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기사방향까지 코치하는 티아라 소속사 '유감'
입력: 2013.05.23 09:47 / 수정: 2013.05.23 09:55
티아라엔포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은 언론의 정상적 보도까지 문제를 삼았다. / 더팩트DB
티아라엔포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 측은 언론의 정상적 보도까지 문제를 삼았다. / 더팩트DB


[김한나 기자] "사장님의 지시다. 기사를 수정하든지 빼달라.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겠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하지만 이건 좀 심했다. 걸그룹 티아라의 유닛 티아라엔포의 미국 진출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린 20일 오후. <더팩트>이 '박수 받지 못한 티아라엔포 미국 진출 기념 기자 간담회'라는 제목으로 현장 분위기를 보도하자 티아라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이하 코어) 측은 즉각 전화를 걸어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기자간담회라는 자리가 그렇게 요란한 자리도 아니고, 취재기자 또한 사진기자와 구별 없이 상당 수 취재진이 모였는데 <더팩트>만 유독 비아냥거리는 식의 보도를 해서 회사의 명예에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통상 연예기획사 의도와 다른 기사가 나갔을 경우 소속사 측이 언론 매체에 항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건 상식적 수준을 넘어 아예 기사방향을 코치하고, 편집권 자체를 기획사가 행사하려는 뜻을 보였다. 더구나 <더팩트>은 이날 현장에서 보도한 6건의 기사 가운데 5건은 티아라엔포 소속사 예상(?)과 맞는 기사를 출고했고, 행사장 분위기를 전하는 'SS현장'기사에서만 다소 비판적 시각을 담았을 뿐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소속사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폭언을 하는 것은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는 언론의 공정보도와 신뢰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일 기자간담회는 소속사 측의 기대와 달리 뜨거운 취재열기나 질문세례 없이 끝났다. 다음날 스포츠 연예 소식을 주요 기사로 다루는 스포츠신문 지면에도 티아라엔포의 미국진출 기념 기자간담회는 사진 뉴스 정도로 취급됐고 아예 다루지 않은 매체도 있었다. 원더걸스나 싸이의 미국진출과 비교해 볼 때 너무 차이나는 분위기를 <더팩트>은 사실대로 짚은 것이다. 50여명의 소속사 직원들이 1년 가까이 '왕따설' 시련을 딛고 야심차게 준비한 미국 진출에 대해 격려와 칭찬의 기사만 쓸 수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없는 얘기를 소설처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소속사 관계자가 "사장님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며 기사 수정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때 이른 컴백이라는 비판적인 여론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진출 카드를 꺼내들고도 자사에 불리한 기사를 썼다는 이유로 사실 보도를 한 언론사에 위압적 행위를 하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든 '제왕적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연예계 경력이 풍부한 김광수 코어 대표가 실제로 이런 지시를 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소속사 관계자는 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내세워 기사 방향을 바꿔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사실이다.

티아라엔포가 미국 유명 래퍼인 크리스브라운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미국 진출까지 이룬 것은 기대를 모을 일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론의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티아라엔포는 지난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크리스브라운을 비롯한 음악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러나 4박5일의 짧은 일정일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티아라엔포 측의 일방적 설명과 발표만 있는 것이다.

특히 티아라엔포의 타이틀곡 '전원일기'는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시크릿의 '유후',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등과 비교했을 때 순위에서도 밀리는 등 수모를 겪고 있다. 국내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 진출을 발표하니 오히려 팬들의 의구심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기자 간담회는 티아라엔포의 미국 진출 업적을 나열하고 티아라엔포의 포부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내용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기자의 주관적 의견을 썼다고 소속사는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다음날 티아라 소속사 측 관계자는 편집국을 찾아와 기자들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다. '연예 권력'이 커졌다고 하지만 이건 정도를 지나쳤다. 시정 잡배도 하지 않는 일을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버젓이 하는 횡포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언론사에 대해서도 이런 고자세를 갖고 있는 코어 측이 다른 회사 관계자나 팬들을 상대로 할 때는 또 어떤 태도를 보일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을 생명처럼 생각하는 <더팩트>은 정당한 취재와 보도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어떠한 세력과도 타협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hanna@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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