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결국 외환은행을 인수하는데 사실상 성공했다. ‘애간장이 탄다’던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1년 여정이 결실을 보게 됐다. 이로써 ‘3강(우리, KB, 신한) 2중(하나, 기업)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4강(우리, KB, 신한, 하나) 체제’로 금융권이 재편된다.
2일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3조9,157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당초 계약 금액인 4조4,059억 원보다 11% 가량 줄어든 금액으로, 약 4,900억 원 가량 인하됐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지난 8년간의 한국 투기생활을 접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남은 과제인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 내려지게 되면 하나금융은 총자산 331조원 가량으로 우리, KB, 신한과 함께 국내 4대 금융지주사로 우뚝 올라서게 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하나금융 자산 규모는 224조원이며 외환은행은 107조원이다. 우리금융지주(372조원), KB금융지주(363조원), 신한금융지주(337조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면서 명실상부한 4강 체제로 완전히 재편되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규모의 경제’보다는 ‘시너지 효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 소매금융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과 기업금융과 국제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이 합쳐질 경우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현대그룹 등 막강한 대기업 고객군을 갖고 있다. 또 국내 대기업 절반이상의 외환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문에 태생적 취약점을 갖고 있던 하나금융으로선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
은행 영업망도 대폭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나은행 지점은 총 650개로 지점 수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나은행 국내 지점 650개, 외환은행 354개가 합쳐지면 지점 수는 1,004개가 된다. 국민은행 1,172개에 이어 2위가 된다.
또한 프라이빗뱅킹, 외환거래, 무역금융 등의 분야에서는 선두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외국 진출은 총 22개국으로 늘어 가장 많은 국외망을 갖춘 금융그룹이 된다. 외국 점포 수는 36개에 달한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짓기 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금융당국의 승인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나금융이 재조정된 가격을 반영한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하면 당국은 이를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다음 달 말까지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을 끝내지 않으면 론스타는 추가로 결산 배당금을 가져가게 돼 또다시 ‘먹튀’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동조합도 골칫거리다. 외환 노조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의 지분매매계약 발표 직후부터 반대 시위를 꾸준히 이어왔다. 최근엔 하나금융으로의 인수가 이뤄지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