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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 착용 손님의 출입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신라호텔 전경 |
[황진희 기자] ‘머리는 숙였지만…’
쾌속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신라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에서 한복을 착용한 손님을 출입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의 여론이 들끓고 있어서다. 신라호텔과 이 사장은 즉각 사과했지만 서비스가 생명인 호텔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는 지난 12일 저녁, 한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출입을 제지당했다. 이유인즉슨 한복과 트레이닝복은 신라호텔의 드레스코드에 맞지 않다는 것. 이씨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항변했지만 호텔 측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라며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누리꾼들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칠순잔치 당시 홍라희 여사는 한복을 입고 버젓이 입장했다”면서 “지난 2004년에는 자위대 40주년 행사를 개최하면서 기모노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라호텔 측은 즉각 사과했다. 한인규 신라호텔 호텔사업총괄 전무는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 ‘사람인’을 통해 “뷔페 식당에서 한복을 입으신 고객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한복에 걸려 넘어지는 등 각종 사고가 종종 있어 안내를 드리려 했으나 현장 착오가 있었다”고 거듭 사과했다. 급기야 신라호텔의 이 사장이 직접 나서 머리를 조아렸다. 이 사장은 한복 디자이너 이씨를 찾아가 “민망해서 고개를 못 들겠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과 소식에도 비난 여론은 이 사장을 더욱 거세게 몰아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복 불가’ 파문이 신라호텔의 이미지 실추와 이 사장의 행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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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
이번 한복 파문 이전까지 이 사장은 신라호텔의 실적 호조와 쾌속 승진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신라호텔은 지난해 3분기 3,78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당시 전무로 있던 이 사장이 면세점 부문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뤄 낸 성과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사장은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으로 능력을 인정 받고 지난해 12월 신라호텔 사장에 취임했다.
이 사장의 성과는 신라호텔 면세점 부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루이뷔통의 세계 최초 공항 면세점 매장을 인천국제공항에 유치하는 것과 관련해 막강 라이벌인 롯데와 벌인 대결에서 낙승했다. 이로 인해 면세점 매출은 2002년 2,300억원에서 2010년에는 1조1,000억원으로 8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신라호텔 급성장의 일등 공신인 이 사장과 신라호텔의 이미지가 ‘한복 불가’ 파문으로 급추락 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성의 황태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위협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가진 이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것.
재계 관계자는 “호텔은 이미지와 서비스가 생명이라는 점에서 이번 신라호텔의 한복 불가 파문은 치명적일 수 있다”면서 “비난 여론이 거센 만큼 브랜드 밸류가 다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