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선 17년째 표류중, 가덕도신공항도 네차례 유찰
공사 원가 상승 제대로 반영 안돼…"총 사업비 현실화 필요"
서울시는 지난 4일 위례신사선 사업자를 찾기 위해 2차 공고를 진행했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서울시 |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가 발주한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줄줄이 유찰되고 있다. 급등한 공사비에도 정부의 발주 사업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4일 위례신사선 사업자를 찾기 위해 2차 공고를 진행했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지하철 3호선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 노선이다. 2008년부터 추진됐으나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17년째 표류 중이다.
애초 삼성물산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사업성을 이유로 2016년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서울시는 2020년 1월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주요 건설사들이 공사비 급등에 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서울시는 총 사업비를 1조4847억원에서 1조8380억원으로 2차례에 걸쳐 증액하고 사업 조건도 완화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급등해 증액한 예산을 고려해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선별적 수주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부 발주 사업은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도 4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이 수의계약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앞으로 공사기간 연장 여부와 공사비 협상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공사는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예산이 10조53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바다와 육지에 걸쳐 공항을 짓는 고난도 공사로 꼽힌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가덕도는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방파제 건설 등 모래를 매립하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도 4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이 수의계약에 참여하기로 했다. /통영시 |
이외에도 올해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공사가 네 차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축·시스템 2공구가 여섯 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모두 공사비가 낮다는 이유에서 건설사들이 참여를 꺼렸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2~2023년 정부 발주 공사의 유찰률은 68.8%에 달한다.
건설업계에선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원가가 급등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낮은 사업비를 책정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형 사업에 나설 경우 적자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건설업계가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특히 정부 발주 사업의 경우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아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내년도 정부의 SOC 예산은 25조4825억원으로 올해 26조4422억원 대비 3.6% 줄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의 투자 여력이 최근 금리, 공사비 등의 여건 변화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각종 설계지침 변경에 따라 최초 제안에 비해 공사비 및 운영비 증액이 불가피하거나 공사비가 크게 상승하는 경우 등 총사업비 변경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가세 및 취득세 감면 등의 민간투자사업 세제 지원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