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안방극장 연금술사④] '나인' 송재정 작가 "누군가 내 작품에 매료된다면 영예"(인터뷰)
  • 김한나 기자
  • 입력: 2013.11.02 08:00 / 수정: 2013.11.02 08:11

송재정 작가는 <더팩트>과 만나 tvN 나인을 비롯해 작가 생활 등을 솔직한 입담으로 공개했다. / 더팩트DB
송재정 작가는 <더팩트>과 만나 tvN '나인'을 비롯해 작가 생활 등을 솔직한 입담으로 공개했다. / 더팩트DB

[김한나 기자] 올해 드라마의 시작과 끝은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송됐던 '나인'이었다.

지난 3월 첫 전파를 타 호평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방영 내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 앉게 만들었다.

단 20회, 2개월 간의 방송이었지만 종영 후유증도 대단했다. '나인 앓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탄탄한 스토리를 다시 보며 '복습'하는 팬들을 양산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극전개로 미국까지 사로잡아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2013년은 드라마는 대중성에서나 작품성에서나 '나인'이 쫙 잡은 셈.

이 모든 것을 있게한 시작점에는 송재정 작가가 있었다.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가족 시트콤의 시발점이었던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거침없이 하이킥' 등 무릎을 탁 칠만한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어느날 반짝 등장한 천재 스타작가가 아닌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진정한 고수였다.

<더팩트>은 지난달 30일 송재정 작가의 작업실로 찾아가 '나인'에 대한 솔직한 뒷이야기 부터 작가 지망생들에게 따뜻한 조언 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작가의 영예는 작품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

가장 먼저 '나인'의 미국 리메이크라는 반가운 소식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가 만들어낸 스토리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해외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작가 개인적인 영예를 드높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작가로서 영예, 혹은 작가로서 목표는 누군가 작품을 보는 한 시간 동안 너무 재밌게 몰입해서 보는 것이죠. 그냥 잡담하면서 소비되는 것이 아닌 그 순간 만큼은 내 작품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 시청자 한 분 한분의 정신을 뺏고 싶었어요. 리메이크 됐다는 사실도 충분히 좋지만 콘텐츠 전문가들도 매료됐다는 사실이 더 설레죠. 그분들도 집중해서 봤다는 거니깐."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나인, 거침없이 하이킥(왼쪽부터 시계방향)은 모두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다. / SBS, tvN, MBC 제공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나인', '거침없이 하이킥'(왼쪽부터 시계방향)은 모두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다. / SBS, tvN, MBC 제공

팬들은 물론 해외까지 홀린 '나인'을 송재정 작가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자식같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헤여진 애인 같다"고 답했다.

"'나인'의 아이템을 떠올린 것은 2010년이었어요. 시놉시스 나오고 대본은 틈틈히 써내려갔어요. 3년 반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자식보단 애인 같아요. 헤여진 애인. 그때는 열성을 다해서 썼지만 이제 제 관심사는 아니죠. 자식이라고 한다면 손을 떠난 자식정도?"

예상을 깬 대답에 오기가 붙은 기자는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를 물었다. 역시 그의 대답은 '쿨내'가 진동했다.

"대본 쓸 때 가장 그 캐릭터를 사랑해요. 지난 다음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제 작품은 안봐요. 다음 작품 진행해야 하니까요. 시트콤을 써왔던 버릇인지 주인공을 마냥 멋있게 그리기보단 망가지면서 유머를 유도하는 주인공이 더 좋아요. 주변에서 오히려 '너무 한거 아니야' 할 정도죠."

탁월한 극전개 능력을 '나인'을 통해 입증한 그.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아버지가 방송기자 였어요.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서 이유 없이 신문방송학과 까지 진학했죠. 글을 쓸 생각은 안했는데 기자로 취직하기가 힘들었어요. 하하. 그 후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강의 시간에 꽁트를 짜오라는 과제를 받았는데 그걸 본 강사가 코미디에 자질있다며 데려가서, 예능 프로그램 막내 작가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그는 예능작가에서 시트콤 작가로 변신했다.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감독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일상을 그리는 데에 한마디로 '도가 텄다'.

"천재라는 반응이 부담스러워요. 시트콤하면서 엄청난 편 수의 아이템을 짰거든요. 일상생활을 뽑아 대본을 쓰는 것을 인이 박히게 한거죠. 24살 때 부터 10년 동안 시트콤 작가 하면서 2000회차는 만든거 같아요."

그런 시트콤 작가 경력을 발판삼아 그는 드라마 작가로 발돋움 했다. '인현왕후의 남자'에 이어 '나인'까지 히트시키며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의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임슬립은 일상생활을 다루는 시트콤이 지켜워서 판타지로 장르를 바꾸면서 잡은 소재에요.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지난 5월 종영한 tvN 나인은 종영 후에도 나인 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가 하면 미국 리메이크가 확정되는 등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 tvN 제공
지난 5월 종영한 tvN '나인'은 종영 후에도 '나인 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가 하면 미국 리메이크가 확정되는 등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 tvN 제공

◆ "공감할 줄 알아야 '좋은' 작가"

'좋은 작가'에 대한 그의 신념도 공개됐다.

"경험이 많아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어요. 어릴 때일 수록 좋은 작품을 쓸 수는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봐야 선배들의 마음도 쓸 수 있고 엄마 마음도 쓸 수 있잖아요. 어릴 때는 그냥 막연한 그런 것들이요."

"작가는 공감능력도 중요해요. 도덕적 잣대가 아닌 사이코 패스도 감정적으로는 공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공감능력은 자질이지 교육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각자 자질은 마음에 있는 거죠."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잡은 '막장 드라마'에 대한 그의 독특한 시선도 드러났다.

"사실 막장이 트렌드라는 그런 분석에는 관심이 없어요. 트렌드라고 보는게 무의미 한 것 같아요. 통하는 작품이 나왔고 그 것을 쫓는 작품들이 나온 것일 뿐 아닐까요. 타임슬립이 통하고 판타지 통하는게 아니라 잘된 판타지가 나온 것이고 그 후 안되는 것이 있다면 트렌드가 변한 것이 아닌 잘 된 작품이 안나온 거죠. 허무한 대답인가요?"

송재정 작가는 현재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삼총사'를 모티브로 사극을 그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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