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사 주택 수주액 감소세
아파트 사업만으론 성장 한계
원전·플랜트 등 신사업 확대로 '활로'
주요 건설사들이 '전통의 먹을거리'인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황준익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전통의 먹을거리'인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미분양 등에 대한 우려와 공사비 급등 등을 겪으면서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은 3조334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1% 감소했다. 주거용 건축 수주는 신규 주택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의 수주를 의미한다.
2년 전인 2022년 8월(7조7709억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8월 기준으로 2019년 8월(3조3227억원) 이후 5년 만에 최저치이자 월별 기준으로도 가장 낮은 실적이다. 지난 7월(3조6478억원)에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하반기들어 주택 수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지난 8월 기준 1만6461가구로 전월 대비 2.6%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세인데다 2020년 9월(1만6883가구)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많다.
건설사들은 신규 주택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확보한 뒤 수분양자로부터 받는 계약금, 중도금으로 이자와 공사비를 메운다. 이후 잔금을 받아 PF 대출을 상환하게 된다. 하지만 준공 후 미분양을 떠안고 있는 건설사는 PF 대출을 갚지도 못한 채 계속 이자만 내야 한다. 업계에서 준공 후 미분양을 ‘악성 미분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대한 구조조정 속도를 내면서 신규 PF 대출이 더 어려워졌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수익을 내기도 힘들어 주택을 수주를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연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7·8호기와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 최초호기 설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 |
이에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수주·신사업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현대건설은 연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7·8호기와 미국 팰리세이즈 소형모듈원전(SMR) 최초호기 설계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대형 원자력발전소와 SMR 등 에너지 사업 확대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추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내년 3월 계약 예정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서의 시공을 맡는다. 최근에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약 1조원 규모의 플랜트 공사 수주에 성공했다. 이외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 지분 투자와 함께 루마니아 SMR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DL이앤씨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신사업 분야 진출도 활발하다. SK에코플랜트는 일찌감치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환경·에너지사업 매출액 비중이 31.9%로 본격 사업에 나선 2021년 말 15.3%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택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주택 사업은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시장 원가율이 높아진 상태에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곳만 수주하고 있다"며 "원전, 에너지 사업 등은 진입장벽이 있긴 하지만 주택 시장보다 경기 영향을 덜 받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어 건설사들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