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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
[ 오세희 기자] '동반성장'이라는 단어가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한나라당 일자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 등이 함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해 간담회를 가지는 등 정부에서도 동반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업무에 차질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매출 11조원의 대한항공 이 타 항공사의 조종사를 빼내 오면서 '대형 항공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대한항공, 동반성장은?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거대 기업과 중소 기업의 조종사 싸움이 벌어졌다.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가 에어부산 부기장 2명을 채용하면서다. 에어부산은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조종사 빼가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 수급 안정화를 위해 4년의 의무 복무 기간을 두고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이 기간이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부산의 조종사를 빼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소한의 상도의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날선 목소리로 말했다.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의 조종사를 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과 올 4월 두 차례에 걸쳐 에어부산 부기장 5명을 채용했다. 당시 에어부산은 부기장 34명 중 15%의 이탈로 항공기의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에어부산은 이런 사례가 지속된다면 조종사의 장기적 수급 기반이 와해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청와대 및 국민권익위원회, 국토해양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대한항공에 맞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의 행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및 동반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진에어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공개 채용에서 선발된 것일 뿐"이라며 "대한항공과도 전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 투자 없이 슬쩍?
대한항공의 계속되는 조종사 빼내기 논란은 조종사 양성에 투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2006년을 마지막으로 조종사 양성에 투자하지 않고 있어 중소 항공사 조종사를 빼올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조종사 양성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조종 인력 선발에서 부기장 임명까지 8~9개월의 교육 기간이 소요되고, 이 기간 교육비용이 1인당 5,000여만원이 들어간다. 시간과 공을 들여 조종사를 양성하면 대한항공에서 슬쩍 가져가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노조는 "대한항공은 제주도에 세웠던 비행학교를 폐쇄하고 조종사 양성에 한 푼도 쓰고 있지 않다"며 "현재는 외국에서 비행학교를 나온 경력자에 한해서 뽑고 있다. 조종사 양성 비용을 줄이려다가 배꼽을 더욱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의 이러한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는 저비용 항공사에 대한 견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10월 여행사에 압력을 넣어 저가 항공사의 예약을 저지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타 업체와 거래를 계속하면 성수기나 인기 노선의 좌석 공급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지난해 3월 대항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영업 방해'라고 지적당해 1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 노선이 겹치는 에어부산에 대한 견제일 수 있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시정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이런 일들이)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