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전력 소모량, 발열 증가 액침냉각 방식 열 관리 각광
국내 정유업계 액침냉각유 출시 지속 경쟁 심화 전망
4일 삼성전자, SK그룹은 AI 포럼을 열고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AI 시대에 액침냉각이 열 관리 솔루션으로 각광 받으며, 정유사들이 액침냉각유를 출시하고 있다. SK엔무브의 액침냉각용 ZIC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담갔다. /SK엔무브 |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액침냉각유' 경쟁을 심화하고 있다.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가 견인한 AI(인공지능) 열풍의 지속으로 액침냉각 수요가 늘어났다. 막대한 전력 소모로 인해 발열하는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넣어 식히는 액침냉각 방식이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 받는다.
SK엔무브의 2022년 미국 수조형 액침냉각 기업 GRC 지분 투자 진행으로 국내 정유사의 액침냉각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 이어 GS칼텍스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유 제품을 공개했고, 에쓰오일은 지난주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상반기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액침냉각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4개 빅테크 기업의 지난 분기 투자액은 6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 4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합계는 약 20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비해 42% 늘었고, 데이터센터 구축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4곳이 AI 서비스의 필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MS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부문의 연간 매출이 100억달러에 근접해 MS 사업 부문 중 제일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내년에도 AI 관련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올해 AI에 750억달러를 투입했고 내년에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메타 역시 같은 맥락에서 AI 관련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마크 주커버그 CEO가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AI의 적용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면서 빅4가 지속적인 AI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고 분석한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 소모량 역시 급증하고 있다. 통상 AI 플랫폼을 활용한 정보 검색과 이미지 생성은 일반 웹사이트 대비 각각 10배, 6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전기에너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22년 AI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력량은 약 460TWh(테라와트시·1조 와트의 전력을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로 전 세계 전력 사용량의 2% 수준이다. IEA는 오는 2026년 전력 소모량이 AI 발전 및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2022년 대비 2배 정도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AI 사용 확산에 따른 발열량 증가로,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방식으로 기존 공랭식이 아닌 액침냉각의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사진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내 서버실의 모습. /카카오 |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내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 발전 용량은 현재 10GW(기가와트)에서 오는 2030년 약 35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에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기 수요는 올해 25GW에서 2030년 80GWF로 3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 내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에서 2030년에 5%로 상승한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수요의 약 4%를 지금 차지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12% 정도로 3배 커진 비중을 갖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열풍이 불기 전에는 기업의 서버실이나 데이터센터 등도 일반 PC나 노트북 등에 장착된 쿨러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공랭식' 방식으로 열을 잡았다. 환풍기와 에어컨을 활용해 차가운 공기를 서버 내부로 투입하고 열을 밖으로 내보내는 '공랭식' 열 관리 솔루션을 적용했다"며 "다만 공랭식은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냉각 효율이 낮아져 AI로 전력 소모량과 발열량이 급증하는 현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아 액침냉각이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랭식 냉각을 하는 데이터센터 전력량의 약 40%가 서버 발열을 식히는 데 사용된다. 액침냉각을 통해 공랭식 대비 전력 사용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며 "액침냉각유에 통채로 잠길 수 있는 서버, 배터리 제품 출시에 맞춰 국내 정유업계의 액침냉각유 판매량 상승을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엔무브는 미국 GRC 지분 투자 진행 이듬해인 작년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기술을 실제 시현해 기술을 검증 받았다. 이어 올해 초에는 영국의 액체냉각 솔루션 기업 아이소톱과 '차세대 냉각 및 솔루션 협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GS칼텍스가 지난해 말 출시한 액침냉각유는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협력업체들과의 실증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한 것이 강점이다. GS칼텍스는 최근 해당 제품을 4종으로 세분화해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적용 가능하게 영역을 확대했다.
에쓰오일은 서울 강서구 마곡 연구개발센터에서 액침냉각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최근 인화점이 섭씨 250도 이상으로 위험물 안전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한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시장을 공략한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액침냉각유 제품을 개발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는 지난 2022년 3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가 오는 2032년에 21억달러로 연평균 21.5%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