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가 '국민욕동생' 이미지를 버리고 배우로서 도약을 시도했다. '변했다'는 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눈길을 끌고 있다./임영무 기자 |
[ 이다원 기자] '국민욕동생'이 변했다. 표정을 자유자재로 일그러뜨리며 전국팔도의 온갖 욕을 다 쏟아낼 것만 같더니 어느 새 차분한 여배우로 돌아왔다. 새침한 표정과 담담한 말투가 다소 낯설어 "변했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고 하니 해맑게 웃으며 간단하게 응수한다.
"전혀 개의치 않아요. 변했다는 말은 한 살에서 두 살이 될때에도 듣는 말이잖아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는 것 같아요."
김슬기가 '변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며 소신을 밝히고 있다./임영무 기자 |
당당한 매력이 살아있는 배우 김슬기(22)를 최근 서울 가산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마주했다. 왜소한 체격에 단정한 옷차림을 한 그는 출세작인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 속 '드센' 이미지와 달리 대답 한 마디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건넨다.
김슬기가 지난해 하차한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에 대해 아쉬웠지만 하차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SNL 코리아'가 김슬기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 같은데?
음, 절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해준 곳이죠. 고향 같아서 애틋하게 느껴져요. 프로그램을 오래 같이 한 사람들하고는 여전히 돈독하게 지내고 있고요.
-그런 'SNL 코리아'를 나와 MC 신동엽이 굉장히 아쉬워하지 않았나.
네. 그리고 저도 무척 아쉬웠어요. 만약 5년 뒤에 'SNL 코리아' 호스트로 제가 초대된다면 정말 좋은 결과로 남겠죠? 그것만큼 프로그램을 빛나게 하는 것도 없을 테니까요. 크루 출신의 김슬기가 호스트로 돌아온 거니까요. 헤헤.
김슬기(왼쪽)가 'SNL 코리아'에서 귀엽지만 엽기적인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tvN 'SNL 코리아' 방송 캡처 |
-혹시 프로그램에서 붙은 '국민욕동생'이란 수식어가 부담스러웠던 건 아닌가.
그 부분도 하차 결정에 영향을 받았죠. 물론 '국민'이 붙은 수식어 자체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라서 기분도 좋고 굉장히 감사했지만, 그 이미지로 지속돼 굳어질까 봐 두렵기도 했어요. 그런 우악스러운 면을 제외한 제 진짜 성격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고요. 'SNL 코리아'를 하다 보니 실제 저와 너무 다른 연기를 해야 하니까 단순한 인터뷰 속에서도 제가 없어지는 것만 같았거든요. 사석에서 만날 때조차 '욕해달라'고 짓궂게 요구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게 저에 대한 호감 표시라는 걸 알지만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 정말 힘들더라고요.
김슬기가 갑자기 다가온 인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고 털어놓고 있다./임영무 기자 |
-지난해 급작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네. 갑자기 주목받는 게 부담되고 여러가지 면에서 정말 힘들더라고요. 어쩔 땐 대중의 관심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거든요. 자유도 없어지고 불편한 점도 많았죠. 인지도가 올라가서 일하기에 편한 점도 있었지만 몰래 제 사진을 찍거나 무례한 분들도 간혹 있었어요.
김슬기가 자신이 소금과 후추 같은 존재라며 귀여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임영무 기자 |
-예능프로그램을 벗어나 뮤지컬 '디셈버' 영화 '수상한 그녀' 등 여러 작품을 찍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것 같은데?
전 제가 소금과 후추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없어도 안 되지만 많아도 안 되는 적당한 구실을 해야 한다고요. 마지막 감칠맛을 더해주는 그런 느낌이었죠. 그리고 사실 제가 없으면 작품이 좀 싱거워져요. 하하!
-'디셈버' 박건형 vs 김준수, 호흡은 누구와 더 잘 맞았나?
누구와 더 잘 맞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두 분 다 개성이 강한 분들이라서 느낌이 달랐어요. 박건형 씨는 연기적인 교감을 많이 이룬 파트너고요, 김준수 씨 역시 노래할 때 뛰어넘을 수 없는 에너지를 뿜는 분이라 배울 게 많았어요.
김슬기가 여배우답지 않은 소탈한 매력으로 취재진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임영무 기자 |
-여배우로서 몸매 관리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다.
아뇨. 몸매보다 성대 관리에 오히려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살이 찐다고 해서 지금이랑 달라질 게 있나 싶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도 얼굴이나 몸매로 인기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젯밤에도 라면 먹고 잤는 걸요? 하하. 전 무엇보다도 지금 제 행복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식탐이 장난 아닌데 이걸 참는 것도 얼마나 스트레스겠어요?
-앞으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까.
글쎄요. 고정 출연은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요? 만약 앞으로 더 방송을 오래하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선 고정으로 나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연기로 더 내공을 쌓고 싶습니다.
◆[SS인터뷰] '국민욕동생' 김슬기 "변했다는 말? 개의치 않아요"(http://youtu.be/0QneJE5lh6M)
<영상=김동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