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르포] 쇼핑 1번지 명동 점령한 일본계 브랜드, '시부야가 따로 없네'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0.05.17 13:15 / 수정: 2010.05.17 13:15


[황진희기자] 명동거리에 토종과 일본계 브랜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명동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토종브랜드의 대형 매장들이 대부분 일본계 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해 명동이 일본의 패션거리를 방불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약 300m 길이의 메인거리에는 한국계 토종브랜드가 점차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토종 브랜드의 자리를 일본계 브랜드가 대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명동역에서 메인거리를 따라 내려오다 보이는 첫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갭, 지오다노 같은 패션브랜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 길을 따라 100m 쯤 더 들어가면 지상 4층 규모의 일본계 SPA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을 발견할 수 있다. 흰색 벽과 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거대한 크기의 유니클로 매장은 주변에 있는 2~3층짜리 갭, 지오다노, 빈폴 매장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알려진 명동 유니클로 매장 자리는 옛 명동의류 건물이 있던 곳. 지난 30년간 명동의 상징이라 불리며 한국 보세패션의 중심으로 여겨져 온 바로 그 명동의류의 옛 터다.

명동의류의 명성 덕일까 아니면 거대한 크기 덕분일까? 유리외벽을 통해 들여다보이는 매장 내부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유니클로 매장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매장의 크기에 놀라거나 매장을 둘러보는 반응을 보였다. 유니클로 매장을 찾은 안 모씨(28)는 “여고생 시절 명동에 오면 꼭 명동의류에 들를 만큼 명동의류는 명물이었다”면서 “이렇게 상징적인 자리에 일본계 브랜드가 들어와 조금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매장 건너편에서 수입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30년간 명동의 중심이었던 명동의류가 사라지면서 명동거리에 전격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분 것 같다”며 “그때보다 더 깔끔하고 새로운 건물들이 많아졌지만 한국의 패션거리이자 명소인 이곳이 일본의 거리처럼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니클로가 명동의 상징 자리를 꿰찼다면 ABC마트는 명동 노른자위 땅을 차지했다. 명동역에서 200m가량을 쭉 내려오다 보면 금강제화와 랜드로바 매장 바로 맞은편에 ABC마트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명동거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의 요지다.

통유리 외벽을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ABC마트는 지난해 6월, 에스콰이아 명동점 건물을 사들였다. 1961년부터 엘칸토, 금강제화와 함께 명동을 지키던 에스콰이아가 그 자리를 일본계 신발 유통업체인 ABC마트에 내준 셈이다.

명동에만 이미 두 곳에 매장을 갖고 있는 ABC마트는 명동의 상권 강화를 위해 구 에스콰이아 건물을 사들임으로써 명동에 모두 3개의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 주말 명동을 찾은 이 모양(17)은 “명동에 오면 어딜 가든 ABC마트가 눈에 띄어서 신발을 살 때면 자주 ABC마트를 찾았지만 일본계 브랜드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사실 명동상권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에스콰이아의 명동 퇴출은 ‘명동상권 세대교체의 단적인 상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에스콰이아 자리에 ABC마트가 들어섬과 동시에 일본계 브랜드들의 명동 입성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명동에 입성한 일본계 브랜드는 패션 분야만이 아니다. 균일가 생활용품 전문 매장으로 잘 알려진 다이소 역시 명동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구 유투존 건물을 리뉴얼한 M플라자엔 국내 최대 규모의 다이소 매장이 자리해있다.

ABC마트에서 명동역으로 100m쯤 걸어 올라가다 왼쪽을 돌아보면 멀티컴플렉스 빌딩인 M플라자를 볼 수 있다. M플라자 건물 4층에 위치한 다이소는 한 층의 절반 이상을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지리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다이소 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매장을 찾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본인 관광객들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한국을 방문한 한 여성 일본관광객은 “명동이 ‘한국의 쇼핑1번지’이라기에 찾아왔는데 이곳에서 일본계 균일가 매장이 보여 반가웠다”며 “명동거리에 일본계 브랜드가 쉽게 눈에 띄어 일본 패션거리인 것처럼 친숙하다”고 말했다.

jini849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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