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보도-아이돌 파격 헤어①] '튀어야 산다'…파격 헤어의 모든 것
  • 오영경 기자
  • 입력: 2012.08.24 11:22 / 수정: 2012.08.24 11:22

[ 오영경 기자] 무대 위 아이돌은 언제나 보석처럼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난다.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저마다의 개성을 휘황찬란하게 뽐내며 대중의 시선을 브라운관에 고정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돌의 눈부신 '비주얼'을 돕는 요소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헤어스타일.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아이돌 러시 속에서 차별화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필수적 요소' 헤어스타일은 치열한 경쟁만큼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특히 남자 아이돌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은 가히 하나의 예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입체적인 구조감과 형형색색의 컬러는 일반인들의 눈엔 그림의 떡이요, 만질 수 없는 숭배의 대상인 우상(idol) 그 자체인 것이다. <더팩트>은 여자 아이돌보다 훨씬 더 과감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난해해 대중의 야유를 받기도 하는 남자 아이돌 헤어스타일의 모든 것에 대해 집중 해부해봤다.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로 사랑받고 있는 아이돌그룹 뉴이스트 렌, 샤이니 키, 빅스 혁, 샤이니 민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로 사랑받고 있는 아이돌그룹 뉴이스트 렌, 샤이니 키, 빅스 혁, 샤이니 민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 파격헤어의 탄생기…"우린 아이돌 스타일~"

국내 아이돌 스타들의 헤어스타일은 꾸준하게 진화해 왔다. 아이돌의 탄생과 그 역사를 같이 해온 그들의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은 앨범 기획 단계부터 그룹의 앨범 콘셉트에 맞춰 치밀하게 계획하고 숱한 수정을 거친 노력의 산물이다.

최근 신곡과 함께 형형색색의 화려한 헤어스타일로 돌아온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안효진 팀장은 "콘셉트를 정할 때는 멤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헤어 담당, 스타일리스트, 회사 관계자들, 멤버들 등이 함께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앨범에 맞는 스타일을 결정한 뒤 현장에서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조율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그에 걸맞는 색다른 변신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팬들에 대한 아이돌의 '기본 예의'다. 더군다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그룹들이 무수히 쏟아지는 아이돌의 홍수 속에서 남다른 음악과 의상만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남들보다 더 튀고 적나라한 외적 변신이 보태져야만 경쟁력을 갖춘 무대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시도한 비스트의 컬러풀한 헤어도 앨범 콘셉트를 백분 반영한 스타일이다. 안효진 팀장은 "기존 비스트가 추구한 음악이 카리스마 넘치고 파워풀한 콘셉트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도 무겁고 남성다운 느낌이 강했다"며 "이번엔 앨범 콘셉트에 맞춰 자유분방하고 상쾌한 느낌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평소 입는 사복보다 좀 더 상큼한 느낌을 주려고 머리에도 포인트를 줘서 색색깔로 염색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음악에 맞는 콘셉트를 결정한 뒤 실제 무대에 오르는 스타일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국내 유수의 남자 아이돌 헤어를 담당해온 헤어숍 '메종 드 유지' 유지 원장은 "소속사 관계자들과 멤버들이 시안을 가져와서 상담을 한다. 그쪽에서 원하는 부분이 있긴 해도 실제로 구현해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숱한 수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헤어스타일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는 "데뷔나 컴백 전까지 간격이 적은 경우 짧게는 1~2주동안 이 과정을 반복하고 길게는 한달까지 걸리기도 한다. 스스로 만족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감과 스타일리시한 감성이 전달되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도 많이 반영된다"고 밝혔다.

비스트 손동운, 테이스티 소룡, 비스트 장현승의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왼쪽부터 시계방향)./ 더팩트 DB
비스트 손동운, 테이스티 소룡, 비스트 장현승의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왼쪽부터 시계방향).
/ 더팩트 DB

◆ '민망과 난해 사이'…파격헤어, 왜죠?

간혹 남자 아이돌의 헤어스타일을 보면 파격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망측한 스타일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소속사에서는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하는 이도, 보는 이도 민망한 이런 '헤어테러'를 하는 것일까.

한 아이돌 관계자는 "여자 아이돌의 경우 메이크업과 의상만으로도 무궁무진한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남자 아이돌의 경우 진한 메이크업을 할 수도,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할 수도 없기 때문에 여자에 비해 시도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좁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통 일반인 남성들은 헤어스타일에 큰 변화를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돌들이 조금만 머리를 기르거나 특이한 형태, 색깔로 변화를 주면 여성의 헤어스타일 변화보다 갑절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도 있었다. 유지 원장은 "얼굴에 자신이 있는 멤버들은 얼굴 자체를 살려준다. 하지만 얼굴에 남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돌 멤버의 경우 이를 빛낼 수 있는 강렬한 스타일을 요구한다. 잘 갈고닦아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는 원석이 자칫 잘못해 화려한 비주얼의 멤버들에게 묻힐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월에 따라 추세도 바꼈다. 과거에는 팀 내 유독 튀는 헤어스타일의 멤버가 한두 명 정도 있었다면 최근에는 각각의 멤버들 모두가 개성 넘치는 파격헤어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큐브엔터테인먼트 안효진 팀장은 "기본적으로 원래는 그룹 중 한명 정도만 '어느 그룹의 빨강머리' 식으로 팀의 마스코트가 되는 친구나 메인보컬에게 파격적인 헤어를 추구했는데 요즘엔 그 친구 하나만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무대 비주얼을 맞게 구성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최근 앨범 콘셉트에 맞게 상큼하고 컬러풀한 헤어스타일로 컴백한 비스트 멤버들./ 큐브 제공
최근 앨범 콘셉트에 맞게 상큼하고 컬러풀한 헤어스타일로 컴백한 비스트 멤버들./ 큐브 제공

◆ 파격헤어, 효과는 어느 정도?

계속되는 탈색과 염색의 반복, 헤어기구의 잦은 사용으로 아이돌의 모발 상태는 사실 그리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파격헤어를 시도하는 이유는 분명 그 이상의 '득'이 있기 때문일 것. 그렇다면 실제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한 아이돌 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등장했을 때 대중이 가장 먼저 기억하는 친구는 외모가 가장 튀는 멤버일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해 데뷔한 한 그룹의 파격헤어를 시도했던 멤버의 경우 그룹 내 인기의 70%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빨리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그룹의 '빨간머리', '노란머리', '물미역 머리' 등등은 인지도가 올라간 뒤 '흑역사'로 남을 과거사진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욕심나는 '별명'임이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멤버 개인의 인지도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무대의 전체적인 콘셉트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 이름 석자 알리자고 두피에 불이 날 것처럼 뜨거운 고통을 참아가며 8번 탈색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ohoh@tf.co.kr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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