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종영③] "버릴 게 없다" 불가능한 사랑 가능케 한 '섬세한 연출'
입력: 2013.11.15 08:00 / 수정: 2013.11.15 08:55
배우 황정음, 지성, 배수빈, 이다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가 열연을 펼친 KBS2 수목 드라마 비밀이 14일 막을 내린 가운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배우 황정음, 지성, 배수빈, 이다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가 열연을 펼친 KBS2 수목 드라마 '비밀'이 14일 막을 내린 가운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더팩트|박지은 인턴기자] "모든 장면엔 의미가 있다."

그냥 흘려보낼 장면이 없었다. KBS2 수목 드라마 '비밀'을 완성한 힘은 섬세한 연출력에 있었다. 1회부터 꼼꼼하게 엮인 복선이 16회 결말까지 연결됐다. 스스로 '비토커'(비밀 스토커의 줄임말)로부르던시청자들은 장면과 대사, 소품 하나까지 곱씹으며 '비밀'을 즐겼다.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는 '복테일'이란 별명답게홈페이지 인물 관계도까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등장 인물 소개에 사용된 주연 배우의 사진은 독특한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지성은 손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있고 황정음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이다희는 귀를 막은 상태다. 배수빈은 유일하게 두 귀와 눈이 열려 있지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네 남녀의 각기 다른 포즈는 '비밀'이라는 큰 줄기에서 진실을 숨기거나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으로 입을 가린 황정음은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귀를 막은 이다희는 진실을 외면한다. 한쪽 눈을 가린 지성은 진실을 뒤늦게 보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공을 바라보는 배수빈은 진실을 외면하고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의미다.

'비밀'의 네 남녀가 품은 진실은 모두 풀렸다. 하지만 결말을 향하는 과정에서 보인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더팩트>에서 '비밀'의 완성도를 높인 드라마 속 숨은 장면들을 곱씹어 봤다.

◆ 황정음, 지성 떠나기 직전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13일 방송된 비밀 15회에서 이별을 앞둔 황정음과 지성이애틋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13일 방송된 '비밀' 15회에서 이별을 앞둔 황정음과 지성이애틋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13일 방송된 15회에서는 조민혁(지성 분)과 강유정(황정음 분)의 아픈 이별이 그려졌다. 강유정은 K그룹 후계자의 자리로 조민혁을 돌려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던 조민혁은 결국 강유정과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날 방송에서 강유정이 조민혁에게 읽어 주던 책 '자기 앞의 생'은 결말을 암시한 복선이었다. '자기만의 생'은 집창촌에서 태어난 10세 꼬마 모모와 사람들의 만남과 이별, 사랑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의 책이다.

강유정은 주인공 모모의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제게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러셨잖아요"라고 말하는 대목을 읽어 내려 갔다. 이어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라는 구절로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악에 가까운 복수에서 사랑까지 변화했다. 절대적인 선과 악은 없었던 강유정과 조민혁의 결말이 암시된 구절인 셈이다.

◆ 이다희, 소설 '폭풍의 언덕'과 두 개의 그림 속 '비밀'

극 중 등장한 소설 폭풍의 언덕과 이다희가 그린 그림이 복선을 위한 장치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극 중 등장한 소설 '폭풍의 언덕'과 이다희가 그린 그림이 복선을 위한 장치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지난달 16일 방송된 7회에서 신세연(이다희 분)은 조민혁에게 소설 '폭풍의 언덕'을 건넸다. 옛 연인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 강유정에 대한 복수가 비극으로 끝날 거라는 암시였다. 얼마 후 조민혁은 신세연을 다시 만난 자리에서 "네가 준 '폭풍의 언덕' 잘 봤다. 사랑에서 시작한 복수는 비극으로 끝난다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궁금한 건 반대가 될 때다. 복수에서 시작한 사랑은 어떻게 끝나는 거냐"라고 물어 강유정과 관계를 암시했다.

이후 신세연은 스스로 '폭풍의 언덕' 주인공인 히드 클리프와 같은 사랑에서 시작한 복수에 빠져들었다. 신세연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는 조민혁을 가지려고 안도훈(배수빈 분)과 손잡고 K 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신세연은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감정으로 괴롭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조민혁은 복수에서 시작한 사랑으로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극 중 화가인 신세연의 그림에도 '비밀'이 숨어 있었다. 지난 9월 26일 방송된 2회에서는 신세연이 소파에 누워 있는 조민혁을 그리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때 신세연은 소파에 누워 있는 조민혁 옆에 자신을 그려 넣었다. 그림의 의미에 대해 제작진은 "조민혁을 향한 신세연의 안타까운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유보라 작가가 특별히 대본에 별도의 표시를 두었을 정도로 의미를 둔 장면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 방송된 7회에서도 의미가 담긴 그림이 등장한다. 신세연과 안도훈이 함께 감상하는 그림은 위아래가 같아 뒤집혀도 똑같은 배경이 된다. 제작진은 이 그림에 대해 "세연의 마음이 어느 순간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불분명한 경계는 세연의 두 가지 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 30초 프롤로그와 타이틀 로고,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이란 의미

KBS2 비밀의 이응복 PD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중요한 장면을 30초 프롤로그와 타이틀 로고로 연출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KBS2 '비밀'의 이응복 PD는 이야기의 흐름에서 중요한 장면을 30초 프롤로그와 타이틀 로고로 연출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KBS2 '비밀' 방송 화면 캡처

지난달 24일 방송된 10회에서는 우두커니 서 있던 안도훈이 강물에 무언가를 던지는 장면이 그려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가 끝도 없이 강물 속으로 가라앉으며 섬뜩한 배경 음악이 더해졌다.

안도훈이 강물에 던진 것은 강우철(강남길 분)의 '배회 방지 팔찌'였다. 그는 강우철을 길에 버려 숨지게 했다. 치매 환자인 강우철이 집에 돌아올 수 없도록 '배회 방지 팔찌'를 벗기기까지 했다. 제작진은 안도훈의 악행을 30초 프롤로그로 표현했다.

'비밀'은 핵심 장면을 프롤로그로 연출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1회에서 보여 준 강유정과 안도훈의 슬픈 눈과 3회의 교통사고 장면, 5회 강유정의 출소 날 등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프롤로그를 배치했다.

이응복 PD는 프롤로그 외에도 비밀을 암시하거나 국면을 전환할 때 제목을 사용했다. 눈물 같은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비밀'의 타이틀 로고가 화면을 채웠다. 강유정이 복수를 결심한 순간, 신세연의 사랑이 증오로 바뀔 때 등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엔 타이틀 로고가 등장했다.

비밀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조민혁이 품었던 강유정에 대한 분노는 동정을 거쳐 사랑까지 향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두 사람의 관계를 풀어 내는 과정엔 연출의 힘이 컸다. 이응복 PD가 네 남녀의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여러 장치는 '비밀'의 완성도와 동시에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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