'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만들어낸 고군분투 성공담이 아닌 여러 명의 사랑이 모여 만든 결실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폴 포츠의 꿈을 지지하고 아끼며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다./영화 원챈스스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폴 포츠의 꿈을 지지하고 아끼며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준다./영화 '원챈스'스틸

거기에 '원챈스'가 가진 메시지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폴 포츠를 연기한 제임스 코든은 당사자인 폴 포츠가 "파란 눈을 빼고 나와 모든 것이 닮았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완벽에 가깝게 폴 포츠를 녹여냈다.

사실 제임스 코든 특유의 해맑은 미소와 어리바리한 말투는 폴 포츠보다 매력적이다. 거기에 아내 줄스로 나오는 알렉산드라 로치는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 없다. 영국 명문 왕립극예술학교 출신인 그는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던 것과는 전혀 상반되게 폴 포츠의 아내 줄스 역을 맡아 사랑스럽고 청순한 매력을 100% 뽐냈다. 특히 알렉산드라 로치는 폴 포츠의 실재 아내인 줄스가 직접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눈길을 끈다.

거기에 '원챈스'에서 강조하고 싶은 배우 중 하나는 미국 인기 드라마 '스킨스'와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에서 선굵은 연기를 보여준 맥켄지 크룩이 폴 포츠의 '절친' 브래든으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그간 해적이나 조직 폭력배의 우두머리 등 강렬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던 그가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의 매니저로 분해 보여주는 푼수 연기는 색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원챈스'엔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폴 포츠만 반짝반짝 빛나지 않는다. 하나의 영웅도 없다. 대신 지질하고 못생긴 남자의 순수한 꿈을 지지해주는 다수의 영웅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통해 관객들은 진정한 '힐링'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13일 개봉.

폴 포츠의 실화를 다룬 영화 원챈스./영화 원챈스스틸
폴 포츠의 실화를 다룬 영화 '원챈스'./영화 '원챈스'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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