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구 전 대표, 남궁민 광고비 지급을 이유로 월급 지연 공지
9월 급여 보름가량 미뤄져…인센티브도 4개월간 미지급
이양구 동성제약 전 대표이사(오른쪽 작은 사진)는 지난 10일 직원 조회를 열어 광고 모델 비용 지급으로 인해 9월분 월급 지급이 늦어질 것이라고 공지했다. /더팩트 DB, 동성제약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동성제약이 임직원 급여를 보름가량 지연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동성제약 오너는 월급 지급이 늦어지는 이유로 "광고 모델 비용 때문"이라고 밝혀 임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양구 전 동성제약 대표이사는 회사 월급날인 지난 10일 임직원 조회에서 "배우 남궁민의 광고료가 이달 중순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급여 지급을 지연해야 할 것 같다. 이해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지방에 있는 임직원들은 화상 연결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익명을 요구한 동성제약 직원 A 씨는 "윗선에선 월급이 늦어지는 게 싫으면 (회사를) 나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지금까지(23일 기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어 정말 비참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직원 B 씨는 "이양구 전 대표가 직원들의 급여를 미루고 광고비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는데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월급날 당일에 말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며 "이 상황이 반복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는 핵심 인력들도 전부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제약의 직원들은 월급날보다 보름가량 지난 뒤인 24일 오전에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성제약 직원들에 따르면 회사의 급여 지연은 이번만이 아니다. 직원들은 "지난 9월에도 별다른 공지 없이 8월분 급여가 지연됐으며 이전에도 별도의 공지 없이 하루, 이틀, 사흘 등 월급이 지연 지급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월분 급여는 지급됐지만 인센티브는 4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동성제약은 매달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배우 남궁민은 동성제약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동성제약 직원 B 씨는 "이양구 전 대표가 직원들의 급여를 미루고 광고비에 투자하는게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이러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성제약 |
현재 동성제약은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동시에 부채도 늘어나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동성제약의 영업적자는 5년간 지속되고 있다. 동성제약은 △2018년 18억원 △2019년 75억원 △2020년 36억원 △2021년 53억원 △2022년 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실적 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연간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708억원이었던 부채는 올해 상반기 150억원 가량 증가한 850억1319만원으로 증가했다.
동성제약의 최근 5년간 광고 선전비는 △2023년 42억2803만원 △2022년 68억9322만원 △2021년 32억8030만원 △2020년 28억394만원 △2019년 38억9920만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동성제약이 광고 선전비로 사용한 금액은 19억4644만원이다.
동성제약은 배우 남궁민과 광고 모델 계약을 하고 있다. 남궁민은 동성제약의 △비건 염색약 허브 △염모제 세븐에이트 △탈모증 치료제 미녹시딜 △탈모 영양제 비오틴정 △비듬 전문 치료제 비가졸액 등을 홍보하고 있다.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모델 비용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A급 광고 모델과 1년간 계약할 경우 비용은 대략 5억~6억원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이양구 전 대표이사가 직원 조회에서 해당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며, 여러가지 비용 지출이 당월에 몰리다 보니 직원들의 월급이 미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오전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했으며, 밀린 4개월치 인센티브도 차후 지급할 예정"이라며 "과거 월급이 하루 지연된 적이 있었지만 이틀, 사흘씩 지연된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양구 전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조카인 나원균 부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겨주고 경영에서 물러났다.