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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X본사, 원안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 |
[더팩트|황준성 기자] STX그룹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이다. 오는 5월1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STX그룹은 기계·조선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린경영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기업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한 건설·육상 플랜트 사업에서도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재계 순위는 10위권 밖이지만 STX가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은 결코 작지 않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설립된 STX
STX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배경으로 창의와 도전 정신의 기업문화를 꼽는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종종 제갈량 같은 인재보다는 장비 같은 인재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도전 정신을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강 회장 자신 역시 도전 정신과 창의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지난 1973년 평사원으로 출발한 강 회장은 2000년 쌍용중공업을 모태로 현재의 STX그룹을 일군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CEO다.
외환위기 당시 쌍용중공업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일하고 있었던 강 회장은 인수 주체인 외국계 컨소시엄에 의해 최고경영자(CEO)로 뽑힌 후, 27년 간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20여억원 남짓한 사재를 털어서 쌍용중공업의 주식을 사들였다. 샐러리맨에서 기업의 오너로 변신을 꾀한 것. 이후 쌍용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하며 기업을 재정비했고 2001년 사명을 변경해 STX를 출범시켰다.
STX그룹이 중공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된 것은 공격적인 M&A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STX는 지난 2001년 대동조선(현 STX조선)을 인수를 시작으로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성공적인 M&A로 강 회장은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며 중공업체로서 기틀을 마련했다.
STX의 인수합병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마구잡이식 몸집 불리기가 아닌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라는 명확한 목표가 그것이다. STX그룹은 조선 기자재부터 엔진, 선박 건조, 에너지, 건설, 플랜트 사업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그룹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수직계열화에 꼭 필요한 기업을 가급적 내부 자금을 통해 기업을 인수한 것을 STX그룹의 M&A 성공 비법으로 평가한다.
◆ 조선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STX
STX그룹이 눈에 띈 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닥친 2009년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가 포진한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도 금융 위기로 인해 선주들의 발주가 끊기자 선박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STX그룹은 STX조선해양, STX유럽을 통해 국내 조선업체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며 빅4로서 면모를 다졌다.
STX유럽의 특수선 수주가 한몫을 했다. 당시 STX유럽은 쇄빙예인선과 군용수송함 등 고부가가치선을 을 잇달아 수주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조선업계에서는 STX그룹이 STX유럽(전 아커야즈)를 M&A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평가했다.
STX의 STX유럽 설립은 다소 어려웠다. 한국의 크루즈선 시장 진출은 전무한 상태였으며 크루즈선 건조에 강세를 보이던 유럽 업계의 시샘도 컸다. 그러나 강 회장은 지난 2007년 노르웨이의 세계적 크루즈 건조사인 아커야즈 지분을 인수해 국내 조선업계 뿐 아니라 독점적인 크루즈선 건조 능력을 자랑하던 유럽 조선업계까지 놀라게 했다. 이는 조선업체 최대의 M&A로 꼽힌다.
이에 앞서 강 회장은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대련에 조선소를 설립한 것. STX그룹으로서는 M&A가 아닌 최초의 조선소 설립이어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또 550만㎡ 대지에 세계 초대형 조선소를 짓는 사업이라 우려도 컸다. STX그룹은 업계의 우려를 보란 듯이 잠재우며 대련조선소 등을 통해 그룹 매출을 8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STX그룹은 세계 최초로 일반상선, 여객선, 해양플랜트, 방산용 군함 등 모든 선박을 생산하는 회사가 됐으며 한국, 중국, 유럽을 잇는 삼각편대도 형성했다.
◆ 그린경영으로 우뚝
최근 STX그룹은 사업 부문마다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에너지, STX엔진 등은 그린경영 마인드와 첨단 기술을 앞세워 친환경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07년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친환경 선박도료(방오제)를 본격 적용했다. 선박도료란 해양 동식물 등이 해양구조물 표면에 부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에 도장하는 것으로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발생해 바다 생태계 파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STX조선해양의 친환경 도료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환경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작업자 건강에도 도움이 돼 환경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환경경영 실천을 위해 ‘환경 포켓 가이드북’을 발간해 협력사를 포함한 전 생산 관리자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STX엔진은 환경부가 지정한 환경친화기업으로 16년 연속 선정됐다. STX엔진은 풍력,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발전사업과 함께 화력발전소 및 열병합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황산화합물과 질소화합물을 크게 줄이는 탈황, 탈질 설비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또 STX엔진은 질소화합물 배출량을 22% 이상 감소시킨 환경친화형 엔진 개발에도 성공했으며 엔진 제작 이후에도 공정까지 친환경방식으로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엔진 도장 후 발생되는 오염 물질인 총탄화수소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는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STX에너지, STX솔라 등 많은 계열사도 그린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 후계구도는?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2~3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자수성가형 오너 경영인 강 회장이 과연 어떻게 기업을 영위해 나갈지 관심사다. 때문에 STX그룹의 후계 구도에 대해 눈길이 더욱 쏠린다.
현재 STX는 강 회장을 비롯해 두 딸이 STX건설 지분 75.03%를 갖고 있다. 나머지 24.97%도 강 회장이 69.38%로 최대주주인 포스텍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STX건설은 지주회사격인 (주)STX의 3대 주주다. (주)STX는 포스텍(23.59%), 강 회장(14.02%), STX건설 (1.65%) 순으로 지분 구조가 이뤄진다.
만약 포스텍과 STX건설이 합치면 대다수 대기업이 비상장 회사와 그룹사의 합병을 통해 지분 승계를 한 것처럼 STX 오너 일가도 증여세 등 세금을 피해 지분을 다소 쉽게 2세에게 넘길 수 있다.
물론 올해 60세를 맞이하는 젊은 오너인 편이지만 재계에서는 강 회장이 STX건설을 통해 자녀들에게 지분을 승계해 STX를 영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