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고민경 기자] 한 남자가 있다. 10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빚을 가진 30대 초반의 남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주유소 아르바이트뿐이다. 그런 그가 10억이라는 엄청난 빚을 갚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그에게 정체 모를 ‘회장’이라는 사람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온다. 고립된 저택에서 일주일 동안 그와 함께 초대 받은 사람들과 간단한 게임을 하라는 것이다. 승자에겐 주어진 상금은 최고 100억 원. 빚을 탕감할 능력이 없는 남자, 종민으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달콤한 제안이다.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카드에 적힌 ‘운명’을 따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종민의 카드에는 아래의 운명이 적혀 있다.
‘누군가를 살해할 운명’
누군가를 살해하지 않는다면, 종민은 이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장르소설 팬들은 윤현승 작가를 한국의 조지 R.R 마틴이라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조지 R.R 마틴. 미국에선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저자이다. 조지 R.R 마틴과 윤현승 작가의 스타일은 꽤나 닮았다. 탄탄한 세계관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판타지 소설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하얀늑대들’과 ‘라크리모사’를 통해 한국의 조지 R.R 마틴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윤현승 작가가 이번엔 추리 스릴러 ‘살해하는 운명 카드’로 돌아왔다.
윤현승 작가를 만나 신작 ‘살해하는 운명 카드’와 그의 문학관에 대해 들어봤다.
-보통 추리소설의 주인공은 척척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즈 같은 인물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특히 장르소설 작가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도서 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불법 다운로드 파일이 너무 많이 돌아다닌다. 한국 사람들은 영화 보는 것에는 돈 아까워하지 않는데 책 사는 것에는 인색하다. 책은 소장할 수 있는 데 말이다.
-첫 작품 ‘다크문’을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연관 검색어가 ‘다크문 다운’이더라. ‘하얀 늑대들’이나 ‘라크리모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상황일 거다. 불법 파일에도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직접 책을 타자 친 텍스트본,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디카본, 가장 최상급은 스캔본이다. 재미있는 게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면서 저작권은 파일을 만든 자신에게 있다고 한다. 이상하다. 저작권은 책을 쓴 나한테 있는데(웃음).
-소장할 만한 책이 없어서라고 하는 독자들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장르소설 붐이 생기면서 대여점 위주의 마구잡이 출판이 이뤄진 감이 있다. 하지만 굉장한 작가들도 많고 늘 애정으로 응원해주는 장르소설 팬들도 많다. 독자들과 교류하다 보면 도서관이나 대여점에서 빌려 봤다는 것을 작가들에게 미안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작가에겐 내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었다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작가는 안다. 불법 파일을 읽은 건지, 출판한 책을 읽은 건지.
-마지막 질문이다. 인상 깊은 추리소설이 있나?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존 그리샴의 ‘불법의 제왕’과 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이다. 특히 ‘불법의 제왕’이 인상 깊었다. 흔히 존 그리샴을 법정 스릴러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소설 역시 훌륭한 추리소설이다. 사실 난 모든 소설은 그 바탕에 ‘추리’를 깔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의 심리나 뒷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도 추리는 추리니까.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장르에 한계를 두고 소설을 쓰고 싶지 않다. 내가 해 볼 수 있는 것들에 얼마든지 도전할 생각이다. 음, 다음 작품? 지금으로선 명확하게 답을 못 하겠다. 나 역시 최대한 빨리 찾아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