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임시완 "고지식한 허염, 어린시절 내 모습"(인터뷰①)
입력: 2012.01.26 11:18 / 수정: 2012.01.26 11:18

▲사극 촬영 때 입은 한복 덕분에 자세교정이 됐다는 임시완./ 문병희 기자
▲사극 촬영 때 입은 한복 덕분에 자세교정이 됐다는 임시완./ 문병희 기자

[ 오영경 기자] 여기,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있다. 가수로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배우로 출연한 첫 작품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일약 스타가 됐다. 무대에서 쌓은 명성과 팬덤을 무기로 주연 자리를 덥석 물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타 아이돌들의 행보와는 달랐다. 경력 있는 배우들에게도 어렵다는 사극이었고, 아역이었으며 '여주인공의 오빠'라는 작고 주목 받기 어려운 역할이었다.

최근 방송가 최대의 화제작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에 출연해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그룹 제국의 아이돌 멤버 임시완(24)의 이야기다. 그는 극중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한 수재에다 출중한 외모와 뛰어난 인품까지 겸비한 '조선시대 엄친아' 허염 역을 맡아 남녀 주인공 못지않은 열연을 펼쳤다. 전국 누나 팬들을 '허염앓이'하게 만든 그를 홍대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이틀 전 마지막 촬영을 마친 임시완은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허염에서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전히 극중에서처럼 고운 한복 차림이었지만 아이돌다운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그에게 "머리를 잘랐네요"라고 첫 인사를 건넸다. 임시완은 "속이 후련했다. 사극 분장할 때는 머리를 넘겨야 해서 길렀는데 평상시엔 너무 길어서 불편했다. 자르고 나니까 창문에 블라인드가 걷힌 기분"이라며 웃었다.

사극촬영에서 불편한 점은 긴 머리뿐만이 아니었을 터.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 속에서 얇은 한복 차림으로 몇 시간씩 버티기란 그야말로 극기체험을 방불케 했다.

"얇은 한복을 아래위로 4겹씩 아래위로 입었어요. 그렇게 입어도 추위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냥 '업이다' 생각하고 찍었어요(웃음). 그런데 좋은 점이 한복을 입게 되면 자세교정이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 엄청 불편했죠. 정자세를 유지해야 태가 나는 옷이다 보니까 항상 어깨 피고 정자세로 다녔거든요. 그러다보니 한쪽 어깨가 아프고 허리가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이젠 아픈 곳도 거의 없어지고 자세도 많이 좋아졌어요."

유난히 바른 자세 때문이었을까. 한복을 입은 임시완은 초절정 미모의 소유자라는 극중 역할답게 참으로 고왔다. 이런 그의 모습은 드라마 속 등장신 마다 후광이 비치는 CG효과를 등에 업고 더욱 빛났다.

"사극에 그런 신선한 충격이라니. 제가 찍었지만 애청자로서 너무 재밌게 잘 봤어요. 본방으로 봤냐고요? 사실 멤버들이 하도 얘기하기에 '내가 진짜 괜찮게 했나?' 궁금해서 혼자 집에서 봤죠. 그래도 손발이 오글거리더라고요(웃음)."

▲아역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임시완.
▲아역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임시완.

드라마 첫 방송 직후 임시완은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화제에 올랐다. 그와 주변의 걱정을 뒤엎은 예상 밖의 결과였다. "사실 처음 대본을 받자마자 너무 재밌어서 드라마가 잘될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그는 "예상보다도 훨씬 잘됐지만 내 역할까지 이렇게 크게 주목 받을지는 몰랐다. 처음 목표는 '욕 안들을 정도로 하자'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흔히 겪는 성장통인 '연기력 논란'도 그에겐 없었다. 임시완은 "이 부분에서 도움을 받은 게 있다"면서 "보통 아이돌이 연기를 하면 한층 더 엄격하게 보시는데 나는 가수로서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에 '얼마나 하나 보자'는 선입견 없이 보신 것 같다"며 아이돌로서의 후광을 입지 못한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했다.

24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성인이 아닌 아역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하게 된 데 따른 부담감도 없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이 나이에 아역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어떤 분들이 나이가 있는데 아역을 하는 게 창피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전 오히려 어리지 않은 나이에 아역을 할 수 있다는 게 저의 장점이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감독님도 오디션 당시 아역치고는 나이가 많으니까 절 탐탁지 않아 하셨죠. 그때 솔직히 연기를 배운 적이 없다고 말씀드리면서 그렇기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고 어필했더니 믿고 뽑아주신 것 같아요."

'해품달'의 아역 분량은 지난 주 방송된 6회까지로, 25일 방송분부터는 성인배우들의 연기로만 채워진다. 시청자들은 방송 초반 30% 가까운 시청률을 이끈 명품아역들의 퇴장을 아쉬워한 나머지 아역 분량을 늘리거나 이들이 성인 캐릭터까지 연기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시완은 "감사하지만 제 역할과 한계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1, 2회 끝나고 트위터 등을 통해 반응이 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남은 촬영이 부담감으로 다가왔어요. 칭찬을 들으면 들을수록 '남은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이 들통 나지 않을까' 오히려 두려웠죠. 성인으로 넘어가면서 더 깊고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해내야 할 텐데 저에겐 무리예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번에 느낀 문제점을 토대로 연기 레슨을 받고 싶어요."

겸손하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엄친아' 연기가 그토록 실감났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임시완의 학창시절이 극중 허염의 모습과 거의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요? 허염처럼 고지식했어요. 어른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면 모든 게 네 맘대로 된다'고 하시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죠. 근데 남중, 남고에 이어 공대를 가니 이건 고등학교 4학년이더라고요(웃음)."

그때부터 꿈을 향한 그의 방황이 시작됐다. 오랜 꿈이었던 가수가 되기 위해 친친가요제 부산 예선에 참가했고 당시 무대를 지켜본 현재 소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달걀로 바위 치는 심정으로 무작정 휴학을 하고 상경했다.

전교 회장, 부회장을 도맡아 했고 부산대 공대를 장학금 받으며 다니던 모범생 아들의 갑작스런 도발에 부모님은 '학창시절 내내 얌전히 있다가 왜 이제야 그러나?'며 뜯어말렸다. '현대판 허염' 임시완은 부모님 설득 방식도 남달랐다.

"무작정 떼를 쓰면 안 되겠다 싶어 머리를 썼어요.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보여드려서 믿음을 드리는 게 우선이었죠. 그때 한창 싸이월드 노래방이 유행이었어요. 거기서 노래실력 투표를 하는데 공대 친구들 인맥을 동원해서 전국 6등까지 등수가 올라갔어요. 그걸 부모님께 보여드렸더니 가능성을 보시곤 허락해주셨죠." (②에서 계속)

▲어린시절 모습이 해품달 속 허염과 비슷했다고 밝힌 임시완.
▲어린시절 모습이 '해품달' 속 허염과 비슷했다고 밝힌 임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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