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녹십자·대웅, 자사 신약…해외 진출 순항
종근당·한미, 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 감소
국내 5대 제약사의 3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뉴욕=AP.뉴시스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국내 5대 제약사들이 올해 3분기 상반된 실적을 받아들었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은 잘 키운 자체개발 신약이 해외시장에서 순항하며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5대 제약사 △유한양행 △GC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한미약품이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이 중 유한양행과 GC녹십자, 대웅제약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매출 5851억원, 영업이익 5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8%, 690.6% 증가한 수치다.
유한양행이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힘이 컸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 8월 국내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존슨앤존슨(J&J)의 자회사 얀센으로부터 수령받은 마일스톤(기술료) 6000만달러(약 800억원)가 영업이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의 올해 3분기 기술료 수익은 98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령받은 기술료 수익은 5억원에 불과했다.
혈액제제 '알리글로'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GC녹십자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GC녹십자는 매출 4649억원, 영업이익 3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8%, 20.98% 증가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아쉬운 실적을 기록했던 바 있다. 당시 녹십자 관계자는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알리글로가 3분기부터는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증명하듯 알리글로를 포함한 혈액제제의 3분기 매출은 1366억원으로 앞선 2분기(906억원) 대비 50.8% 가량 증가했다. GC녹십자에 따르면 알리글로의 3분기 미국 매출은 약 300억원에 달한다.
대웅제약도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와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 성장세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뛰었다. 대웅제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6%, 20.32% 증가한 3159억원, 411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 받은 나보타는 현지 보툴리눔톡신 시장 2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나보타의 3분기 매출은 474억원으로, 연간 누적 매출은 1376억원에 달한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는 활동 반경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가고 있다. 펙수클루의 3분기 매출은 226억원이다. 연간 누적 매출은 739억으로, 연매출 1000억원 달성에 근접해가고 있다. 펙수클루는 현재 한국과 필리핀, 멕시코, 에콰도르, 칠레 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품목허가 신청국은 중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1개국으로 수출계약을 맺은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포함할 경우 총 30개국에 달한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5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종근당은 3분기 매출 4085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 상승했으나, 영업이익은 52.5% 감소했다.
종근당은 HK이노엔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공동 판매 계약이 종료되면서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 다만, 기존 품목이 순항하고 있고, 지난 5월부터 대웅제약과 펙수클루 공동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4분기 실적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의 3분기 R&D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2% 증가했다.
10개월간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미약품은 3분기 매출 3621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11.4%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줄었다.
한미약품은 3분기 R&D 부문에 매출의 15.1%에 해당하는 548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한 금액이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영업일수 감소와 중국 현지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대홍수) 등 물리적 환경 요인으로 실적이 주춤했다. 북경한미약품은 3분기 매출 843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42.4% 감소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정 갈등의 장기화로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으며, 다수의 제약사들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일부 제약사들은 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기도 했는데, 제약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의 결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수치만으로 회사가 어렵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