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다영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신하는 구덩이를 파고 근질거리는 입을 풀었지만 그의 말은 대나무숲의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한 번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소문은 이토록 무섭다. 주워담을 수도, 취소할 수도 없다. 늘 대중의 귀를 쫑긋하게 하는 연예인 루머도 마찬가지다. 어디선가 시작된 이 루머는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연예인을 둘러싼 황당하고 은밀한 소문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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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더팩트> 단독보도를 통해 열애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이효리-이상순 커플./더팩트DB |
◆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보고 있다
우선 스타와 자주 마주하는 이들에게서 루머가 퍼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영화 및 드라마 등 작품을 하는 동안 스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하는 스태프들은 입이 무거운 동시에 가볍다. 통상적으로 촬영은 작품을 하는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태프들은 스타 방문객, 스타의 전화 통화 등 사적인 부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타의 사적인 부분을 다루는 소문들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불거져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배우 김혜수와 유해진의 경우는 <더팩트>을 통해 2010년 1월 1일 열애 보도가 나기 2년 전부터 열애설이 돌았다. 이 소문의 근원지는 바로 촬영장. 영화 촬영 스태프들은 "김혜수의 영화 촬영지에 유해진이 자주 온다. 친한 사이라지만 그보다 밀접한 관계로 보였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한참 후에야 열애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혜수와 유해진은 열애설 첫 보도 때 부인했지만 데이트 장면이 포착된 후 열애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가수의 경우도 마찬가지. 가수 이효리 역시 이상순과의 열애사실이 가요계 관계자들로부터 불거져 나왔다. 최측근들은 소문을 감싸줬지만 그들의 사이를 심상치 않게 본 주변인들이 말을 전하면서 열애설이 불거졌고, 이들은 무수한 소문 속에서 <더팩트>을 통해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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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빅뱅 지드래곤 대마초 흡연 사건은 보도 전 루머가 돈 바 있다./더팩트DB |
◆ '사건이 들어오면…' 검·경 관계자들
연예인 루머가 비단 열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타는 무수한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경우 스타의 주변인들보다는 검찰 및 경찰 관계자들 사이에서 매체 보도에 한 발 앞선 정보가 먼저 나온다.
지난해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의 대마초 흡연 사건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기 전 루머로 연예가를 휩쓸었다. 검찰발 루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톱스타였던 만큼 확실한 절차를 거치느라 시일이 걸렸는데 이 와중에 소속사인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사건발표를 늦췄다는 소문까지 덧입혀졌다. 루머는 사실로 밝혀졌지만 소속사의 사건 개입은 사실이 아니었다. YG 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은 얼마 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그럴 능력도 없다"고 사실무근임을 밝힌 바 있다.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에서 시작된 루머들은 검·경 출입기자들에 의해 "내사 중인 사건으로 곧 밝혀질 것"이라는 정보가 돌기도 하지만 검·경 내에서 만든 사건 보고지가 유출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일례로 과거 한 남자 배우의 아내가 수 십 억대에 달하는 사기를 당했던 사건의 경우는 검찰에 보고된 보고서가 유출됐었다. 당시 기자 역시 피해자와 피의자의 주민등록번호 및 사건번호까지 기재된 정보보고서를 직접 보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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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최진실은 자신을 둘러 싼 루머로 인해 괴로워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 전국민을 안타깝게 했다./더팩트DB |
◆ 일명 '증권가 찌라시' 독 중의 독
연예인 소문하면 '증권가 정보지'를 빼놓을 수 없다. 속칭 '찌라시'라 불리는 이 정보지들은 주가에 민감한 증권가, 여러 사건 사고를 주시해야 하는 정부부처 등에서 만들어진다.
이 정보지의 최대 피해자가 고 최진실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최진실은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시작된 '사채설' 루머에 시달리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당시 최초 유포자가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재계 소식과 함께 은밀한 연예계 소식들을 전하던 정보지들은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배포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보지 기근 현상'이 포착됐다. 가지런히 차례와 제목까지 붙여 문서화됐던 정보지들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보지를 작성하던 한 증권가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정보지를 공유하는 계층이 급속도로 확산됐다"며 "지인들에게 정보지를 공유하는 이들은 둘째치고 스마트폰 인스턴트 메시지를 통해 '연예인 X파일'이 돌기도 하고 버젓이 블로그에 올리는 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위험성을 판단, 최근에는 전화통화나 사내 네트워크 등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는 추세다"고 밝혔다.
dymo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