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경영' SK그룹, 최태원 늪에 빠지고 최신원 부각되나
  • 황준성 기자
  • 입력: 2011.11.09 17:38 / 수정: 2011.11.09 17:38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 최신원 SKC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 최신원 SKC 회장

[더팩트|황준성 기자] 검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며 수사의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총수의 사촌형 최신원 SKC 회장에 눈길이 쏠린다. ‘사촌경영’ 중인 SK그룹의 한 기둥이자 수장인 그룹 최태원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자 계열분리의 뜻을 간접적으로 비친 최신원 회장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재계의 관측에 기인해서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3월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SK 창업정신이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올 들어 SKC, SK네트웍스를 비롯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검찰은 전날에 이어 SK그룹 본사 및 계열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중 992억원이 최 회장의 개인투자에 빼돌려진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조사 중이다. 또한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세탁을 거쳐 돈을 횡령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으며, 최 회장 역시 간여했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SK 횡령의혹을 두고 향후 벌어질지 모를 계열분리를 대비해 최 회장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불안한 ‘사촌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SK그룹이기에 언젠가는 계열분리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고 주력 계열사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실탄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금을 들여 최 회장이 선물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에서 계열분리하기에는 지분이 크게 부족하다. 하지만 최신원 회장은 동생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부터 SK케미칼-SK가스-SK건설 지분을 모으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 왔다.

또한 최신원 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아들이다. 최태원 회장은 고 최종건 회장을 이어 그룹을 이끈 동생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다. 이점도 최신원 회장이 계속해서 계열분리의 속내를 비추는 이유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SK 횡령 의혹으로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횡령 건으로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최태원, 최재원-최신원, 최창원 형제들로 이뤄진 사촌경영 중심이 무너질 수 있다.

더구나 선물투자로 최태원 회장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날렸으며, 앞으로 SK증권도 처리해야 할 부담감이 있다. 또 올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를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SK종합화학으로 분할하고 최근 SK텔레콤도 플랫폼 사업을 나눠 이에 대한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중국에 대한 투자 역시 성과가 미미하다. 직면한 과제가 한가득인 셈이다.

재계관계자는 “아직 최신원 회장이 계열분리하기에는 지분이 부족하다. 검찰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만약 모든 정황이 사실로 밝혀지면 최태원 회장 측은 여러 모로 받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횡령은 사실이 아니다. 지분관계에 있어서 계열 분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SK그룹의 계열분리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yayaj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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