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프리즘] 김기덕의 '강심장', '힐링-승승장구'보다 뭉클했다
  • 오영경 기자
  • 입력: 2012.09.05 18:32 / 수정: 2012.09.05 18:32

김기덕 감독이 강심장에 출연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SBS 강심장 캡처
김기덕 감독이 '강심장'에 출연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SBS '강심장' 캡처

[ 오영경 기자] 쉰을 넘긴 천재 김기덕(52) 감독이 이제야 대중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는 소문처럼 음침하거나 어둡지 않았고 자신의 자랑 멘트 그대로 밝고 귀엽고 경건했다.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게스트 한 명만을 고이 모셔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SBS '힐링캠프'도, 게스트와 그의 지인까지 초대해 깊이 있게 파고드는 KBS2 '승승장구'도 아닌, 1대 다수 방송이자 젊고 핫(hot)한 스타들 위주의 토크배틀 프로그램 SBS '강심장'이었다.

'도대체 왜?'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마찬가지였다. MC 신동엽은 "솔직히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긴 하지만 도대체 왜 하필 '강심장'에 나오셨나"고 물었고 슈퍼주니어 은혁 역시 "'강심장' 출연은 커녕 시청도 안하실 것 같다"고 거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왜 SBS '힐링캠프'가 아닌 '강심장'에 출연하냐는 질문도 받았다"면서 "'강심장'이든 '힐링캠프'가 됐든 김기덕이 나가면 김기덕이 아니냐. 저는 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형식이나 틀보다도 그 안에 담긴 본질이 중요하다는 것.

이날 김기덕 감독은 평소 성격이 그의 영화처럼 음침하다는 선입견에 대해 "내 얼굴은 밝고 귀엽고 경건하다"며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자기자랑을 늘어놓는가 하면 발목에 그린 물고기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걸그룹 카라, 정주리 등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등 다른 출연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출연자의 특기를 보여주는 '강심장'의 특성상 그도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다. 김기덕 감독이 준비한 것은 민요 '아리랑'이었다.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할 때마다 아리랑을 불렀다는 그는 스튜디오 가운데로 나가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김기덕 감독을 통해 재탄생한 아리랑은 날 것 그대로인 것처럼 순수하고도 구슬펐고 어느 명창의 소리보다 호소력 짙었다.

노래가 좀 떴다고, 드라마 시청률이 좀 잘나왔다고, 한시간 동안 심지어 2주에 걸쳐 그다지 길지도, 파란만장하지도 않은 자신의 인생사를 자랑스럽게 읊어대지 어떤 사람들과 달랐던 김 감독의 행보는 신선했다. 그에게 할애된 시간은 짧았지만 그가 밝고 귀엽고 경건한 사람임을 보여주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눈물과 '충격 고백' 없이도 충분히 뭉클하고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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